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2005.9.27) 한겨레 신문을 보다 전인권이 죽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시인 김갑수의 칼럼<자유인 정운영과 전인권>에서였다.칼럼은 고인들의 자유주의적 성향이 우리사회에서 개혁운운하는 사람들의 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감상을 적었다.칼럼에서 김갑수도 말하고 있지만 이 전인권이 노래하는 그 전인권은 아니다.<남자의 탄생>으로 이름이 많이 알려진 정치학자,미술평론가 전인권 선생이다.

<남자의 탄생>은 세간의 높은 평가에도 아직 읽지를 않았다.TV 책을 말하다에도 나오고 각종 신문에서도 올해의 책으로 뽑고 그랬지만 끝까지 보질 않았다.너도 나도 운운하는 책들은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다.어떨때는 냉큼 찾아보기도 하고 어떤 때는 특별한 이유없이 '남들이 많이 찾는다는 이유'로 대중성에 비딱선을 탄다.이것도 일종의 얄팍한 문화적 우월의식인가?  어쨋거나 그 왜곡된 마음 때문에 그 책을 보지 못하고 있다니 스스로에게도 안타깝다.

하지만 정치학자가 쓴 미술책 <아름다운 사람 이중섭>은 즐겁게 읽었다.이 책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한국의 아름다운책 100권안에 들었다고 한다.이중섭 평전도 나와있고 관련된 서적들도 여러권 있지만 비미술학자가 쓴 인문학적인 미술평론집으로 훌륭했다.중간중간 이중섭의 에피소드도 들어있어서 읽기도 그리 어렵진 않았던 기억이 난다.

전인권 선생에 대해 알게 된건 S형때문이다.함께 일하던 어느날 형이 <편견없는 김대중이야기>라는 책을 들고 왔다. 전인권이란 사람을 한번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S형이 서울에서 일할때 회사 근처에 작은 서점이 있었다.거기 주인이 미혼의 노처녀였다.형이 퇴근하면서 가끔 들러서 차도 마시고 세상사는 이야기도 하고 책도 사고 그랬나 보다. 어느날 서점에 어떤 남자가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단다.그가 전인권이었단다.그 서점 주인의 오빠였는데 그녀의 말에 의하면 어려서부터 동네천재였고 다방면에 아주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서점주인은 오빠를 S형에게 소개해주고 함께 술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단다.그인연으로 해서 전인권선생이 책을 형에게 보내주었던 것 같다.(그리고 둘은 다 58년 개띠였다.)

<편견없는 김대중이야기>라는 책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다.책앞에는 저자의 서명이 있다.당시 형이 자기는 정치인 나오는 이런책 싫다고 해서 내가 덥썩 낚아챘다.하여간 형에게 들은 그의 이야기가 있어서 그랬는지 왠지 친근감이 갔다. 나 역시 언젠가 그 작은 서점에 들렀던 적이 있다.서울의 본가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꽃한다발을 사갔다.그 아줌마(?)가 처음에는 좀 당황해했었다.그런데 S형 이야기를 하며 형이 보내는 거라고 했더니 빙긋 웃으셨다. 형에게 전화도 하고 차도 한잔 얻어마셨다.그리 긴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맑고 편안한 내면이 느껴졌다.이후 그 서점도 대형서점에 밀려서 없어졌단 이야기를 들었다.

언젠가 그 인연이 조금 더 지속되었으면 전인권 선생과 함께 이야기 나눌 기회도 있었을 것 같은데..

서점 주인아주머니의 흔적도 이젠 찾기 힘들고 전인권선생의 부고는 신문 칼럼을 통해서나 들었다.

가을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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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5-09-27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전인권 선생이 죽었어요?
처음에 제목을 보고 가수 전인권이 자살했나? 했는데...
전인권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marine 2005-09-27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일이래요 언제 돌가셨죠? 저도 "남자의 탄생"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안타깝네요 별로 많은 나이도 아닌데...

비연 2005-09-27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름다운 사람 이중섭을 읽었었는데...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까운 분들이 자꾸만 사라지시는 게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바람구두 2005-09-27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름다운 사람 이중섭을 읽었는데...
돌아가셨군요, 정운영 선생 돌아가신 건 알고 있었는데....
그리고 고맙게도 잘 받았다는 인사도 전하고 싶군요.

마태우스 2005-09-27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저도 남자의 탄생 읽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