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명 : 195회 아트엠콘서트 - 김정은 리사이틀 "선율에 마음을 싣고"

일시 : 2026년 10월 15일(목) 19:30

장소 : 신영체임버홀

연주 : 김정은 (피아노)

진행 : 바이올리니스트 이수민

프로그램

  - 스카를라티, 소나타 C장조 K.502

  -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 C장조 K.545

  - 드뷔시, 전주곡 제1권 중 4곡 '저녁 대기 속에 감도는 소리와 향기'

                                12곡 '음유시인들'

  - 하이든, 변주곡 F단조 Hob.ⅩⅦ:6

  - 쇼팽, 환상곡 F단조 Op.49


* 세줄평

다채로운 곡을 감상할 수 있는 유쾌한 공연이었다. 전반부에서는 모차르트의 친숙한 소나타가, 후반부에서는 하이든과 쇼팽이 중심을 이룬다. 쇼팽 곡도 좋았지만, 생소한 하이든 작품이 더욱 흥미로웠다. 기대보다 꽤나. 내게 드뷔시는 아직은 가깝지 않다. 공연 못지않게 연주자의 입담에 시간 가는 줄 모를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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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은 바람 위에 있어 ㅣ 열다
헤르만 헤세 지음, 폴커 미헬스 엮음, 박종대 옮김 / 열림원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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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글은 아주 오래전 집중적으로 읽었다. 이후 산발적으로 한두 편 읽었을 뿐이다. 그래서인지, 헤세의 자연, 특히 구름 에세이를 다룬 이 책의 접근은 매우 생소하다. 헤세가 그렇게 구름을 사랑하고, 깊은 관심을 지니며 천착하였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구름은 하늘 저 멀리 있기에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신과 가까운 존재이다. 흰 구름은 평화로운 자연과 목가적 전원의 상징이다. 반면 먹구름은 폭풍과 재난, 그리고 비극으로 귀결된다. 색으로 말하자면 붉게 물든 석양의 구름이 자아내는 신비로움을 빼놓을 수 없다. 구름은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하늘을 떠다닌다. 구름은 정처 없이 떠도는 하늘의 방랑자다. 나그네, 방랑자를 구름에 비유함은 동서양이 공통적이다.

 

너희는 본질적으로 우리와 닮았으니, / 우리 방랑자들, 우리 닻 없는 항해자들을 닮았으니. (P.18, 구름의 노래)

 

방랑자의 모든 슬픔과 기쁨을 / 헤아리지 못한 사람은 / 구름을 이해하지 못하리. (P.81, 흰 구름)

 

헤세의 문장에서 이 모든 것을 마찬가지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그는 구름을 방랑자와 많이 연결한다. 작가 자신의 삶의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은 탓이리라. 그가 독일을 떠나 스위스의 자연에 은거한 연유는 모국에 발을 붙일 자리를 찾지 못해서가 아니겠는가. 당대 모국에게 있어 그는 반항아로 간주되었으니.

 

원래 세상과 잘 맞지 않는 사람이었지. 세상은 그런 반골적인 나에게 수없이 회초리를 들었지만 그래도 나를 죽이지는 못했어. 나는 여전히 살아 있고, 세상에 저항하며 버텨 왔어. (P.131, 저녁 구름)

 

편자는 헤세를 “구름 관상학자”(P.160)로 칭한다. 한마디로 구름을 보고 읽어낼 줄 안다는 말이다. 그만큼 헤세가 구름을 깊이 관찰하고 애정하여 일반 사람이 간과하는 다채롭고 미묘한 구름의 형상을 파악하였다는 뜻이리라. 구름이 무한한 하늘에 실체감을 부여함으로써 인식 가능한 공간으로 만드는 존재임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확실히 그것을 깨닫는다. 나로서는 미처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견해다.

