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고양이뿐만이 아니다. 강아지도 좋아하지 않는다. 하여간 각종 애완동물에 별로 애정을 느끼지 못한다. 마지못해 한 마리 키워야 한다면 뽈뽈뽈 기어다니기나 하는 작은 거북이 한마리 정도면 족하다.

우리 아파트에도 고양이가 몇 마리 있다. 어디나 다 그렇다. 예전에 작은 새끼가 어미랑 다니던 모습이 간간히 보였다. 새끼는 사람도 별로 두려워하지 않았다. 요즘은 새끼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성인(?)이 되어서 내 눈에 모두 '그' 고양이도 보이는 것 같다.

아파트 단지에 늘어나는 고양이는 잘잘하지만 귀찮은 문제가 되고 있다. 예전에는 포획을 했었는데 별로 효과가 없었다. 포획은 고양이의 습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고양이는 '영역성'이 강한 동물이다. 그래서 한 지역에 개체수가 대략 정해져 있다. 그러니까 자기 '나와바리' 를 잘 벗어나지 않고, 또 상대 '나와바리'를 여간해서 넘보지 않는다.

만약 한 구역에 10마리의 고양이가 살다가 포획되어 5마리만 남으면, 다른 녀석들로 그 자리가 곧채워진다고 한다. 고양이는 한 번에 5-6마리 새끼를 낳고 임신기간은 60일 정도다. 그러니까 열심히 포획해도 산술적으로는 2달 지나면 그대로가 된다는 것이다.

동물에게는 좀 안된 일이지만 사람과 함께 살려니- 동네 방네 고양이가 치이는 건 나로서도 용납할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중성화수술'이란 걸 하는 시도하는데 그 효과에 대해서도 반신반의하는 것 같다.

언젠가 나는 아파트 앞에서 어린 고양이를 보고 모른 척 할 수 없어서 집에서 먹다 남은 음식물을 아파트 주민 몰래 쓰레기통 옆에 흘려두고 온 적이 있다. 두 번 정도 그랬다.

예전에 다른 아파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고양이 때문에 아파트 경비실 아저씨가 옷 벗을 뻔 했다.고양이에게 우유와 먹을걸 가져다 주었기 때문이다. 겨울철에 보일러실로 고양이가 잠입을 한 것이다. 밤이어서 문을 닫고 다음날 아침에 잡으려고 들어갔단다. 그런데 가보니 고양이가 밤톨만한 새끼를 대여섯 마리 낳아놓고 힘이 빠져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있더란 거다. 새끼 고양이들은 젖을 빨고 있고.... 아저씨는 어미 고양이를 위해-비록 잡아야 하는 적이었으나- 우유와 먹을것을 가져다 주었다.

"어떻게 사람이.... 제 새끼를 주욱 까놓고...어미라고 누워서 할딱거리는 걸 보고...또 그것도  입이라고 먹고 살겠다고 어미에게 붙어있는 것들을 보면서..어떻게 사람이 그걸 그냥 잡아버립니까?"

아저씨 덕분에 그 고양이많은 아파트는 5마리가 개체수가 늘었다.  나는 이게 '모든 사상과 이념'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의 신이 있다면...그 아저씨는 나중에 고양이 신에게 큰 선물을 받을게다.

어린 고양이
                           시 / 장윤우                

오늘 아침에서야 알았다-
왜 고양이새끼가 담장밑에서
여러날 전부터 그리 슬피 울어대는지
온종일 울고, 밤새워 울고, 또 오늘 아침에도 울고 있는지
아내가 들었다는 말한마디에 나는 가슴이 내려 앉았다
엊그제 에미고양이가 새끼 한 마리와 집 뒤에서 죽었다는 걸,
그래서 어린 검정얼룩 고양이새끼는 그렇게 울어대는구나
나머지 두 마리의 형제들이 그리워 우는구나.
배도 곺아서 우는구나
에미없는 불쌍한 새끼고양이를
옆집 아저씨가 돌보아주려 시골집으로 데려 갔다는데
다친 너만 처졌었구나.


