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
조영남 지음 / 한길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작가는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에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어려운 현대미술사(?)의 용어들을 쉽게 잘 정리해놓은 책이기 때문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조영남 개인의 입맛에 따라서 지어진 책이지만 어쩌면 가장 주관적인 것이 가장 객관적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독학한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고질이라고나 할까... 객관적임, 보편성에서 너무 벗어나면 정통의 길을 걷지도 않은 것이 어디서 까부냐 소리를 들을테니 최대한 고독하고 독창적이게 자신의 입장을 지키면서도 은근히 주류를 따라가는 거다.

머릿말을 읽고는 아씨 책 잘 못 샀다. 라는 생각을 했다. 나올 책이 있었는데 라디오 진행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미뤄지면서 그 궁여지책으로 출판사에 미안함으로 내놓은 책이라니. 이 이유가 다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작가의 말에 그렇게 써놓으니 기대감보다는 실망감이 앞섰다. 처음 1장을 읽을 때는 또 한편의 수필을 만나게 되나보다 했다. 요즘 나오는 미술에 관한 대중서라는 것이 대부분 수필집이 아니던가. 가볍고 가벼워 날아갈것만 같은... 그런데 2장부터 시작되는 지극히 주관적이면서 어쩔수 없이 객관적인 작가의 마네 예찬론은 살짝 울림 같은 걸 가져다 주었다. 3장부터 시작되는 작가의 미술용어 정리는 그 어떤 사전보다도 쉽고 즐거웠다. 마지막 장에서 곧 현대 미술의 메카가 서울이 될것이다 라고 끝맺음을 맺는데  '이냥반 서울 시장이라도 나가려나' 하는 불순한 생각과 '그래 이냥반도 어쩔수 없는 한국인이구만  손은 안으로 굽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끝내 감사함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던 건 희망이란 놈을 봐버렸기 때문이다.  한 때 [맞아죽을 각오로 쓴 100년 만의 친일선언]때문에 꺽임을 당했던 그는 어느새 애국자가 되어 있었다. 물론 예술분야에 국한해서...

나는 미술전공자도 아니고 그저 그림이 좋아서 미술관에 밥먹는 것보다는 조금 적게 극장가는 것보다는 조금 많이 들락날락 거리는 사람이다. 현대미술만 어렵겠는가 온~ 세상의 미술이 다 어렵다. 그래도 즐거운 걸 어떡하랴! 알고 보면 더 재밌다길래 용어 설명이 조금은 쉬운 책들만 자꾸 골라읽게 된다. 얼마전 미술관 직원분이 [현대미술의 전략]이라는 책을 읽고 계시기에 잠깐 빌려 휘리릭~~ 봤는데 너무 어렵다. 그래도 공부한다 생각하고 독파해보려고 했으나 서점에 갔다가 이 책을 보고는 급 선회하여 조영남의 손을 들어주었다. 지금 내 기분은 전혀 후회도 안되고 내용도 알차 배가 잔뜩 부른 상태다. 30년을 독학으로 미술공부를 했다는 조영남의 풍성한 미술적 지식을 엿볼수도 있고 나도 할 수 있어! 라는 자신감 같은 것도 생긴다.

독일의 신표현주의 부분에서 독일 미술의 부활은 다른 곳에서는 감히 찾아보기 힘든 쇼펜하우어와 니체라는 굵은 뿌리에서 기인한다 라고 말한다. 미술사 책을 보다보면 철학을 떨어뜨려 놓고는 이해하기 힘듦을 발견한다. 흔들리지 않는 뿌리가 있어야만 울창한 숲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결심하는 바이지만 이제 겉핡기는 그만해야겠다. 흔들리지 않는 뿌리 내리기를 먼저 해야지. 자~ 이제 뭐부터 해야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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