 

구름은 광대무변의 공간에 실체감을 부여하고, 그 공간을 살아 있게 하고, 측정 가능한 것처럼 보이게 하고, 우리를 그 공간과 연결시켜 준다. (P.10, 구름)

 

제아무리 아름답고 뛰어난 자연 경관도 오래 보거나 자주 보면 흥미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우리는 단순히 아름다움에 열광하지 않는다. 우리를 진정으로 사로잡는 건 그것과 연결된 감정이다. 칼리다사의 <메가두타>에서 구름은 부부간 사랑의 전령이다. 헤세도 구름을 바라보며 첫사랑의 추억을 회상하고, 학생 시절에 어머니를 부끄럽게 여겨 외면했던 가슴 아픈 경험을 반추한다. 꿈속에서나마 어머니가 자신을 보며 웃고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며 위안 삼는다.

 

구름은 변화무쌍하다. 잠시만 눈을 다른 데 두었다가 바라보면 원래의 모습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다. 그러기에 구름은 덧없음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문득 고개를 들어 구름을 쳐다보면 인간은 상념에 젖기 마련이다. 그것은 추억과 회상, 나아가 그리움과 슬픔의 정조다.

 

이처럼 인생무상과 회한에 사로잡히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레 노쇠와 죽음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구름에 자욱하게 뒤덮인 흐린 하늘은 사람의 마음마저 착 가라앉힌다. 젊은 시절의 방랑과 들뜸도 어느덧 사라지고 열정과 활기마저 쇠진하게 된다. 하늘 높이 흰 구름에서 기쁨을 찾기보다 덧없음에 사로잡히기 쉬우며, 석양의 지는 노을에 오히려 철렁하게 공감하게 되는 때. 헤세는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러면서 힘들지만 소소한 기쁨을 구하자고 말한다.

 

나는 늙어 가고 생명이 시들어 가는 과정의 계단을 하나씩 내려가는 것이 몹시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독서나 음악, 자연 속에서 소소한 기쁨을 누립니다. (P.148, 1951년 2월 이름가르트 샤비키에게 보낸 전언에서 발췌)

 

헤세의 시, 산문, 편지, 단편과 장편소설 등에서 구름과 연관된 글만을 폴커 미헬스가 편집한 게 이 책이다. 색다르면서도 흥미로운 기획이 아닐 수 없다. 비록 구름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안개와 호수, 석양, 푄 같은 온갖 자연 현상을 함께 다루는 자연 에세이다. 몇 편의 시와 산문에 그치지 않고 <페터 카멘친트>와 <유리알 유희> 같은 소설에도 구름에 연관한 대목을 들어가 있더니 헤세의 구름 사랑은 참말이 아닐 수 없다.

 

헤르만 헤세의 서정적인 문장을 오랜만에 접할 수 있었다. 아울러 구름과 자연, 그리고 풍요로운 상념에 젖어 들 수 있는 드문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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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 영혼의 거울 - 개정판 ㅣ 다빈치 art 6
프란시스코 데 고야 지음, 이은희.최지영 옮김 / 다빈치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2001년 출판본의 개정판이다. 처음부터 개정판을 펼쳤다면 다행이고, 혹시라도 구판을 읽을 생각이라면 한시라도 빨리 책장을 덮고 이 책을 읽기를 추천한다. 내가 꼭 그러했다. 구판과 개정판은 전혀 다른 책이라고 보면 된다. 기본 콘텐츠는 동일하지만, 판형도 훨씬 커졌고 편집도 완전히 새로 하였다. 구판은 독자의 이해력과 인내력을 테스트하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었을까 할 정도로 독서에 무척이나 불편하였다.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장으로 나누어지지만, 내용상으로 보면 네 개의 본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고야의 주요 회화 작품이 한 영역을 별도로 차지한다.

 

첫 번째 본문은 ‘고야의 삶과, 그리고 예술’로 고야에 대한 약사에 해당한다. 구판에는 이탈리아 미술평론가 마게리타 아부르체세의 글이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개정판에는 이 대목이 생략되어 어떤 게 맞는 건지 알 수 없다. 고야의 일생과 예술세계는 앞서 몇 권의 책을 읽었기에 새삼스럽지 않다. 다만 새로운 작품으로 여섯 점의 연작 <산적 엘 마라가토의 체포>를 소개(P.21)하고 있어 관심이 쏠렸다. 후기작으로 <호세 데 칼라산스 성인, 최후의 만찬>과 <겟세마네 동산의 기도>의 현대성을 부각하고 있는 점(P.24)도 흥미로웠다.