“어데 있는가요 엄마, 엄마~ 미워”
 
못견디게 보고 싶어 애처러이 울다 지친
새끼고양이의 피울음이 쉬지도 않으니 못내 가슴을 치누나
그래, 네 엄마는 너만 놓아두고 다시 올수 없는 머언 나라로 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너를 버리고 無情스레 떠나갔구나.
어떻게 두눈을 감았을까
산고(産苦)에 지쳤나, 깡마르고 힘겨워하던 에미고양이,
나만 보면 으르렁거리고 제 새끼를 보호하려던
母性의 모습이 눈에 서언하구나.
가엽고 불쌍한 애기야~
너의 엄마는 머나먼 나라에서도 너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니-


이제 너 혼자 자야한다
혼자먹이를 구하고 혼자 잠자리를 지켜야 한다
어지럽고 무서운 세상을 견뎌가야 된다
울지만 말고 굳세게 헤쳐 나가야만 한다
허나 엄마품이 그리워, 살아진 형제들과 장난질도 그리워~
오늘밤 행여 꿈속에서라도 찾아올거나
저세상의 엄마가 한번만이라도 나타났으면........,
아아~ 힘없고 여린 고양이새끼는 뒷다리를 절며
이 아침 풀숲 이슬을 헤치며 혼자 어데로 가려는거냐,
    * 네 마리 애기를 놔두고 멀리 떠난 엄마 고양이를 며칠씩 계속 찾아 우는 너를 위해 곡(哭)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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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09-03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프다...불쌍한 아기 고양이...

드팀전 2008-09-03 21:45   좋아요 0 | URL
마치 인간사를 보는 것 같아서요...저도 슬퍼요
 



영화<지구>다. 영국 BBC가 만든 TV 다큐멘터리의 극장판이다.

"46억년 지구가 선사하는 생명 어드벤처 이 영화 한 편이 전세계에 기적을 만들고 있습니다

생명의 땅을 찾아 나선 동물 가족들의 지구 대장정 어드벤처. 약 46억년 전, 한 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태양을 향해 정확히 23.5도로 기울어졌다. 그리고 이 커다란 사건은 말 그대로 기적을 낳았다.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을 갖춘 축복받은 행성 지구가 탄생한 것이다. 북극곰, 아프리카 코끼리, 혹등고래 등 지구에 살고 있는 수백만 생명체들은 매년 태양을 따라 멀고도 긴 여행을 반복한다. 점점 빨리 녹는 북극의 바다 얼음도, 점점 넓어지는 아프리카의 사막도, 그리고 점점 먹이가 사라지는 남쪽의 대양도 반드시 건너가야 한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 우리도 그들과 함께 극에서 극으로, 북에서 남으로 우리의 집 ‘지구’를 횡단한다."

국내에서 나레이션은 장동건이 맡았다.(여기서 호불이 좀 생길 듯 하다.) 영화 전편은 아직 못보고  하이라이트 화면을 봤다.

갑자기 신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유명한 신들이 아니어도 좋다. 내 상상력을 넘어서는 기나긴 진화의 시간, 그 안에서 나고 살고 죽었던 모든 생명의 빛들.... 이런 것이 그 신이어도 상관없다.

다시 한 번 생에 감사했고, '나는 얼마나 작은가.' 에 대해 생각했고...숙연해졌다.

TV 다큐를 본 사람에게도 강력 추천이다. 아무리 큰 부잣집 TV도 영화관 스크린보다는 작을테니까....영화음악은 베를린 필하모닉이 담당했다.

홈페이지에 가면 곧바로 예고가 나온다.

http://www.loveeart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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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09-02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건이형이 나레이션을 한건 그닥 어울리지 않는 듯해요. -_- 뭐 나레이션 하나에 딴지 걸긴 뭣하지만. 동건이형은 갠적으로 젤 좋아한다는.

드팀전 2008-09-03 21:41   좋아요 0 | URL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9-03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기곰 정말 귀엽네요.

드팀전 2008-09-03 21:43   좋아요 0 | URL
그런 생각은 해요. 저런 동물들이 사실은 모두 TV 화면 속 동물이어서, 즉 야성을 거세하고 볼 수 있어서 덜 무섭다는 거요.
일종의 '야성의 시뮬라르크'가 아닐까 싶지요. ^^

그래도 아기곰은 좀 만만해보이긴 합니다.ㅋㅋ
 

충무로국제영화제, 오늘(2일)

 


 

 

부산국제 영화제는 10월달에 열린다. 그보다 한 달 앞서 '충무로 영화제' 가 9월 3일부터 시작된다. 부산국제영화제의 핵심단어를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시아 영화' 다. 세계로 나아가는 아시아 영화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시작된 것이 부산 국제 영화제였고 그 목표에 비교적 충실하다.

