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통찰 - 위대한 석학 21인이 말하는 우주의 기원과 미래, 그리고 남겨진 난제들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4
앨런 구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명현 감수,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개인적으로 우주와 관련된 소재를 다룬 영화들을 재미있게 보았다. 우리의 우주는 무궁무진한 신비로움으로 가득차 있다. 사실, 과학적인 지식이 풍부한 편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우주의 기원과 미래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일단 목차로 먼저 살펴봤는데, 그 중 몇몇은 내 눈을 반짝이게 만들었다. 처음의 걱정스러움과는 달리 이 책의 내용은 일반독자도 (과학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독자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져 있었다. 또한, 각각의 내용들이 너무 길지 않아 읽는데도 한결 수월했던 것 같다.


과학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양자컴퓨터, 블랙홀등의 다양한 과학책들을 종종 구입해서 읽곤 한다. 물론, 너무 두꺼운 분량의 책들은 읽는데 어려움이 있을듯하여 이런류의 지식과 정보를 주는 책들은 '살림지식총서'의 책들을 애용하는데, 내용도 분량도 적당한듯하고, 무엇보다 지적허기를 채워주고 있어 좋아한다. 함께 첨부한 사진을 보아도 알 수 있겠지만, 이 책 <우주의 통찰>은 다루고 있는 내용만큼 그 분량도 많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21편의 각각의 분량이 그리 길지 않아 (짧게는 7장, 많아도 20장 내외), 지루하지 않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과학에도 다양한 분야가 있는데, 이 책에서 다루는 과학은 제목 그대로 우주와 관련된 것들이다. 앨런 구스의 '우주론의 황금시대', '급팽창 우주', 양자원숭이, 구성자이론, 브레인이론등 다양한 이론들을 접하게 되는데, 실제로 이런 과학적인 이론들은 우주, 또는 미래를 주제로 한 영화속에서 많이 등장하곤 한다. 그런 영화들을 좋아하는 탓인지 몰라도 자연스레 이런 이론들이 흥미로워졌다. 그래서  책읽는 시간이 더 즐거웠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류의 책들은 처음부터 읽을 필요는 없다. 일단 목차부터 살펴보고 관심가는 주제부터 하나하나 골라보는 재미를 느껴보시길! 그렇게 하나하나 섭렵하고 알아가는 재미, 이런 류의 책들은 그런 앎의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사실, 엣지재단(오늘날 세상을 움직이는 석학들이 한데 모여 자유롭게 학문적 성과와 견해를 나누고 지적 탐색을 벌이는 비공식 모임)이라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그런 엣지에서 선정한 내용이라 그런지 유익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물리학, 천문학, 응용수학등 다양한 관점에서 파헤친 우주를 들여다보게 된다. 신비로운 우주. 그 우주의 본질을 조금씩 알게 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이다. 우주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은 엣지 온라인 홈페이지에서 선별한 글이라고 하는데, 이중 상당수는 엣지 온라인에서 동영상이 함께 제공되고 있다고 한다. (언제 시간을 내서 한번 찾아보아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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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목차를 보았을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내용은 마틴 리스의 '매트릭스 안에서' 였다. 아마도 매트릭스 라는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눈길이 갔던 것 같다. (그외에도  션 캐럴의 '우주는 왜 지금의 모습이 되었을까'와 세스 로이드의 '양자 원숭이', 데이비드 도이치의 '구성자 이론'도 흥미로웠다.) 그러나, 나는 '마틴 리스'라는 분이 누구신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책의 설명에 따르자면 '마틴 리스'는 우주론학자아자 천체물리학자라고 한다. 500편이 넘는 연구논문을 발표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신분이라는 말에 더 기대가 되었더랬다. 게다가 이분은 내가 가장 흥미로워하는 부분인 블랙홀, 은하형성, 우주배경복사, 감마선 폭발, 퀘이사 등 우주론의 기초가 되는 중요개념들에 대해 선구적인 업적을 남겼다(p158)고 한다.

​영화를 보면 이런 주제를 많이 접하게 된다. 바로 다중우주의 개념이다. 자연의 근본 법칙과 관련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최고의 이론, 즉 초끈이론에 대한 최근의 연구는 우주가 실제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해야 하며, 자연의 법칙도 여러가지 다양한 형태가 나와야 함을 말해준다. (p162) 우리가 흔히 부르는 우주라는 것은 무한한 무언가의 극히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연의 법칙 역시 마찬가지다. 이 법칙 역시 우리가 부르는 우주안에서만 통용되는 법칙이며, 수많은 우주의 다른 우주속에서는 다양한 모습으로 다양한 법칙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생명이 또다른 모습으로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매트릭스라는 영화를 보신분이라면 이 분의 이야기에 더 흥미를 가질지도 모르겠다.