 

두 번째는 고야 자신의 육성을 들어볼 수 있는 귀한 자리다. 그가 절친 사파테르에게 보낸 편지를 수록하고 있는데, 100페이지 정도 되므로 꽤 많은 분량이다. 서신 교환은 사파테르가 사망한 1800년대 초반까지 계속되었으며, 온갖 시시콜콜한 개인사부터 자신의 작품에 대한 고충과 세간의 평판에 대한 의식까지 전반적으로 담고 있다. 산 프란시스코 엘 그란데 대성당의 작업에 매달려 있음을 알 수 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산 이시드로 평원>을 그리느라 고야가 쏟는 에너지와 스트레스가 굉장함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 주제가 <산 이시드로 평원>으로, 너무나도 어렵고 까다롭다네. 산 이시드로 축일에 왕궁에서 이 그림을 공개할 걸세. 사랑하는 벗이여, 솔직히 이 문제가 끝날 때까지 난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없을 걸세. 잠도 자지 못하고 쉬지도 못하지. (P.107, 1788년 5월 31일)

 

고야 자신의 말처럼 아내보다도 더 친근하고 솔직하게 토로하는 표현은 단순한 우정을 넘어설 정도의 끈끈하고 농밀한 느낌마저 자아낸다. 그토록 사적인 편지가 후대인들에게 공개되었을 것을 알았다면 고야가 이토록 무람없이 문장을 쓰지는 않았으리라.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된다면 자네와 함께 있고 싶네. 난 자네를 깊이 사랑하고 있네. 자네처럼 아름다운 사람은 이 세상에 또 없을 걸세. (P.51, 날짜 없음)

 

아! 잠깐만, 자넬 그리워하는 나를 천 번만 안아주게나.

내가 자네에게 줄 수 없는 것을 갖게나[여성의 성기 그림]. (P.127, 1797년 10월 10일)

 

세 번째는 고야의 주요 회화 작품 소개다. 이 부분은 일종의 컬러 도록에 해당하므로 용지를 달리하고 있다. 1772년 필라르 바실리카의 프레스코화에서 시작하여 최후기작인 <보르도의 우유 파는 아가씨>에 이르기까지 60면에 걸쳐 연대순으로 그의 주요 작품을 순서대로 보여준다. 판형이 커진 만큼 그림 감상에 제격이며, <산 이시드로 평원>, <종교 재판소>, <카를로스 4세 가족>, 1808년 5월 역사화 2편과 <결투> 등은 양면에 걸쳐 시원스레 보여준다. 유명한 마하 작품 2편도 그러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핵심은 네 번째 본문에 있다고 본다. 고야의 유명한 판화 연작인 <카프리초스> 80편을 모두 수록하고 있다. 각 면에 한 편씩 판화 작품을 싣고 아래에 판화의 제목과 간단한 설명을 소개한다. 얼마 전에 그의 판화전을 관람하였는데, 전시회 도록보다 이 책을 더욱 추천할 만하다.

 

고야가 인간 정신의 어두운 측면과 다양한 삶의 양상들을 관찰하여 그려낸 이 작품들은 영원히 존재하는 부조리와 강박관념과 동시에 즉각적이며 보기 드문 현실 감각을 드러낸다. (P.199-200)

 

유독 마음에 끌리는 작품은 6번 ‘아무도 모른다’, 12번 ‘이빨을 찾아서’, 24번 ‘구원은 없었다’, 37번 ‘제자가 더 많이 아는 건 아닐까?’, 52번 ‘재단사의 재주’, 80번 ‘때가 되었다’이다. 23번과 24번은 무고한 여인을 등장시키며, 37번에서 42번까지는 소위 당나귀 시리즈라고 하겠다. 한편 <카프리초스>를 상징하는 43번 ‘이성의 꿈은 괴물을 낳는다’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해석보다는 그림 설명 자체가 다른 해석의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곱씹고 싶다.

