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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그녀에게 - 서른, 일하는 여자의 그림공감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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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부럽다. 좋아하는 그림을 맘껏 좋아할 수 있고, 또 운좋게 실제로 보았다니 더더더 부럽다. 수많은 그림들이 그녀의 일상과 버무려져 감동도 주고, 즐거움도 주고, 위로도 준다. 정말이지 그림이 그녀의 일상으로 들어간건지, 그녀의 일상이 그림으로 들어간건지 모르겠다. 

나는 좋아하는 그림이 있다. 사실 이 그림을 만난건 3년전 모 그룹에서 나온 달력이었다. 박수근을 비롯하여 이름이 꽤 알려진 분들의 작품이 실려있는 달력이었는데 나는 그 중 장욱진의 그림에 감동한 것이다. 그 후 그의 그림세계에 푹 빠져들었고 한 작품 한 작품에 의미를 부여해 가며 그림을 내것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나는 그의 작품을 단 한번도 직접 본적이 없다. 용기가 나지 않았다. 달력 그림을 통해 울렸던 내 가슴이 실제 그림을 접하고는 더이상 울리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과 실제가 아닌 환타지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 그런 것들 때문이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보고 싶다 보고 싶다  노래를 부른다. 

그녀가 부럽다. 자유롭게 여행 다니는 그녀가(비록 혼자하는 여행을 그닥 좋아하지 않더라도), 치열하게 일 할 수 있는 현장을 가진 그녀가, 혼자 살아가야할 딸에게 시를 들려주는 아버지가 있는 그녀가. 서른 살의 나이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출판사 아트북스에서 책을 낸 그녀가. 그래서 그런가 책 읽는 속도가 참 더뎠다.  문장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내 생각이 많아서였다.  지금은 많은 것이 막막해 보이고 점쟁이에게 의지해야할 만큼 불투명한 미래로 불안해하지만 그것이 웬지 더 큰 희망으로 가는 길처럼 느껴지는 것에 대한 질투였을 것이다.  내 인생도 아직 확실히 정해진 건 없지만 그 만큼 희망적으로 느껴지지 않음에서 오는 질투... 그것 때문인듯하다.  

책을 다 읽고 책에 살짝 낙서를 해보았다. 그녀의 생각과 글에 내 생각과 글을 보탰다. 두번째 읽는 중인데 처음에 놓쳤던 부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밑줄도 긋고 필요한 그림들은 찾아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문득 장욱진의 그림이 3년전 내게 먼저 말을 걸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내 차례인가!, 이번엔 내가 그림에게 다가갈 차례인가! 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새봄이 되어 개나리가 필 때 즈음엔 친정 옆에 있는 장욱진 생가에 꼭 다녀와야지. 그리고 어리석었던 두려움 따위 떨쳐내고 그림속을 걸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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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방 - 아나운서 김지은, 현대미술작가 10인의 작업실을 열다
김지은 지음, 김수자 그림 / 서해문집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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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 김지은 아나운서를 통해 많은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알아간다. [서늘한 미인]을 통해 21명의 젊은 작가를 알았고 이번 [예술가의 방]을 통해 10명의 젊은 작가를 또 알았다.  그녀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과 그들의 삶, 예술관, 작품을 알리는 [전도사]의 역할을 하는 듯 하다. 내게 있어 그녀는 스승이자 의사이지만 말이다. 

  [예술가의 방]은 김지은 아나운서가 10명의 작가들을 찾아가서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책이라고하지만 사실은 찾아가기 전,  찾아가는 길, 찾음과 돌아오는 길에 걸친 기행문과 같은 책이다. 손동현의 집에 가는 길에는 힘겨운 세상살이에 한숨을 보탤것만 같은 계단이 이어지고, 이동기의 작업실 '장흥아트파크'는 공원의 가장 특이한 변종들인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 표시가 짝꿍처럼 따라다니는 파크의 숲을 수없이 지난 끝에 있다. 배준성의 예전 작업실 가는 길은 한여름 쓰레기장에서 나는 듯한 역한 냄새로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이고 이 영섭의 작업실에 가기위해서는 도화지에 자기 마음의 가장 "그리워하던" 것 그리기, 그리고 나무-되기. 수업을 마쳐야만 했다.  이 길들을 지나 찾아간 그들의 공간에는 녹록치 않은 예술가의 삶과 고뇌, 그리고 잉태의 수고를 보여주는 완성되지 않은, 완성으로 가고 있는 작품들. 그리고 출산의 고통을 드러내주는 완성된 작품들이 걸려있고, 누워있고, 세워져 있었다. 

