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내용인지 예고편 한번 보지 않고 영화를 보러갔다. 2012를 읽을 때 이영일이 라고 불러야지 이천십이년이라고 부르면 안된단다. 마치 지오디를 가드라고 부르면 안되는 것, 에이치오티를 핫이라고 부르면 안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영화를 다 본 지금 대체 왜 그런지 알수가 없다. 이천십이년이라고 해야 훠~~얼씬 더 정확한건데 말이다. 어쨋든, 좌우당간!!! 영화를 보는내내 해운대가 오버랩되면서 해운대가 그리워졌다.
행성이 태양과 일직선으로 나열되면서 지구의 지각이 이동한다. 그로인해 화산폭발과 지진, 쓰나미등이 일어난다. 거대한 쓰나미는 전세계를 뒤엎고 여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미국, 중국,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의 국가가 연합하여 비밀리에 만드는 배에 타는 길 뿐이다. 이 배의 탑승권은 10억유로. 젠장 우리나라는 여기에 못꼈다. 괜히 기분이 상했다.
엄청난 스케일의 영화다. 미국의 전역이 사라지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말이다. 해운대에서 보았던 인간군상들의 자연에 대해 저항 할 수 없이 그냥 당하기만 해야하는 공포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는 카메라가 CG보여주기에 급급해서 인간을 다 없앴기 때문이다. 지진으로 인해, 화산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또 그것을 피해 도망가는 대상은 오로지 주인공 가족들 뿐이다. 거듭되는 아슬아슬한 장면은 식상하기까지 하다. 객관적인 시선으로만 보는 영화는 나와 일치감이 없기 때문에 긴장감이 없다. 어떤 평론가가 이 영화에 대해 드라마가 CG를 깎아먹는다는 표현을 썼다. 정말 그랬다. 한참 긴장감을 줘야 할 때 쓸데없는 대사나 장면으로 인해 긴장감이 풀어져버리고, 배우들의 대사에는 애절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엘레베이터에 갇힌 엄정화가 전화를 통해 박중훈과 나누던 대사는 두 사람의 연기가 너무 어설픔에도 눈물을 자아냈다. 슬펐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의 이들에게서는 어떤 마음의 요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디테일이 사라진 거대한 쓰나미의 2012는 무감동의 영화였다. 그저 엄청난 CG에 입만 쩍 벌어진 그런 영화였다.
인디펜던스 데이를 처음 봤던 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이런 영화가 존재할 수 있다니... 그러나 지금은 그런 영화는 지천에 깔렸다. 그리고 2012를 본 지금, 인디펜던스 데이의 명성이 사라질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