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걷기여행 - 전철로 찾는 특급 워킹코스 길따라 발길따라 1
길을 찾는 사람들 지음 / 황금시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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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올해 한 달에 한 번씩 서울골목탐험을 할까해서 주문했다. 서울 안내 책자가 없다고 불평하는 건 이젠 뭘 모르고 하는 말이다. 너무 책 종류가 많아서 뭘 선택해야할지 난감하다. 골목길, 문학 속에 나타난 길, 계단 중심의 골목길 등등...이야기감이 넘치고 책 가지 수도 넘친다. 그러나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 했다. 내용이 세분화된 만큼, 평범하게 골목 산책 혹은 서울 다르게 보기에 좋은 가이드는 딱 없는 거 같다. 맛집은 일단 제끼고 걷기 위주로 찾아서 오프 서점에서 확인하고 주문한 책인데 막상 읽어보니 좀 난감하다. 이 책은 숲길 위주로 산책로 걷기 매뉴얼이다. 내 목적(?)인 골목길 탐험과는 거리가 있지만 걷기 좋은 계절인 4월부터는 10월까지 진가를 발휘할 책이다. 당장 내일 행선지를 선택하는데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책이다. 고민이다.

골목풍경을 한 권 더 주문했는데 알라딘 배송, 요즘 너무 느리다. 출고한지 이삼일 후에나 책이 내 손에 배달되는데 이건 어디다 건의해야하는지..고객센터에서 답장도 없다. 이 책은 배달사고인 거 같기도 하고. 화요일날 주문했는데 다음 주에나 받을 수 있을 거 같다. 아, 알라딘 왜 이러세요? 이런 배송 사고는 어디다 접수를 해야하나요? 책을 언젠가 받기는 하겠죠? 문제가 생기니 인터넷 서점의 한계가 절실하게 다가오네요.  

오늘 꼭 필요한 책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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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네이처 - 뇌과학과 인간의 지식
제럴드 에델만 지음, 김창대 옮김 / 이음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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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지 조금 됐는데 정리를 좀 잘 해보려니 꾸물거렸다. 이러다 정리는 커녕 읽은 내용도 까먹을 거 같아서 몇 자 적는다.  

뇌 과학에 대한 워밍업 없이 이 책을 먼저 읽으면 안 될 거 같다. 이 책의 진짜 가치를 알아보지도 못한 채 뇌과학에 관한 책도 멀리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 나와있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반박하는 챕터들이 대부분이다. 과학적 환원주의를 경계하고 인지심리학이 저지를 수 있는 오류를 집어내 보완하는 인지신경과학적 접근법을 사용한다. <뇌의 왈츠>를 쓴 대니얼 J. 래비틴의 연구분야와 같다.   

결론은, 인간의 뇌는 신비로운 움직임 집합체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뇌작용에 관한 사실들은 지극히 일부일 뿐이다. 뇌는 패턴화해서 기억하고 자극에 의해 기억을 끄집어낸다. 자극에 의한 뇌의 움직임을 저자는 세컨드 네이처라고 불렀다. 베르그손은 패턴화하는 기억을 souvenir라고 불렀고 자극에 의해 뇌가 운동해서 나온 기억을 memoire고 칭했다. 기억을 환기시키는 자극이 이미지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했다. 

베르그손의 개념 souvenir에서 memoire로 이행되는 과정을 들뢰즈는 운동movement이라고 불렀다. 같은 과정을 각기 다른 용어를 사용해 불러서 헷갈리지만 서서히 계보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완전 뿌듯.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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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창해 맑은내 소설선 3
이승우 지음 / 창해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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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래 전, <생의 이면>에서 읽었던 차갑고 단정적인 문체를 기억한다. 그래서 단호하고 동굴같은 고독의 깊이..이런 게 떠오른다. 이 소설은 <생의 이면>과는 전혀 다른 소재, 사랑을 다룬다. 유부녀와 독신남의 사랑, 제도권에서 불륜이라고 부르는 사랑. 사랑이 이야기거리가 되려면 장애가 필요하다. 서로 사랑만 하는 연인 이야기는, 본인들은 행복할지 모르지만 관객입장에서는 지루하다. 두 사람이 다시 만나는 과정은 흥미롭지만 해결책을 찾는 방법은 지루하고 절박함이나 애틋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가 절박함이나 애틋함을 의도한 게 아닐 수도 있다.