  언젠가 김지은 아나운서가 진행한 [즐거운 문화읽기]에서 예술가가 되려면 [환장]해야 한다는 말을 한적이 있다. 미쳐야만 한다고.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들의 광끼를 조금 엿본것 같다. 아주 곱게 미친... *^^*  

  지금 대학로에서는 일본의 극작가 마쓰다 히데오의 [억울한 여자]라는 연극이 초연되고 있다. 주인공 유코는 호기심 많고, 솔직하고, 집요한 구석이 있으며, 아주 작은 것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외로운 사자이야기]라는 그림책을 쓰는 다카다와 결혼해 살게 된 이 작은 시골마을에는 수수께끼 같은 아주 크고 벌벌 떠는 매미 '떨매미' 의 소문이 무성하다. 그녀는 그 떨매미를 찾아 모험을 시작한다. 그녀는 너무 진지한데 사람들은 비웃는다. 조롱 한다. 이해하지 못한다. [외로운 사자이야기] 라는 그림책을 통해 세상이 보는 눈에서 상처 받은 사자의 아름다운 치유를 말하는 다카다도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외로운 사자이야기]를 읽고 감동받았다던 동네 사람들도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는 이상한 사람이 되고 평범한 삶을 살라고 종용당한다. 

   유코의 삶에서 예술가들의 삶을 보았다. 결코 평범하지 않으며, 아니 평범할 수 없으며. 타인의 이해를 구하기보다 자신의 개성과 신념을 밀고 나가는 열정. 그런 것을 보았다. 나는 예술가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김지은 아나운서가 소개시켜주는 젊은 작가들을 만나러 미술관을 찾고 책을 읽고, 인터넷을 항해한다. 나는 예술가들의 삶을 사랑한다. 그래서 그들의 말에서 배우고, 그들의 생활 태도에서 배운다. 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사랑한다. 작품에서 그들의 고뇌를 배우고, 땀을 배우고, 창의성에 감탄하고, 눈물을 만난다. 나 또한 예술가들처럼, 유코처럼 평범함을 거부하고 내 안의 열정으로 반쯤 미친채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들을 더 끌어안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예술가의 방에서는 냄새가 난다. 먹물 냄새가 나고, 유화 물감 냄새가 나고, 아교풀 냄새가 나고, 나무 냄새가 나고, 돌 냄새가 나고, 곰팡내와 쓰레기 냄새, 매연 냄새도 난다. 그리고 땀 냄새가 난다. 좋은 사람, 좋은 작가, 좋은 작품, 좋은 글, 좋은 생각을 만나게 해준 작가 김지은에게 감사를 전하며 멋들어진 개인 작업실이든, 나라가, 구가, 사업체가 제공한 공동 작업실이든, 곰팡내와 쓰레기 냄새가 뒤엉킨 지하 작업실이든  작품과 씨름하며 고뇌하고 땀흘리고 있을 예술가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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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것이 미술사일까? - 서양미술사 400년의 편견과 오류
제임스 엘킨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아트북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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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는 제대로 된 미술 감상자가 되기 위해 현재 미학과 미술사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미술사의 개론서로 E ․ H.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를 선택하고 저 또한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미술사의 전부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미술사일까?” 에서는 곰브리치를  비롯해 기존의 미술사가 들의 책을 샅샅이 뒤적거리며 부족한 점을 들추어내고 가장 완벽한 미술사를 향한 연구를 보여줍니다.

