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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왜 하지? - 꼼꼼하게 들여다본 아홉 개의 수업 장면
서근원 지음 / 우리교육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오랜 기간 초등학교 교사를 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는 교육 인류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저자가 쓴 수업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담긴 글들. '초등 우리 교육' 잡지에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서 책으로 펴낸 것이다.
저자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수업 관찰을 통해서 교사가 수업을 할 때 고민해야 할 것이 무엇이며,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지, 또 어떤 수업이 좋은 수업인지 등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아내고 있다.
각각의 글은 실제 수업 장면에 대한 관찰로 시작되는데, 교사가 하는 말 하나하나, 학생들의 태도나 대답, 교실의 분위기 등을 그대로 글로 옮겨 놓아 실제로 내가 그 수업을 참관하는 느낌이 들게 한다. 또 현장 경험이 많은 저자가 우리 학교 현실에 밀착된 문제를 지적하고, 또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나처럼 어려운 글, 추상적인 글에 대해서 거의 난독증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도 아주 재밌고 쉽게 읽을 수 있다.
글의 구성 면에서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좀처럼 수업 공개를 하지 않는 우리 나라 교사들의 풍토에서 이렇게라도 여러 유형의 수업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교사가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교사를 기를 때나 교사를 뽑을 때나 교직 실무의 전문성이 그 중심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처음 중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한, 수업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아직 감을 못 잡은 교사로서, 이런 부분도 내게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나는 애초에 교직이나 학교에 대해 어떤 이상적인 상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기대한 것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교사로 살아간다는 일이 밖에서 보아왔던, 또는 내가 학생 시절에 선생님들을 관찰해 왔던 것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학교에 출근한 지 며칠만에 절감하게 되었다.
교직에 들어서기 전에는 막연히 교사는 수업만 잘하면 되지, 하고 생각해 왔는데-
교사들에게 수업보다 우선시하여 처리해야 하는 수많고 잡다한 행정 업무들이 있다는 것, 수업보다는 학급 경영, 학생 생활 지도가 일의 우선 순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특히 주당수업시수가 많은 과목의 경우에는 수업이 너무나도 눈 깜짝할 사이에 일상화되어 버릴 수 있다는 것, 이래서 '수업만 잘하는 것'이 우리 나라 학교 현실에서 정말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이제는 200% 절감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특히 '교사는 왜 수업에 전념할 수 없는가' 라는 장을 읽으면서 정말정말 공감하고, 분개하기도 하고,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긁어주는 것 같아 속이 시원하기도 하였다. 특히 이 장은 우리 나라 교육부 장관, 대통령에게 꼭 읽혀야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혹시 나는 중등 교사인데, 이 책은 초등 학교 수업에 대한 이야기이네, 나랑 별 상관이 없을지 모르겠어, 라고 생각하는 선생님들이 계시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책을 보시라고 얘기하고 싶다. 이 책을 읽은 바에 의하면, 내가 있는 중학교나 여기에 나오는 초등 학교나 수업과 관련하여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은 비슷했고, 또 수업이 어때야 하는가, 라는 기본적인 문제는, 파고 들어가면 학교급을 넘어서는 논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로서 자신의 수업에 불만이 많은 분들, 어떻게 수업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이 책은 정말 생각할 여지를 많이 주고, 반성도 많이 하게 한다. 많은 교사들이 이 책을 읽고, 같이 고민하고, 같이 문제를 해결하고, 그래서 우리 나라에 좋은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들이 점점 많아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그런데 교직에 있지 않은 분들이 이 책을 읽으면 공감도도 떨어지고 별로 재미 없어 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