광화문의 구체적 골목들이 등장해서 아주 사실적이지만 인물들은 굉장히 허구적이다. 화자의 시점이 '나'여서 더 사실적이지만 나는 여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짐작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허구적이다. 여자는 실제하면서도 부재하는 거 같다. 사랑의 대상이 실제하면서도 부재라는 속성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땅굴의 존재여부와 사랑의 종착지 혹은 사랑의 부재와 실재사이에서 길을 잃는 인물들은 힘들어 보인다. 이야기 속에만 동굴이 있는 게 아니라 문체 속에도 동굴의 깊이가 있다. 약간 어둡고 확신에 찬 단정적 문체는 통찰력이 스며있어도 거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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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3-21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우의 <생의 이면>을 충분히 인상깊게 봐서 이 소설두 탐이나네요^^

넙치 2010-03-21 23:47   좋아요 0 | URL
한없이 가벼울 수 있는 상황을 묵직하게 풀어내는데 통찰력이 빛납니다.
 
논짱 도시락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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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겨울시작 될 때 호되게 추위를 겪은지라 이제 추위에 대충 적응했다. 영하2-3도만돼도 내복 안 입고 돌아다닐 만하다. 얼마나 놀라운 적응력인가! 그동안 발길을 뚝 끊었던 중앙극장에 오랫만에 갔더니 일본인디영화제를 하고 있는데 시간 맞는 걸로 본 영화. 

같은 동양문화권이어서 그런지 사회적 고민이 비슷한가보다. 흔한 소재로 흔하디 흔하게 풀어간다. 서른 한 살 되도록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모른 채 살다 자칭 소설가, 타칭 백수인 남편에게 질려 딸 아이를 데리고 독립하는 이야기다. 도시락 가게를 열면서 여자의 진정한 독립을 암시하고 영화는 끝난다. 뭘 하려는 의욕 없는 젊은이들에 대한 개탄도 담겨있는데 결국 근면을 강조한다. 근면이란 시장경제의 일원이 되기 위한 미덕이고 시장경제의 구성원이 성공적 어른이 되는 것처럼 묘사했다. 이렇게까지 느끼게 만는데는 감독의 책임이다. 감독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할리우드영화 같은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일본영화를 많이 보진 않았지만) 디테일에서 참 서양스럽다. 이렇게 말하면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가 있을 수도 있지만 같은 에피소드를 다루는 관점이, 당연하지만 한국과 엄청 다르다.  

참 재미없고 특징없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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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썸머 - (500) Days of Summ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로맨틱 코미디를 그닥 즐기는 편이 아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옥신각신하다 결국 사랑한다는 꿈을 주는 영화가 극장 밖을 나서는 순간 현실은 더 가혹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평이 좋길래 기대를 너무해서 그런지 별점이 네 개까지는 줄 수 없는 영화다. 영화가 아주 나쁜 건 아니지만 기대치, 이런 걸 갖는 건 조심해야겠다. 실망은 기대의 부산물이다. 기대가 없다면 실망은 없다. 부작용은 건조함이지만.  

사랑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상대의 마음을 내 마음처럼 알 수도 없고 조절할 수는 더욱 없기 때문이다. 사랑을 안 믿는 여친의 기대에 부응하느라 쿨한척 하지만 사실은 여친, 썸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어 괴로워하는 한 남자 이야기다. 남자가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졌을 때의 환희에 찬 삶의 상승 곡선에서 차였을 때의 괴로움으로 이르는 하향 곡선을 경험한 후, 500일이 지나 새로운 사랑으로 상승 곡선의 새로운 출발점에 서는 이야기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저절로 연상되는 대사들이 종종 등장한다. 

이 영화는 사랑에 빠졌을 때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헤어진 후부터 시작한다. 사랑을 곱씹어보는 시간은 바르트가 말했듯이, 이별 후다. 곱씹는 기억들이 배열되는 방법은 시간 순이 아니라 감정의 농도순이다. 기억이란 불완전하고 파편적이란 사실을 상기시켜주듯이, 썸머를 만난 첫날이 시작이 아니라 300일 째, 한 달 째, 이틀 째, 이런 식이다. 7시간을 함께 있었다면 썸머가 했던 인상적인 말, 웃음 등을 배치한다. 머릿속에서 뒤죽박죽된 생각의 꼬리를 재치있게 재현해서 배열했고 공감지수는 급상승한다. 남자는 여자를 300일쯤 만나고 차이고 200일쯤 운명은 없으며 세상에 널리 퍼진 가식을 저주하며 보낸다. 사이사이에 썸머를 잊으려고 하면서 썸머를 떠올리기도 하고 실제로 만나기도 하고 썸머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오는 헛꿈을 꾸기도 한다. 결국 남자가 새로운 사랑일, '가을'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면서 영화는 끝난다. 

여름이 다음에 가을이를 만나는 반전이 있는 특별한 해피엔딩이다. 생각지 못한 엔딩에 크레딧이 올라가도 히죽거리고 있게 된다. 가을이와 남자 생각을 하면서 극장 밖으로  나왔더니 어둠까지 짙어져 바람은 여전히 차고 겨울은, 그 끝이 멀게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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