   “과연 그것이 미술사일까?” 는 나만의 맞춤형 미술사 발견하기로 시작이 됩니다. 제일 처음 나오는 것이 미술사 지도를 그리는 것입니다. 기존의 미술사가 들이 정해놓은 순서의 미술사가 아닌 지금의 내 작업, 내 미술세계에 영향을 미친 미술사조 또는 예술인을 여러 가지 순서로 나열하는 것입니다. 알타미라 동굴벽화에서 시작하여 현대포스트 모더니즘으로 끝나는 시대 순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을 가장 가까이에 두기도 하고, 그다지 자신의 미술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 미술사조는 기존의 미술사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 해도 과감히 삭제하는 식의 순서입니다.  저도 책을 읽고 나만의 미술 지도를 그려보았습니다. 미술 생산자가 아닌 오직 수용자의 입장이긴 하지만 저의 미술 세계에 영향을 미친 미술사조와 화가를 나열해보면 내 미술 인생의 큰 기둥은 팝아트 이고 세 명의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예술가를 꼽으라면 앤디워홀, 이 책의 표지를 그린 로이 리히덴 슈타인, 한국의 젊은 작가 강영민을 꼽을 수 있습니다. 나에게 있어 예술의 태양은 고흐, 피카소, 샤갈일 것입니다. 아무래도 그 들의 작품세계와는 무관한 이름뿐인 명성이라도 그것이 없었다면 미술관에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테니 말입니다.

  저자 제임스 엘킨스는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조르조 바사리를 최초의 미술사가로 꼽으며 그의 미술사부터 최근의 곰브리치까지 아주 자세히 헛점들을 들추어냅니다. 그리고는 나름의 완벽한 미술사에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그의 결론은 완벽한 미술사는 없다는 것입니다.

   몇달 전 [빛의 화가 모네 전]에 다녀왔습니다. 미술에 문외한인 친구와 함께 가서 저는 모네야 말로 현대 미술의 시작이 아닐까 한다며 잘난 척을 떨었습니다. 있는 그대로가 아닌 추상의 이미지가 보이는 작품들을 가리키며 아주 얕은 나의 미술사 지식을 늘어놓았습니다. 나는 왜 미술사를 공부했을까? 친구들 앞에서 화가들에 대해서 몇 문장으로 정의 내리고 교양인인척 하기 위함일까. 엘킨스는 미술사는 많은 사람들이 논쟁적이며 당파적인 목적을 위해 만들어낸 다양한 이야기들로 보여질 때 비로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고정된 생각, 고정된 미술사가 아니라 자신만의 미술사를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울 때 그것이 진정한 미술사를 공부하는 기쁨이란 것입니다. 우리는 미술을 감상할 때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조금 알고 있는 미술사에 갖다 붙여야 직정이 풀립니다. 미술사를 모르면 미술 감상도 못할 것처럼 주눅 들어 있고, 미술관만 가면 경직됩니다. 이 책을 통해 기존의 미술사도 완벽하지 못함을 알게 되었고 어깨에 꽉 들어간 힘이 조금씩 풀림을 느꼈습니다. 물론 기존의 미술사책이 없었다면 미술에 대한 이야기의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터이니 곰브리치를 비롯한 미술사학자들에게는 감사를 전합니다.

저는 감상자입니다. 미술 전문가가 아니라 자유롭게 감상하는 감상자입니다. 미술사에 메여 오그라들었던 마음을 열고 나만의 미술사 지도를 그려가며 내게 영향을 준 미술가들을 공부하고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감상하는 전문 감상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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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
조영남 지음 / 한길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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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에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어려운 현대미술사(?)의 용어들을 쉽게 잘 정리해놓은 책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조영남 개인의 입맛에 따라서 지어진 책이지만 어쩌면 가장 주관적인 것이 가장 객관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독학한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고질이라고나 할까... 객관적임, 보편성에서 너무 벗어나면 정통의 길을 걷지도 않은 것이 어디서 까부냐 소리를 들을테니 최대한 고독하고 독창적이게 자신의 입장을 지키면서도 은근히 주류를 따라가는 거다.

