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처음 받았을때, 외향과 내부 속지, 편집이 이렇게 이쁘고 고급스러워도 되나 싶을 만큼 사랑스러웠다. 트레이싱지(비치는 종이)를 이용한 겹침을 적절히 사용하고 보라빛 타이포가 ˝나 매력적이지?˝ 말을 거는 듯 했다. 책을 읽어보니 겉모습에만 반한 내가 부끄러워졌다. 작가의 글솜씨가 예사가 아니다. 솔직히 에세이는 ˝모˝아니면 ˝도˝다. 글멋만 부렸거나 함량미달인 경우도 있다. 근데 이 책은 문장력이 소설가 못지 않아 오롯이 빠져든다. 평타로만 살아온 내가 그녀의 인생과 생각을 다 받아들일 수는 없었지만, 글에는 홈빡 넘어갈 수 밖에 없어 주말에 홀딱 읽어버렸다. 책 전체가 매력적이다. 섹시하다.
나는 지난 3년간 저자의 페북을 통해 여정을 쭉 지켜보았고, 서울에 계실때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덕분에 이미 많은 학습(!)이 되어 있었지만, 출간된 책을 읽어보니 느낌이 달랐다. 세상의 끝에 어떤 음악이 있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리가 되고, 함께 여행길을 걷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직장생활 오래하면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는 꼼꼼한 문헌조사 습관과, 스스로 타고나신 감각적 예민함과 명민함으로 이야기가 아주 잘 엮어져 있었다. 읽다보면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엿볼 수 있다.부제가 사하라, 발칸, 아나톨리아 음악 기행이다. 이것은 지역에 어떤 국경이 그어졌더라도 민족적 특성은 광범위하게 펼쳐진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이 책의 어쩔 수 없는 단점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책에 기록된 음악 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고 별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은 여행기만으로도 충분히 재밌다는 점이다. 책이 좀 두껍지만 지역이나 나라별로 나누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또 한가지 팁이라면 연필들고 처음 보는 단어나 지명에 밑줄이나 동그라미를 치며 읽으면 훨씬 빠르게 읽힌다. 도전정신을 발휘해 볼만한 책이다.
제목만 보고도 확 끌렸다. 여성 직장인인 나는 단편 하나하나에 공감 또 공감. 비록 작가와 15년차 차이가 나서 약간의 세대차는 느껴질지라도, 여성과 직장인이라는 기본적인 토대가 같아서 매우 찐하게 읽힌다.실제 판교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단편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다른 여성 작가들과 달리, 직장이라는 현장반영의 생동감이 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직장다니며 소설쓰기가 물론 어렵...), 직장을 다니던 안다니던 이 독특함을 계속 유지하는 글을 써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전작을 따라 읽고 싶은 젊은 작가가 또 생겼다. * 예전엔 내가 별로라고 느낀 책들도 페북에 기록을 남기곤 했는데 요즘은 못그러겠다. 자기검열이 강해졌다. *창비 소설책이 뭔가 모르게 후졌었는데, 이 책은 딱 좋다. 글자, 자간, 책 두께, 종이... 뭔가 좋다. 뭐가 달라진건지 확 드러나지 않는 미세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