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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것이 미술사일까? - 서양미술사 400년의 편견과 오류
제임스 엘킨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아트북스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저는 제대로 된 미술 감상자가 되기 위해 현재 미학과 미술사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미술사의 개론서로 E ․ H.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를 선택하고 저 또한 그랬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미술사의 전부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미술사일까?” 에서는 곰브리치를 비롯해 기존의 미술사가 들의 책을 샅샅이 뒤적거리며 부족한 점을 들추어내고 가장 완벽한 미술사를 향한 연구를 보여줍니다.
“과연 그것이 미술사일까?” 는 나만의 맞춤형 미술사 발견하기로 시작이 됩니다. 제일 처음 나오는 것이 미술사 지도를 그리는 것입니다. 기존의 미술사가 들이 정해놓은 순서의 미술사가 아닌 지금의 내 작업, 내 미술세계에 영향을 미친 미술사조 또는 예술인을 여러 가지 순서로 나열하는 것입니다. 알타미라 동굴벽화에서 시작하여 현대포스트 모더니즘으로 끝나는 시대 순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을 가장 가까이에 두기도 하고, 그다지 자신의 미술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 미술사조는 기존의 미술사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 해도 과감히 삭제하는 식의 순서입니다. 저도 책을 읽고 나만의 미술 지도를 그려보았습니다. 미술 생산자가 아닌 오직 수용자의 입장이긴 하지만 저의 미술 세계에 영향을 미친 미술사조와 화가를 나열해보면 내 미술 인생의 큰 기둥은 팝아트 이고 세 명의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예술가를 꼽으라면 앤디워홀, 이 책의 표지를 그린 로이 리히덴 슈타인, 한국의 젊은 작가 강영민을 꼽을 수 있습니다. 나에게 있어 예술의 태양은 고흐, 피카소, 샤갈일 것입니다. 아무래도 그 들의 작품세계와는 무관한 이름뿐인 명성이라도 그것이 없었다면 미술관에 갈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테니 말입니다.
저자 제임스 엘킨스는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 조르조 바사리를 최초의 미술사가로 꼽으며 그의 미술사부터 최근의 곰브리치까지 아주 자세히 헛점들을 들추어냅니다. 그리고는 나름의 완벽한 미술사에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그의 결론은 완벽한 미술사는 없다는 것입니다.
몇달 전 [빛의 화가 모네 전]에 다녀왔습니다. 미술에 문외한인 친구와 함께 가서 저는 모네야 말로 현대 미술의 시작이 아닐까 한다며 잘난 척을 떨었습니다. 있는 그대로가 아닌 추상의 이미지가 보이는 작품들을 가리키며 아주 얕은 나의 미술사 지식을 늘어놓았습니다. 나는 왜 미술사를 공부했을까? 친구들 앞에서 화가들에 대해서 몇 문장으로 정의 내리고 교양인인척 하기 위함일까. 엘킨스는 미술사는 많은 사람들이 논쟁적이며 당파적인 목적을 위해 만들어낸 다양한 이야기들로 보여질 때 비로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고정된 생각, 고정된 미술사가 아니라 자신만의 미술사를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울 때 그것이 진정한 미술사를 공부하는 기쁨이란 것입니다. 우리는 미술을 감상할 때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조금 알고 있는 미술사에 갖다 붙여야 직정이 풀립니다. 미술사를 모르면 미술 감상도 못할 것처럼 주눅 들어 있고, 미술관만 가면 경직됩니다. 이 책을 통해 기존의 미술사도 완벽하지 못함을 알게 되었고 어깨에 꽉 들어간 힘이 조금씩 풀림을 느꼈습니다. 물론 기존의 미술사책이 없었다면 미술에 대한 이야기의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터이니 곰브리치를 비롯한 미술사학자들에게는 감사를 전합니다.
저는 감상자입니다. 미술 전문가가 아니라 자유롭게 감상하는 감상자입니다. 미술사에 메여 오그라들었던 마음을 열고 나만의 미술사 지도를 그려가며 내게 영향을 준 미술가들을 공부하고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감상하는 전문 감상자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