머릿말을 읽고는 아씨 책 잘 못 샀다. 라는 생각을 했다. 나올 책이 있었는데 라디오 진행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미뤄지면서 그 궁여지책으로 출판사에 미안함으로 내놓은 책이라니. 이 이유가 다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작가의 말에 그렇게 써놓으니 기대감보다는 실망감이 앞섰다. 처음 1장을 읽을 때는 또 한편의 수필을 만나게 되나보다 했다. 요즘 나오는 미술에 관한 대중서라는 것이 대부분 수필집이 아니던가. 가볍고 가벼워 날아갈것만 같은... 그런데 2장부터 시작되는 지극히 주관적이면서 어쩔수 없이 객관적인 작가의 마네 예찬론은 살짝 울림 같은 걸 가져다 주었다. 3장부터 시작되는 작가의 미술용어 정리는 그 어떤 사전보다도 쉽고 즐거웠다. 마지막 장에서 곧 현대 미술의 메카가 서울이 될것이다 라고 끝맺음을 맺는데  '이냥반 서울 시장이라도 나가려나' 하는 불순한 생각과 '그래 이냥반도 어쩔수 없는 한국인이구만  손은 안으로 굽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끝내 감사함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던 건 희망이란 놈을 봐버렸기 때문이다.  한 때 [맞아죽을 각오로 쓴 100년 만의 친일선언]때문에 꺽임을 당했던 그는 어느새 애국자가 되어 있었다. 물론 예술분야에 국한해서...

나는 미술전공자도 아니고 그저 그림이 좋아서 미술관에 밥먹는 것보다는 조금 적게 극장가는 것보다는 조금 많이 들락날락 거리는 사람이다. 현대미술만 어렵겠는가 온~ 세상의 미술이 다 어렵다. 그래도 즐거운 걸 어떡하랴! 알고 보면 더 재밌다길래 용어 설명이 조금은 쉬운 책들만 자꾸 골라읽게 된다. 얼마전 미술관 직원분이 [현대미술의 전략]이라는 책을 읽고 계시기에 잠깐 빌려 휘리릭~~ 봤는데 너무 어렵다. 그래도 공부한다 생각하고 독파해보려고 했으나 서점에 갔다가 이 책을 보고는 급 선회하여 조영남의 손을 들어주었다. 지금 내 기분은 전혀 후회도 안되고 내용도 알차 배가 잔뜩 부른 상태다. 30년을 독학으로 미술공부를 했다는 조영남의 풍성한 미술적 지식을 엿볼수도 있고 나도 할 수 있어! 라는 자신감 같은 것도 생긴다.

독일의 신표현주의 부분에서 독일 미술의 부활은 다른 곳에서는 감히 찾아보기 힘든 쇼펜하우어와 니체라는 굵은 뿌리에서 기인한다 라고 말한다. 미술사 책을 보다보면 철학을 떨어뜨려 놓고는 이해하기 힘듦을 발견한다. 흔들리지 않는 뿌리가 있어야만 울창한 숲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결심하는 바이지만 이제 겉핡기는 그만해야겠다. 흔들리지 않는 뿌리 내리기를 먼저 해야지. 자~ 이제 뭐부터 해야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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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도시 꾸리찌바 - 개정 증보판
박용남 지음 / 녹색평론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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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친구와 함께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레 교통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 중 한 사람이 서울의 도시교통을 완전히 싹 바꾸어 놓은 사례가 있기에 자연스레 그렇게 된 것이었지요. 저는 자가 운전자이기에 도로도 좁은데 버스 전용차선이 만들어지는 바람에 더욱 불편하다고 했고, 노원 상계동 쪽에 사는 친구는 미아 쪽은 도로가 좁아 늘 차가 꽉꽉 막히던 곳이었는데 버스전용차선제 덕분에 아침 시간 막히지 않고 출근할 수 있게 되었다며 서민들에게는 아주 편리한 교통 체계라는 말을 했습니다. 또한 덧붙여 버스에 손님이 없어 다 죽어가고 있었는데 요즘 아침, 저녁의 풍경을 보면 버스에 사람들이 아주 꽉 들어차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너무 나 중심적으로만 생각했구나 하는 생각에 숙연해지기까지 하더군요.
 

