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 육심원의 그림에 푹 빠져있는 하루입니다.
차분해지는 그림 속 사람들의 표정도 어쩌면 그렇게 온화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면서 한참 눈을 떼지 못하곤 하죠.
그러면서 모질어진 제 마음도 곱게 다듬습니다.

지난 열흘, 참 많은 일들로 새파랗게 질려 있었지요.
그 때문에 모질고 날카롭게 속이 상했나봅니다.
여린 맘, 아무리 단단히 묶어 보아도 내일이, 그리고 그 다음 날이 두렵기만 하네요.

어제는 친구 녀석이 송어를 낚아 제 손으로 회로 발라 대접해주며 다독여 주더군요.
괜찮다,고 그렇게만 말하고 올 수 밖에 없었는데
가족들과 동생의 친구들이 모여 술잔을 건넵니다.
위로와 동조와 욕설과 눈물,
그저 듣기만 하다가 끝맺음의 날이 어서 오기만 바란다, 그랬답니다.
그리고 피곤하다고.

그리워 당신에게로 걸었습니다.
당신 무릎을 베고, 당신 목소리를 들으며 눈물나게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잠들었죠.

십년도 넘은 전인권 앨범 <지금까지 또 이제부터 II>를 꺼내 먼지를 털고 턴테이블에 올려봅니다.

우리들 사랑,
설레이고 어지럽고 후회하고 미안해지고.

늘 기쁜 날만 있길 바래요, 당신에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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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3-22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흔님, 주말은 잘 보내셨나요?
전인권의 축복합니다,를 좋아해요.
아, 턴테이블 위에서 돌아가며 삐걱거리듯 나오는 소리를 좋아하죠.
님의 연서를 먼저 보게되는 행운을 제가 가져도 되나요?
당신에게도 늘 기쁜 날, 있기를 바라며...
이런 순간 자체가 또 하나의 행복이군요. 차분히 마음 달래며 노래도 잘 듣고 갑니다~~

김여흔 2004-03-22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안타깝지만 감당해야할 어떤 일 때문에 좀 머리가 아픈 주말이었습니다.
님의 주말은 행복했는지요?
행운이라 생각해주시니 감사할뿐이어요.

superfrog 2004-03-22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그림 참 맘에 드는군요. 님들 서재에 다니면서 좋은 그림들, 눈만 즐거운 게 아니라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짓게 하는 행복한 그림들은 많이 봐서 고마워하고 있답니다..^^ 새로운 한 주, 힘내시구요!! 새로운 시간에는 좋은 일들이 생기리라 믿습니다..^^

Laika 2004-03-22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온화 & 새침한 표정의 차분한 그림이네요...
저도 금붕어님 말처럼 여기서 좋은 그림 보게 되서 너무 좋아요.
그림 한참 쳐다 보다 갑니다. 좋은 한주 되세요..

비로그인 2004-03-22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그림은 <말 하는 그림>이 아니라 <연서>에 담으셨군요.............
님도 늘 기쁜 일만 있으시길...맘 전하고 갑니다~

어룸 2004-03-22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너무 좋아서 보고 있는데, 흘러나오는 전인권의 이 노래!!!! 와~~~~~ 정말 너무 오랜만에 들어요...T---T 그림이랑도 잘 어울리지만 개인적으로 추억에 빠지게 하네요, 이 분위기가...♡
 


봄이 오면
손톱을 깍아야지
깍아도 깍아도 또 자라나는 기억
썩은 살덩이 밀어내
봄바람에 날려 보내야지


내 청춘의 푸른 잔대, 어지러이 밟힌 자리에
먼지처럼 일어나는 손거스러미도
뿌리째 잘라 없애야지
매끄럽게 다듬어진 마디마디
말갛게 돋아나는 장미빛 투명으로
새롭게 내일을 시작하리라


그림자 더 짧아지고
해자락 늘어지게 하품하는, 봄이 오면
벌떡 일어나 머리 감고 손톱을 깍아야지
해바른 창가에 기대앉아
쓸어버려야 해, 훌훌
봄볕에 겨워 미친 척 일어나지 못하게
묻어버려야 해, 영영

 

 

 

 

 

 

 

 

Photo  yellu / 나비가 되어
詩  김영미/ 대청소
Music 김윤아/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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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03-20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날은 가네 무심히.....이 노래는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것 같아요...노래가사의 쓸쓸함과 특유의 목소리..
저 시집에 저런 시가 있었군요...유명한 시만 읽고는 책장에 꽂아둬 버렸나봐요..

프레이야 2004-03-20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윤도현의 러브레터에서 이 노래 처음 들었어요. 매력적이던데요, 가수도 노래도...
너무 어여뻐서 슬픈, 나비 한마리의 꿈과, 손톱을 깎아야지, 이거 퍼갈게요.

2004-03-20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3-21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가오는 봄날에 <봄날은 간다>를 들으며, 머리를 감고 손톱을 깎고......
창가에 앉아 뿌연 하늘을 보다........

2004-03-21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주영, 빨간이불의 꿈 2003

 

 



그 해, 그 늦은 밤에도 이랬어요.

얇은 이불을 덮고, 빨간 베게를 베고
긴 꿈에서 깨나지 말기를
문을 걸어 잠그고
누구도 날 만지지 못하도록.

오래, 아주 오래 자고나면 감당할 수 있을 것처럼
숨을 고르기도 하며
오래 오래 자고나면 모든 게 몹쓸 꿈이었노라고
누군가 웃으며 말해줄거라고.

그 해, 그 늦은 밤에도
꼭 그랬어요.










Write  김여흔
Music  장혜진 / 1994년 어느 늦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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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3-19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흔님, 이런 밤 참 많기도 했어요. 지금도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이런 자세로 엎드려 생각하다 나도 모르게 잠 들어버려요. 그러고나면 좀 편하죠. 만지고픈, 손에 묻어날 것 같은, 물결일까요, 꿈결일까요. 꼭 붙들고 눈 뜨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 날이 있어요.~~
노래도 잘 듣고 갑니다.^^

2004-03-20 0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3-20 1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
당신 말을 들을게요.
나.
당신이 두려우니

나, 당신의 독재에 당해서 물러진 나
이제,
이제는 당신의 이빨에 묻은 피가
무서워.

당신,
당신의 군중으로 남지 않을래
당신의 이빨은 너무 날카롭고
당신의 몸에선 쓴 액이 흘러


차라리

죽어줄래






Write  김여흔
Photo  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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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7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3-18 1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고 시고 시디 신 새벽을 넘어도
씻기지 않아
그만 울라고
이제 그만 울라고,
어머님, 아버님 말씀,

너희들을 단죄하고 말거야

시고 시고 시디 신 새벽이어도

너의 혀를 자르고
너의 입술을 가르는 꿈은
잊히질 않아

 

Write   김여흔
Photo   강병욱
Music  김현식/한국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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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3-14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흔님, 김현식 제가 무지무지 좋아하죠. 여흔님의 쓰디쓴 글과 함께 퍼 갑니다.~

김여흔 2004-03-14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이 흐리네요.
더 슬픈 일이 없으면 해요.

2004-03-15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