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방 - 아나운서 김지은, 현대미술작가 10인의 작업실을 열다
김지은 지음, 김수자 그림 / 서해문집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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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 김지은 아나운서를 통해 많은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알아간다. [서늘한 미인]을 통해 21명의 젊은 작가를 알았고 이번 [예술가의 방]을 통해 10명의 젊은 작가를 또 알았다.  그녀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과 그들의 삶, 예술관, 작품을 알리는 [전도사]의 역할을 하는 듯 하다. 내게 있어 그녀는 스승이자 의사이지만 말이다. 

  [예술가의 방]은 김지은 아나운서가 10명의 작가들을 찾아가서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책이라고하지만 사실은 찾아가기 전,  찾아가는 길, 찾음과 돌아오는 길에 걸친 기행문과 같은 책이다. 손동현의 집에 가는 길에는 힘겨운 세상살이에 한숨을 보탤것만 같은 계단이 이어지고, 이동기의 작업실 '장흥아트파크'는 공원의 가장 특이한 변종들인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천 표시가 짝꿍처럼 따라다니는 파크의 숲을 수없이 지난 끝에 있다. 배준성의 예전 작업실 가는 길은 한여름 쓰레기장에서 나는 듯한 역한 냄새로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이고 이 영섭의 작업실에 가기위해서는 도화지에 자기 마음의 가장 "그리워하던" 것 그리기, 그리고 나무-되기. 수업을 마쳐야만 했다.  이 길들을 지나 찾아간 그들의 공간에는 녹록치 않은 예술가의 삶과 고뇌, 그리고 잉태의 수고를 보여주는 완성되지 않은, 완성으로 가고 있는 작품들. 그리고 출산의 고통을 드러내주는 완성된 작품들이 걸려있고, 누워있고, 세워져 있었다. 

  언젠가 김지은 아나운서가 진행한 [즐거운 문화읽기]에서 예술가가 되려면 [환장]해야 한다는 말을 한적이 있다. 미쳐야만 한다고.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들의 광끼를 조금 엿본것 같다. 아주 곱게 미친... *^^*  

  지금 대학로에서는 일본의 극작가 마쓰다 히데오의 [억울한 여자]라는 연극이 초연되고 있다. 주인공 유코는 호기심 많고, 솔직하고, 집요한 구석이 있으며, 아주 작은 것에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한다. [외로운 사자이야기]라는 그림책을 쓰는 다카다와 결혼해 살게 된 이 작은 시골마을에는 수수께끼 같은 아주 크고 벌벌 떠는 매미 '떨매미' 의 소문이 무성하다. 그녀는 그 떨매미를 찾아 모험을 시작한다. 그녀는 너무 진지한데 사람들은 비웃는다. 조롱 한다. 이해하지 못한다. [외로운 사자이야기] 라는 그림책을 통해 세상이 보는 눈에서 상처 받은 사자의 아름다운 치유를 말하는 다카다도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외로운 사자이야기]를 읽고 감동받았다던 동네 사람들도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는 이상한 사람이 되고 평범한 삶을 살라고 종용당한다. 

   유코의 삶에서 예술가들의 삶을 보았다. 결코 평범하지 않으며, 아니 평범할 수 없으며. 타인의 이해를 구하기보다 자신의 개성과 신념을 밀고 나가는 열정. 그런 것을 보았다. 나는 예술가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김지은 아나운서가 소개시켜주는 젊은 작가들을 만나러 미술관을 찾고 책을 읽고, 인터넷을 항해한다. 나는 예술가들의 삶을 사랑한다. 그래서 그들의 말에서 배우고, 그들의 생활 태도에서 배운다. 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사랑한다. 작품에서 그들의 고뇌를 배우고, 땀을 배우고, 창의성에 감탄하고, 눈물을 만난다. 나 또한 예술가들처럼, 유코처럼 평범함을 거부하고 내 안의 열정으로 반쯤 미친채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들을 더 끌어안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예술가의 방에서는 냄새가 난다. 먹물 냄새가 나고, 유화 물감 냄새가 나고, 아교풀 냄새가 나고, 나무 냄새가 나고, 돌 냄새가 나고, 곰팡내와 쓰레기 냄새, 매연 냄새도 난다. 그리고 땀 냄새가 난다. 좋은 사람, 좋은 작가, 좋은 작품, 좋은 글, 좋은 생각을 만나게 해준 작가 김지은에게 감사를 전하며 멋들어진 개인 작업실이든, 나라가, 구가, 사업체가 제공한 공동 작업실이든, 곰팡내와 쓰레기 냄새가 뒤엉킨 지하 작업실이든  작품과 씨름하며 고뇌하고 땀흘리고 있을 예술가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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