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생기기 전에 자주 듣던 말이 있다.주로 선배들이 했던 말이다.

"아기 생기면 영화 못본다.최소 몇 년 정도.그러니까 그 전에 많이 봐라"

당시에 내가 그 말을 그다지 심각하게 듣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직접 경험하지 못하면 공감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는 법이다.

예찬이가 14개월을 넘어서고 있다.내가 영화관을 찾지못한 것도 그만큼이다.우리 부부가 마지막으로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미션 임파서블3>였다.'태교에 좋지 않겠는데..' 걱정하면서 봤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 내게 올 가을이 가기전에 딱 한 편 영화를 볼 시간을 주겠다고 한다면...

나는 이 영화<원스>를 보고 싶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는 음악과 관련된 영화들은 빼놓지 않고 보려는 편이었다.

영화<원스>가 바로 그런 음악영화이다.

나는 지금 이 영화의 OST를 듣고 있다.영화를 보기 전에 영화 음악 먼저 듣는다.

 

 

 

 

전기청소기 수리공으로 일하는 남자 주인공과 체코 이민자 여자 주인공이 있다.둘 다 음악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했지만 현실은 그들을 음악에만 전념하게 해주지는 못한다.이 들은 우연히 만나게 되고 티격 태격하면서 그들만의 음악을 만든다.그리고 사랑하는 감정도 함께... 음악 잡지에서 본 대략 줄거리다.

이 영화는 더블린 국제영화제와 선댄스 국제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다.영화 감독은 존카니라는 사람이다.그는 전직 뮤지션이다.아일랜드의 프레임스라는 밴드 베이시스트 출신이라고 한다.그런 그였으니 음악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도 자연스럽다.그의 영화에 출연한 남자 주인공 글렌 한사드 역시 프레임스의 보컬리스트이다.여자배우인 마르케타 이르글로바 역시 이 그룹을 통해서 알게된 비전문배우이다.

영화에 나오는 곡들은 대개 남자 주인공 글렌 한사드가 작곡했다.기존에 그의 그룹이 녹음했던 곡들도 있고 새로 작곡한 곡도 있다고 한다.글렌 한사드가 70년 생이고 마르게타 이르글로바가 88년생이다.이 둘은 음악 작업의 동료로 시작해서 영화도 함께 찍고 실제로 연인으로까지 발전했다고 한다.


카니 감독은 아일랜드 영화협회에서 15만 달러 펀딩을 받아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물론 영화의 성공으로 수지 맞는 장사를 했다.꽉차인 시나리오도 없었으며 15일 동안 더블린 인근에서 촬영을 했다고 한다.감독 자신이 뮤지션이다 보니 특정 직종 내에서만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잘 형상화되어 있다고 한다.영화에 보면 그런 장면이 있다고 한다.음반 녹음을 하고 프로듀서가 차 안에서 들어봐야 녹음이 잘 되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한다.멤버들이 고물차를 타고 자신들이 녹음한 데모음반을 들으며 바닷가로 달려간다.감독 자신이 음악활동을 할 때 겪었던 일을 재현했다고 한다.그 바닥 사람들만은 '씨익' 웃으며 '그렇지'라고 웃을 수 있는 그런 장면이라고 한다.

씨네21에서는 영화의 기본 정서가 '덜 성장한 남자가 조숙한 여자를 만나 변화하게 되는 성장기'라고 했다.그렇지만 이 뻔한 토대를 뻔하지 않게 만들고 있는 것을 칭찬했다.

이 영화 OST는 데이안 라이스의 음반과 분위기가 비슷하다.악기 편성은 작다.목소리는 차분하며 조금은 쓸쓸하다.데미안 라이스의 염세적인 분위기보다는 한결 낫지만 그렇다고 더블린의 흐린 날씨가 지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가을에 듣기 정말 좋은 음악들이다...

오늘도 퇴근 후에 지겨운 회의가 있다.이 음악들을 들으며 집에 가는 차 안의 풍경을 떠올리며 깝깝함을 참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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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7-09-19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이번 연휴에 볼 예정입니다만 ^^a

웽스북스 2007-09-19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찜해놓은 영화, 나다에서만 개봉한다는 슬픔 ㅠ

이게다예요 2007-09-19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극장에서 예고편으로 이 영화보고 바로 아... 음악 좋다,하고 찍어놨었는데. 다들 비슷비슷한 귀를 가졌나봐요. 좋은 건 다 좋게느껴지니 말이에요.

마늘빵 2007-09-19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봉작 중에 눈이 가는 영화가 몇 있더라고요. 저 위에건 드팀전님한테 처음 소개받은(?)건데 보고 싶군요. 추석연휴에 영화관으로.

글샘 2007-09-20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다가 모죠??? 궁금 궁금...
추석에 시간이 나면 봐야지~~~

비로그인 2007-09-20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궁금하던데^^ CGV 서면에서 하는 것 같던데, 여유가 있음 볼 수 있었음 좋겠어요

웽스북스 2007-09-23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해요- 저 나다에서만 하는 줄 알았는데 몇군데 더 생겼더라고요 (나다=대학로에 있는 하이퍼텍 나다 극장이요 글샘님) 저는 메가박스에서 봤어요, 극장 선택의 폭은 좁지만, 그 와중에도 사운드 좋은 극장에서 보실 것을 추천드려요 ^^

비로그인 2007-09-29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 이 영화 저두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꼭 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