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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예감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7년 3월
평점 :
습작같았던 그녀의 단편집 [도마뱀]을 끝으로 그녀를 향한 애정어린 시선과 손길을 뚝 끊었다. 딱히 그 소설이 맘에 안들어서가 아니라 그때는 그랬다. 괜시리 미웠다. 별것들이 다 소재가 되고 이야기 되는 그녀의 소설을 향한 질투였을지도 모르고, 다른 중편들에 비해 잘 전해지지 않았던 감동 때문에(무감동) 그녀의 글빨을 살짝 무시하며 정성부족을 따졌는지도 모른다. 어쨋든 난 그녀의 작품을 향해 우습게도 절독을 선언했다. 그렇게 2년여....3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친구의 서재에 꼽혀있는 이 책을 발견하곤 손이 먼저 뻗어버렸다. 그동안 그녀의 글이 그리웠던 것인지 아님 기대감 때문인지... 그렇게 책을 읽었다. 그렇게 슬픈 예감을 만났다. 이승환의 노래 '한 사람을 향한 마음'에 이런 가사 나온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적이 없나" 이 책도 그랬다. 야요이의 예감도 사실이 되었고, 글을 읽고 내가 느낀 예감도 모두 틀리지 않고 다 맞아들어갔다. 그래서 뻔했기 때문에 실망한 부분도 있었고 책을 다 덮고는 나도 모르게 '뭐야 연애소설이잖아' 라고 단언해버리기도 했지만 또 다시 절독을 선언할 만큼의 실망은 되지 않았다. 기분이 묘하게 좋았다고나 할까... (어째 문장들이 확실한 것 하나없이 뭐뭐라고나 할까....식으로 끝을 맺고 있네. 아무래도 내 감정이 복잡미묘하기 때문이겠지.)
야요이의 가출이 내 가출이 되길 잠시 소망해보았다. 평안한 가운데 가출하는 것, 돌아갈 곳이 있시 가출 하는 것, 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는 상태로.... 지금의 내 상태는 매우 평온하다.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공부도 하고 있고 내가 좋아하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적은 돈이지만 돈도 벌고 있다. 그런데 나는 다시 이곳으로 돌아 올수 있기 때문에 이곳을 잠시 뒤로 하고 도망치고 싶다. 사랑하는 당신도 두고, 집도 두고, 하고 싶어했던 공부도 뒤로 하고 가출을 하고 싶다. 나를 찾는 여행이든,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든 계획없이 무모한 여행을 가출을 하고 싶다. 그래서 야요이의 집나감과 돌아옴이 내게 카타르시스를 전해준 듯하다.
야요이에게 다가올 미래는 어떤걸까. 이 책이 만일 한국 드라마였다면 집안의 반대와 두 남매의 가출로 이어지지 않을까. 책은 미래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냥 닫아버린다. 나도 그 다음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현실에, 내 감정에 충실할텐데... 인생이 소설 같다면 참말 좋을텐데... 사춘기 시절 소설을 읽을 때 감정이입을 너무해서 주인공을 나로 만들어버리고 읽고 나면 머리가 띵할 만큼 울기도 하고 헤어나오지 못하곤 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다시 이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제 2의 사춘기라도 맞이 하는 것인가, 친구들은 "네가 지금 너무 편해서, 상팔자라서 그래!" 라고 말하는데 정말 내가 지금 늘어지게 행복해서 이러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서 말인데... 올해가 가기 전에 무모한 가출...한 번 시도해보고 싶다. 만일 내가 집을 정말 나가게 된다면 야요이 너 때문이다. 책임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