 생명과 복잡성은 정보처리 능력을 의미한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복잡한 존재는 유기체의 생명이 아니라 일종의 하이퍼컴퓨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우리 우주, 혹은 다른 우주가 자기 안에 우리 인간의 두뇌, 혹은 우리가 상상 할 수 있는 컴퓨터, 세스 로이드가 컴퓨터와 관련해서 말한 한계수준에 거의 도달한 컴퓨터조차도 훨씬 뛰어넘는 막대한 복잡성의 출현을 허용할 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다소 특이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 슈퍼 컴퓨터, 혹은 하이퍼컴퓨터는 실체의 간단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 우주의 커다란 부분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리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런 의문이 뒤따른다. 만약 이런 시뮬레이션이 우주 그 자체보다 훨씬 많은 숫자로 존재한다면, 우리가 그 중 어느 하나에 들어가 있을 가능성은 없지 않을까? 우리는 자신을 견고한 물리적 실체의 일부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착각이 아닐까? 혹시 우리가 어떤 신, 이를테면 그 시뮬레이션을 가동하고 있는 존재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개념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p165)

​영화속에서 이런 소재의 이야기들을 참 많이 접한다. 그런 영화를 볼때마다 탄탄한 구성에 놀라기도 했지만, 어떻게 그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놀라웠는데, 그들의 상상력의 바탕의 근원속에는 이렇듯 우주의 개념과 과학적인 접근이 있었던 것이다. 영화를 보며,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물리적 세계 그자체가 아닌것은 아닐까? 그저 허황된 망상이겠거니 생각하면서도 생각은 꼬리를 물고, 나만의 상상에 빠져들곤 했었더랬다. 그런데 마틴 리스라는 분이 나의 허황된 망상이고 상상에 불과했던 내용들을 과학적으로 조목조목 짚어주신다. 더불어 이와 관련하여 21세기가 제기한 위협과 기회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가장 가까운 시일내 발생할 것 같다고 말씀하신 생명공학과 유전공학의 발달의 부작용을 보며 나도 심히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SF소설에서나 등장할것 같던 일들이라고 웃고 넘기기에 기술의 변화속도는 너무나 빠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내용과 자식의 전달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남겨진 난제들까지 살펴보며 생각의 시간을 가져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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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이 책속에서는 다양한 분들의 다양한 글들이 실려 있다. 엣지에서 선정한 독창적인 글들이라 그런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좋았던 것 같다. 더불어 과학책이라고 해서 어려운 용어를 남발하거나 다소 문장을 어렵게 늘어놓는 책이 아니라 (읽기 버겁게 만드는 책이 아니라)점에서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또한  14장의 아인슈타인의 엣시 심포지엄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이론만을 쭈욱 나열한 책이 아니라,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인터뷰, 의뢰한 글 , 강연을 옮겨 적은 글등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 문체가 딱딱하지 않다. 어떤 글은 인터뷰기사를 읽듯 재미있게, 어떤 글은 강의를 듣듯 눈을 반짝이며 보게 되는데, 그것이 이 책의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이 책은 동료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루어진 격식을 차리지 않는 대화를 통해 과학계의 최신 동향을 제시한다. 진정한 제3문화의 정신에 따라 모든 내용이 전문용어도 방정식도 사용하지 않고 일상용어로 표현되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p5) 처음 서문에서 이 문장을 보았을때만 해도 그 것이 이렇게 큰 장점으로 적용될줄은 생각지 못했더랬다. 과학서적이라고 하면 그저 딱딱하고 어려운 책이라는 편견 아닌 편견도 조금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편견을 말끔히 씻어준 책이다. 요근래 읽은 과학서적중에 가장 흥미로웠던 것 같다.

​우주의 그 신비로움을 어찌다 밝힐 수 있을까(우주의 본질을 어떻게 다 꿰뚫을 수 있을까)만은 그 단면이라도 맛볼 수 있어 좋았다. 우주의 기원과 미래를 살펴보는 시간, 더불어 그로 인한 변화와 남겨진 난제까지 살펴보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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