젤리그 - Zelig
영화
평점 :
상영종료


1.   

이름은 레너드 젤리그, 별명은 카멜레온, 특기 변신인 남자 이야기를 다큐 형식을 차용한 페이크다큐다. 의사와 있으면 의사, 흑인과 있으면 흑인, 비만인 사람과 있으면 비만인이 되는 인간 카멜레온이다. 젤리그는 사람들 속에서 눈에 안 띄는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은 갈망이 컸다. 갈망이 크면 기적을 이뤄낸다. 상황에 맞춰 외모 뿐 아니라 화법도 바꿀 수 있게 되었고 그의 이상한 재주는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젤리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신문에 매일 실리고 젤리그를 하늘 높이 올려놓았고 또 언론은 일련의 스캔들로 그를 추락시킨다. 사람들은 젤리그를 잊어가고 플레쳐 박사만이 그에 대한 관심을 불태운다. 플레쳐 박사는 그의 이상 행동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고 이상행동을 치료해 명성을 얻으려는 개인적 야심을 갖고 있다.  야심은 사랑으로 바뀌고 그 후에는 눈물어린 노력이 펼쳐진다.

2.  

젤리그가 살았던 시기는 1930년대. 대공황 직후로 멜팅팟을 강요하던 시기였고 대중문화가 막 꽃 피울 준비를 했던 때다. 젤리그의 이상행동은 개인이 인격을 가진 고유한 개체라는 정체성을 갖는 게 악덕인 시기를 살아야했기 때문이다. 젤리그는 마음의 평정은 주변환경과 동화될 때만 생겼다. 20세기 중반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지만 한 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 21세기 초에도 젤리그의 복제 인간은 여전히 존재한다.  

미디어는 더 발달했고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한다. 미디어는 사람을 상품화하는 데 앞장선다. 골드미스, 품절남, 품절녀..등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용어는 물건을 사고 파는데 사용하는 용어와 동일하다. 우리는 '재고', '불량'이 안 되려고 미디어가 이끄는대로 끌려가 발버둥친다. 최강 동안, 몸짱...이라는 말과의 거리감을 불안해하고 불안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현대기술을 위해 지출을 한다. 엣지있으려면 상품 용어들과 익숙해져야하고 다 같이 엣지있으려다 보니 다 똑같아진다. 우리는 가능하다면, 아마 젤리그의 신비한 재주를 기꺼이 훔쳐오려고 할 것이다. 20세기에는 젤리그가 소수였다면 21세기에는 다수가 돼버렸다. 집단 행동은 더 이상 이상 행동으로 간주되지 않는데 비극이 있다.

3.  

우디 앨런은 로맨티시트시다. 격변하는 사회 상황 속에서 적응하려고 몸부림치는 남자를 구원하는 건 한 여자의 사랑이다. 사랑이 그의 이상행동을 바꿨고 주체성을 찾아 행복하게 오래 살았다. 우디, 정말 사랑이 그렇게 사람을 바꿀 수다고 아직도 믿나요?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부족한 게 사랑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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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걷기여행 - 전철로 찾는 특급 워킹코스 길따라 발길따라 1
길을 찾는 사람들 지음 / 황금시간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올해 한 달에 한 번씩 서울골목탐험을 할까해서 주문했다. 서울 안내 책자가 없다고 불평하는 건 이젠 뭘 모르고 하는 말이다. 너무 책 종류가 많아서 뭘 선택해야할지 난감하다. 골목길, 문학 속에 나타난 길, 계단 중심의 골목길 등등...이야기감이 넘치고 책 가지 수도 넘친다. 그러나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했다. 내용이 세분화된 만큼, 평범하게 골목 산책 혹은 서울 다르게 보기에 좋은 가이드는 딱 없는 거 같다. 맛집은 일단 제끼고 걷기 위주로 찾아서 오프 서점에서 확인하고 주문한 책인데 막상 읽어보니 좀 난감하다. 이 책은 숲길 위주로 산책로 걷기 매뉴얼이다. 내 목적(?)인 골목길 탐험과는 거리가 있지만 걷기 좋은 계절인 4월부터는 10월까지 진가를 발휘할 책이다. 당장 내일 행선지를 선택하는데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책이다. 고민이다.

골목풍경을 한 권 더 주문했는데 알라딘 배송, 요즘 너무 느리다. 출고한지 이삼일 후에나 책이 내 손에 배달되는데 이건 어디다 건의해야하는지..고객센터에서 답장도 없다. 이 책은 배달사고인 거 같기도 하고. 화요일날 주문했는데 다음 주에나 받을 수 있을 거 같다. 아, 알라딘 왜 이러세요? 이런 배송 사고는 어디다 접수를 해야하나요? 책을 언젠가 받기는 하겠죠? 문제가 생기니 인터넷 서점의 한계가 절실하게 다가오네요.  

