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왕따 중학생의 추락사를 둘러싸고 경찰, 가해자와 피해자의 부모, 아이들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이가 죽었는데 경찰이건 아이들이건 부모건 모두 자기 잇속만 차리는 모습을 보이고..
흔히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에게 왕따 시킨 일을 추궁해 보면 그 아이가 왕따 당할 만한 짓을 해서 그렇다고 거의 억울해 하면서 말한다. 이 책에서도 역시 그렇다. 피해자인 유이치는 어른인 내가 봐도 당연히 왕따 당할 만하네 싶게 인간적인 매력이 전혀 없다. 오히려 가해자로 나오는 두 소년 주인공은 정말 착하고 남자 아이답게 그려진다.
왕따와 집단 폭력이 이뤄지는 배경과 아이들의 심리를 참으로 리얼하게 그렸다. 그리고 아무리 착하고 모범적인 아이라 해도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게 마련인 인간인데다 정글 같은 중학교 3년을 헤쳐 나가야 하는 중학생이라면 누구나 집단 폭행에 큰 죄책감 없이 가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중학생들은 아이가 죽은 것에 대해 일말의 동정심도 관심도 없다. 왕따였다 죽은 아이는 금방 잊혀진다.
다 읽고 왕따 이야기인데 피해자인 유이치의 입장에서 서술된 대목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 이 이야기에서 유이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객체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아이의 입장을 온전히 이해하고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단 한 명만 있었더라도 유이치는 그런 결말을 맞지 않았을 것이다. 유이치를 죽음으로 몰고 간 친구들, 가족들, 선생님들 등 개인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되고 나였다 해도 별달리 행동했을 것 같지 않지만 눈치없고 매력없고 의리없고 약자를 괴롭히고 허세 부리고 고마운 줄도 모르는 유이치의 죽음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