 

이성으로부터 버림받은 환상은 절대 불가능할 것 같던 끔찍한 괴물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환상이 이성과 결합하면 예술의 모체가 되고, 모든 경이로움의 원천이 된다. (P.247)

 

마지막 다섯 번째 글은 작가 올더스 헉슬리의 미술 평론이다. 맞다, <멋진 신세계>로 유명한 소설가다. 그는 고야 작품 전반을 다루지 않고, 후기작에 집중한다. ‘검은 그림’ 연작과 판화집 <카프리초스>, <전쟁의 참화>, 그리고 <어리석음>이 갖는 의미에 주목한다. 이 글은 앞에 실린 <카프리초스> 이해를 위한 해설 성격을 지니고 있어 매우 유익하다.

 

고야가 그림에 나타난 것처럼 날카로운 현실 인식과 시대 감각을 지닌 사상가적 면모로서 세상의 미신과 무지, 광기와 폭력, 야만성의 시각으로 정말로 역사와 사회를 인식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판화집 내용은 이를 반박하지 못한다. <전쟁의 참화>에서 고야는 전쟁의 영광과 위세를 배제하고, 전쟁의 이면에 가려진 인간 일반의 비인간성과 인간 개개인의 고통에 집중한다. <카프리초스>에 비해 덜 알려진 <어리석음>을 한층 주목하는 것 또한 흥미롭다.

 

더욱 침울하고 불가사의해진 <어리석음>에 나오는 풍자는 전체적으로 <카프리초스>보다 덜 직접적이다. 거기에 등장하는 비유는 훨씬 더 일반적이고 신비하다. (P.299)

 

이 책을 프란시스코 고야의 입문서로 삼기에는 적절치 않다. 그의 삶과 예술세계에 대해 기초적인 지식을 지닌 독자가 한층 심화한 이해를 원할 경우에 적합하다. 무엇보다 판화집 <카프리초스>에 크나큰 관심을 지닌 독자라면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절판된 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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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명 : 2026 일신 프리즘 콘서트 시리즈 - 카잘스 콰르텟

일시 : 2026년 10월 12일(월) 19:30

장소 : 일신홀

연주 : 카잘스 콰르텟 (Cuarteto Casals)

       - Vera Matrinez Mehner, Abel Thomas (바이올린)

       - Cristina Cordero (비올라)

       - Arnau Tomas (첼로)

프로그램

  -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4번 D장조 Op.83

  - 엘리센다 파브레가스, 현악사중주 "격렬한 대지"     * 한국 초연

  - 슈베르트, 현악사중주 14번 D단조 D.810 '죽음과 소녀'


* 세줄평

일찌감치 줄을 서서 나름 좋은 자리를 골랐다. 현악사중주 실연 경험이 많지 않지만, 이처럼 개별 악기와 전체 앙상블이 또렷하게 들리는 연주는 처음이다. 온화함과 격렬함이 상존하는 가운데 의외로 템포는 빠르지 않다. 3명의 연륜과 비올라의 젊음이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죽음과 소녀'도 물론 뛰어났지만, 익숙치 않은 쇼스타코비치 곡이 흥미로웠다. 국내 초연인 파브레가스의 곡도 난해하지 않아 감상하기에 괜찮았다. 다부지게 중심을 잡아가는 첼로가 인상적이었는데, 앵콜곡 중 카잘스의 '새의 노래'를 연주해서 특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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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명 : 바이올리니스트 옥유아 바흐 무반주 전곡 시리즈 Ⅰ

일시 : 2026년 10월 1일(목) 19:30

장소 :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연주 : 옥유아 (바이올린)

프로그램

  -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단조 BWV 1001

  -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2번 A단조 BWV 1003

  -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D단조 BWV 1004


* 세줄평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독주회는 처음이다. 부드럽고 섬세한 연주다. 피곤해서 중간에 살짝 고비가 있었는데, 소나타 3번의 3악장 안단테부터 갑자기 귀가 확 열리고 음악이 가슴속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좋았다. 샤콘느는 유연함에 강렬함마저 추가되어 나무랄 데 없는 대미를 장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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