얼마 후 과제를 위해 이 책 [꿈의 도시 꾸리찌바]를 샀습니다. 태어나 처음 듣는 도시 이름이었고 대체 어느 나라에 있는 도시인지도 알 수 없었습니다. 일본인가? 스페인인가? 1장을 읽고, 2장, 3장을 넘기면서 우리나라 서울에서 현재 실시하고 있는 버스전용차선제 및 색으로 표시한 버스의 구분, 환승제도 등이 바로 이곳에서 온 것임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개발도상국쯤으로 알고 있던 브라질의 한 도시에서 이런 꿈의 도시를 만들고 있는 줄은 정말 까맣게 몰랐습니다. 마치 어린 시절 만화에서 보았던 것 처럼 기계의 엄청난 발전과 환경의 무분별한 파괴로 인해 멸망한 지구에 유리돔같은 것으로 둘러싼 인공 도시를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도시를 만드는데 있어서 중심 사상이 어디까지나 '인간과 환경'에게  있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돈이 많아서 시작한 것이 아니요, 오직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던 도시 계획이라는 것이 감동스러웠습니다.

 

꾸리찌바의 도시계획은 네 가지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는데, 즉 물리적  경제적  사회적변화와 문화적 변화가 그것입니다. 1장에 이 네가지 혁명이 간단하게 요약되어 있고 3장부터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지은이 박용남은 끊임없이 [지속성]에 대해서 강조하는데 이 부분에서 참 많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처음 도시계획을 시작할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함없는 큰 줄기를 가지고 시장(mayor)들의 개인적 특성과 민족적 개성 등을 잘 살려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거철만 되면 공약이 바뀌고 도시 계획이 바뀝니다. 4년의 임기안에 후딱 후딱 일을 처리해내지 않으면 그동안 해왔던 계획들이 수포로 돌아가 버리기 일쑤 입니다. 그런면에서 1970년대에 처음 시작한 혁명적 변화가 지금까지 그 맥락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경이로운 일입니다.

 

사진과 글들을 보면서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혁명적 변화의 결과를 가져왔지만 그 시작이나 과정을 살펴보면 그다지 파격적인 것은 없었습니다. 특히나 [쓰레기 아닌 쓰레기] 프로그램의 경우는 큰 과학적 기술이나 거대자본을 들이지 않고도  전시민을 환경지킴이로 만들었으며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저소득층 사람들에게는 삶의 질 향상의 기회도 마련해주었습니다. 지은이 박용남은 에필로그를 통해 한없는 부러움과 자기성찰을 표현했고 우리들의(시민 뿐 아니라 도시 계획을 하는 정치가들) 각성을 요구 합니다. 또한 꾸리찌바를 넘어서는 것이 결코 어렵지도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합니다. 저 또한 책을 읽으면서 환경도시를 만드는 일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떠오르는 말은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라는 말이네요.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작은 실천을 시작으로 한번 해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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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9 1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04-19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티비에서도 꾸리찌바를 소개하더군요. 버스가 어찌나 편리하게 되어있고
교통망도 합리적으로 되어있던지 부럽더군요. 님의 리뷰만큼이나 멋진 도시에요^^

이쁜하루 2007-04-19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님 저도 다른 책을 먼저 선택했던지라 만일 그책이 품절이 아니었다면 이책을 못읽을 뻔했답니다. ^^ 기회되면 꼭 읽어보세요~~
혜경님 티비에서 꾸리찌바가 나왔군요. 전 이 책을 읽기전에는 들어보지도 못했었답니다. 그 프로그램 한번 보고 싶네요 그러면 레포트를 더 잘 쓸 수 있을것 같아서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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