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창해 맑은내 소설선 3
이승우 지음 / 창해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오래 전, <생의 이면>에서 읽었던 차갑고 단정적인 문체를 기억한다. 그래서 단호하고 동굴같은 고독의 깊이..이런 게 떠오른다. 이 소설은 <생의 이면>과는 전혀 다른 소재, 사랑을 다룬다. 유부녀와 독신남의 사랑, 제도권에서 불륜이라고 부르는 사랑. 사랑이 이야기거리가 되려면 장애가 필요하다. 서로 사랑만 하는 연인 이야기는, 본인들은 행복할지 모르지만 관객입장에서는 지루하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과정은 흥미롭지만 해결책을 찾는 방법은 지루하고 절박함이나 애틋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가 절박함이나 애틋함을 의도한 게 아닐 수도 있다.

광화문의 구체적 골목들이 등장해서 아주 사실적이지만 인물들은 굉장히 허구적이다. 화자의 시점이 '나'여서 더 사실적이지만 나는 여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허구적이다. 여자는 실제하면서도 부재하는 거 같다. 사랑의 대상이 실제하면서도 부재라는 속성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땅굴의 존재여부와 사랑의 종착지 혹은 사랑의 부재와 실재사이에서 길을 잃는 인물들은 힘들어 보인다. 이야기 속에만 동굴이 있는 게 아니라 문체 속에도 동굴의 깊이가 있다. 약간 어둡고 확신에 찬 단정적 문체는 통찰력이 스며있어도 거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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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3-21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우의 <생의 이면>을 충분히 인상깊게 봐서 이 소설두 탐이나네요^^

넙치 2010-03-21 23:47   좋아요 0 | URL
한없이 가벼울 수 있는 상황을 묵직하게 풀어내는데 통찰력이 빛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