충무로 영화제는 한국 대중영화의 메카답게 부산영화제보다 실험성이 떨어지는 듯 하다. 상영작을 라인업이 그렇게 이야기해준다. 대중성과 작가주의 영화가 혼재해 있는 영화제다. 특히 이번 회는 '복고'가 코드인가 보다. 상영섹션을 보면 '데이빗 린','버스트 키튼','데보라 카' 같은 이름들이 나온다. <블레이드 러너><2001 스페이스오딧세이>의 특수효과 담당이었던 더글라스 트럼블의 작품세계도 소개한다. <노스페라투>를 필두로 한 독일영화사 특별전 같은 것도 흥미롭다.<양철북>,<마리아브라운의 결혼>,<굿바이 레닌>같은 작품들을 극장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한국영화특별전에서는 <카인의 후예><소나기>같은 영화를 다시 볼 수도 있다.

무성영화전에서는 변사가 직접 등장하는 최초의 한국영화<청춘의 십자로>가 다시 상영된고, 버스트 키튼의 작품에 새롭게 곡을 붙여서 라이브로 상영되기도 한단다.

칸 감독주간 40년전은...하여간 쟁쟁한 감독들의 명작들이 소개된다. 루이말의 <캘커타> 마틴 스콜세지의 <비열한 거리>러시아 감독 카렌시크나자로브의 <제로 시티>, 미하일 하네케의 <베니의 비디오> 켄 로치의 <하층민들> , 아톰 에고이안의 <어져스터> 그리고 한국영화 <박하사탕> <아름다운 시절> 등등

...11일까지로 영화제를 한다. 서울과 수도권에 계신 분들은 과거 놓쳤던 영화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 하다. 데이비드 린의 <아라비아의 로렌스>,<닥터 지바고>같은 걸 영화관에서 봐야하는데...내 세대는 TV로 그걸 본 세대다. 이번에는 70미리 상연은 하지 않고 35미리 상영한다고 한다.
http://www.chiff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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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관심도서...

ID 권태로운 창

직업: 동화작가, 속독학원원장

작품: 읽히지 않는 동화 두 편

...

뭔 말인지 궁금하시다면

포털뉴스 검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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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9-02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사들이 정말 압권이네요, 특히 동아일보 모 기자... 아고라회원과 학원선생과 동화작가를 겸업하는 게 3중생활이라니... 그럼 전 회사원과 알라딘회원과 교회선생 3중생활, 아니 잘하면 10중생활도 만들 수 있을듯...

드팀전 2008-09-02 12:49   좋아요 0 | URL
제가 본 기사도 동아일보꺼였어요...웃기는 거죠.
무슨 간첩들의 이중 생활같은 이미지를 만들어요. 밤에 단파라디오듣고 난수표 해석하고..

Arch 2008-09-03 00:09   좋아요 0 | URL
유머가 아닐까요? 유머일거라고 믿고 싶게 만드는...

드팀전 2008-09-03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약 유머라면 재미없고 지루한 잔혹 유머...

딸기 2008-09-03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웃을 수도 없는 일들이 너무 많네요.
웃기지도 않는 일들...
웃어넘기기엔 독약 같은 일들...

드팀전 2008-09-04 09:08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군요...^^

imhappy 2008-09-03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권태로운 창님의 용기에 부끄러움과 박수를 보냅니다..

드팀전 2008-09-04 09:09   좋아요 0 | URL
저분의 생각이 모든 이들이 동의하진 않겠지만 저분을 저런식으로 몰아가는 것에는 모두들 반대할 듯 합니다.
 

<거장과 마르가리타>가 TV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유투브에 있을 줄이야......로쟈님 덕분에 유투브에서 TV판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맛을 봤다. 처음에는 러시아어로 된 것 만 찾아서 안타까왔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영어자막이 있는 걸 찾았다. 물론 내 영어가 내 한국어보다는 못하지만 '보드카' 밖에 모르는 러시아보다는 영어가 낫지 않겠나..^^

 관심있는 분들은 유투브에 들어가서 The Master and Margarita 라고 검색창에 넣으면 된다. 이게 영어자막이 있는 동영상이다.

트레일러에는 자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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