오늘 꼭 필요한 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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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네이처 - 뇌과학과 인간의 지식
제럴드 에델만 지음, 김창대 옮김 / 이음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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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지 조금 됐는데 정리를 좀 잘 해보려니 꾸물거렸다. 이러다 정리는 커녕 읽은 내용도 까먹을 거 같아서 몇 자 적는다.  

뇌 과학에 대한 워밍업 없이 이 책을 먼저 읽으면 안 될 거 같다. 이 책의 진짜 가치를 알아보지도 못한 채 뇌과학에 관한 책도 멀리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 나와있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반박하는 챕터들이 대부분이다. 과학적 환원주의를 경계하고 인지심리학이 저지를 수 있는 오류를 집어내 보완하는 인지신경과학적 접근법을 사용한다. <뇌의 왈츠>를 쓴 대니얼 J. 래비틴의 연구분야와 같다.   

결론은, 인간의 뇌는 신비로운 움직임 집합체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뇌작용에 관한 사실들은 지극히 일부일 뿐이다. 뇌는 패턴화해서 기억하고 자극에 의해 기억을 끄집어낸다. 자극에 의한 뇌의 움직임을 저자는 세컨드 네이처라고 불렀다. 베르그손은 패턴화하는 기억을 souvenir라고 불렀고 자극에 의해 뇌가 운동해서 나온 기억을 memoire고 칭했다. 기억을 환기시키는 자극이 이미지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했다. 

베르그손의 개념 souvenir에서 memoire로 이행되는 과정을 들뢰즈는 운동movement이라고 불렀다. 같은 과정을 각기 다른 용어를 사용해 불러서 헷갈리지만 서서히 계보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완전 뿌듯.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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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창해 맑은내 소설선 3
이승우 지음 / 창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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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래 전, <생의 이면>에서 읽었던 차갑고 단정적인 문체를 기억한다. 그래서 단호하고 동굴같은 고독의 깊이..이런 게 떠오른다. 이 소설은 <생의 이면>과는 전혀 다른 소재, 사랑을 다룬다. 유부녀와 독신남의 사랑, 제도권에서 불륜이라고 부르는 사랑. 사랑이 이야기거리가 되려면 장애가 필요하다. 서로 사랑만 하는 연인 이야기는, 본인들은 행복할지 모르지만 관객입장에서는 지루하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과정은 흥미롭지만 해결책을 찾는 방법은 지루하고 절박함이나 애틋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가 절박함이나 애틋함을 의도한 게 아닐 수도 있다.

광화문의 구체적 골목들이 등장해서 아주 사실적이지만 인물들은 굉장히 허구적이다. 화자의 시점이 '나'여서 더 사실적이지만 나는 여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허구적이다. 여자는 실제하면서도 부재하는 거 같다. 사랑의 대상이 실제하면서도 부재라는 속성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땅굴의 존재여부와 사랑의 종착지 혹은 사랑의 부재와 실재사이에서 길을 잃는 인물들은 힘들어 보인다. 이야기 속에만 동굴이 있는 게 아니라 문체 속에도 동굴의 깊이가 있다. 약간 어둡고 확신에 찬 단정적 문체는 통찰력이 스며있어도 거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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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3-21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우의 <생의 이면>을 충분히 인상깊게 봐서 이 소설두 탐이나네요^^

넙치 2010-03-21 23:47   좋아요 0 | URL
한없이 가벼울 수 있는 상황을 묵직하게 풀어내는데 통찰력이 빛납니다.
 
논짱 도시락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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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겨울시작 될 때 호되게 추위를 겪은지라 이제 추위에 대충 적응했다. 영하2-3도만돼도 내복 안 입고 돌아다닐 만하다. 얼마나 놀라운 적응력인가! 그동안 발길을 뚝 끊었던 중앙극장에 오랫만에 갔더니 일본인디영화제를 하고 있는데 시간 맞는 걸로 본 영화. 

같은 동양문화권이어서 그런지 사회적 고민이 비슷한가보다. 흔한 소재로 흔하디 흔하게 풀어간다. 서른 한 살 되도록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른 채 살다 자칭 소설가, 타칭 백수인 남편에게 질려 딸 아이를 데리고 독립하는 이야기다. 도시락 가게를 열면서 여자의 진정한 독립을 암시하고 영화는 끝난다. 뭘 하려는 의욕 없는 젊은이들에 대한 개탄도 담겨있는데 결국 근면을 강조한다. 근면이란 시장경제의 일원이 되기 위한 미덕이고 시장경제의 구성원이 성공적 어른이 되는 것처럼 묘사했다. 이렇게까지 느끼게 만는데는 감독의 책임이다. 감독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할리우드영화 같은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일본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디테일에서 참 서양스럽다. 이렇게 말하면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가 있을 수도 있지만 같은 에피소드를 다루는 관점이, 당연하지만 한국과 엄청 다르다.  

참 재미없고 특징없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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