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원에서 본 뉴욕의 한국인들
박중돈 지음 / 삼신각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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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말 뉴욕의 '해외석탑제'에서 배부받은 책이다. 책상위에 던져놓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야 펼쳐들게 되었다.

저자는 현재 뉴욕 형사법원에서 한국어통역으로 근무하고 있다. 재판정만큼 인간사의 어두운 면모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도 없을 것이다. 그런만큼 재판을 받게된 교포들의 통역관은 숱한 인생역정을 접하게 되었고, 그 경험을 이번에 술회하였다.

사람사는 곳에 범죄가 없기를 기대하는 것은 난망인 법. 뉴욕에 우리 교포들의 숫자가 급증하면서 한인들의 범죄율도 덩달아 증가하였다. 죄를 저지른 사람이 죄값을 치룬다면 누가 무어라고 하겠는가마는 미국 현지 사정에 어두워서 영문도 모른채 끌려와서 억울하게 판결을 받는 경우는 얼마나 될 것인가.

이 책의 제1부는 위와 같은 사례를 주로 다루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관습의 차이에서 비롯된 웃지못할 해프닝에서 심각한 사건까지, 그리고 이 틈을 교묘하게 비집고 들어가 악용하는 사람들. 부부간, 부모 자식간, 친구간의 다툼과 갈등 등을 간결하게 그러나 교훈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다만 한가지 음주운전은 해소되어야 할 문화적 악습이라는 점을 상기하자.

제2부는 저자가 지역신문에 기고한 칼럼들을 추려냈다. 시사중심으로 한인사회에 대한 당부, 고국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 교포사회의 어쩔 수 없는 보수 편향이 은연중 비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소위 글로벌 시대에 한국인이 한국땅에만 거주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다양한 외국에 진출하여 적극적으로 세계속에 한국을 심는 노력이 장려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지의 문화, 관습, 법규 등을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 이민 수십년에 아직까지 제대로 된 의사소통 조차 못하는 것을 결코 권장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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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8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4.10.17에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
 
히딩크를 키운 나라 네덜란드
박영신 지음 / 사과나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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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존재는 특이하기 그지없다. 굶주리면 식은밥만 먹어도 황공하기 짝이 없다가도 이내 밥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식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고전과 양서에 파묻혀 지내다가도 가끔은 불량식품 같은 군것질용 책도 보고 싶기도 하고 손에 들기도 한다. 시류에 영합하는 한번 읽으면 그걸로 족한 유형의.

이 책을 내가 읽는 이유는 몇가지 있다. 하나는 우연히 무상으로 얻게 되었다는 것이며, 저자가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가 궁금하기도 하다. 솔직히 네덜란드라면, 풍차와 간척사업, 그리고 튤립만이 기억에 있다. 물론, 히딩크를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하여 정말로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다. 저자는 네덜란드에서 상사 주재원으로 출발하여 의류사업으로 명성을 얻고 자칭 '네덜란드의 개성상인'으로 통한다고 한다. 오죽하면 유태상인들마저 경쟁을 피한다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으니. 그런데 왜 나는 전혀 신뢰감이 들지 않을까? 아직 내 인성을 자화자찬에 삐딱한 견해를 가지는 구시대적 심성을 극복하지 못한 듯하다.

전반적으로 네덜란드에 대한 인상기 정도라고 보면 된다. 네덜란드에서 상인을 중시하는 모습이라던가 여왕 탄신일에 아이들에게 장사를 허용하는 풍경 등은 나름대로 흥미롭다. 하지만 이 정도의 유익한 정보는 가물에 콩나듯 할 뿐, 대체로는 저자가 네덜란드에서 성공하기 까지의 과정 및 장사에 얽힌 일화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마치 저명인사가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후, 본인의 성취한 업적을 홍보하는 자서전 류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걸 어찌할 수 없다. 다만 이 정도의 글이라면, 대개는 자비출판 정도로 마무리할텐데 이 책은 상업용으로 출판했으니 출판사의 과감성과 결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과연 얼마나 팔렸을까? 아니 어쩌면 월드컵 축구 4강 이후 높아진 히딩크의 명성을 재빨리 이용하는 순발력을 보였으니 조금이나마 혜택을 보았을 성 싶기도 하다.

박람강기는 굳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세상에 읽어야 할 책이 넘치도록 흐르지만, 이런 책도 가끔은 킬링타임으로 한 번 정도 보는걸 말리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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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8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5.6.13에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
 
화장 - 2004년 제28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김훈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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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래 오랜만에 펼쳐든 수상작품집이다. 별다른 이유없이 그저 시류에 휩쓸리고 싶지 않다는 나름의 오기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제는 그런 치열함마저 무뎌진듯.

김훈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역시 "칼의 노래"를 통해서이다. 워낙에 소재가 특별하였고, 거기에 평론가와 독자의 평가마저도 한번쯤 읽지 않으면 안되게 만들 정도였으니.

이번 수상작품들이 국문학사에 어떤 위치를 점할 지는 아직 모르겠다. 문순태의 글을 제외한 다른 작품들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우리문학의 흐름에서 얼마나 유리되어 있었는지 (아니면 역으로 현대문학이 대중에게서 얼마나 벗어나 있었는지를) 새삼 절감하였다.

김훈의 '화장'과 자선에세이는 "칼의 노래"의 어조를 연상시킨다. 그것은 작가 김훈의 성조이리라. 결코 감정을 고조시키고 드라마를 장대하게 꾸미지 않는다. 항상 낮고 내성적인 소리울림으로 글의 무게중심을 아래로 아래로 고삐를 꽉 쥐고 있다. 그의 글에는 선동의 흥분이 없는 대신 절제의 미덕이 자리잡고 있다. '화장'에서 죽음과 삶 이외에 두 여체의 대비가 중요한 모티브인지는 몰랐다. 육체의 묘사를 그리 덤덤하게 그려내었으니.

문순태의 전통성, 박민규의 유희성 이외에 다른 작가들의 목소리는 모노톤으로 들린다. 개인성과 고독성.

시대가 하 수상한 탓일까. 문학에서 기쁨과 즐거움 보다는 진한 외로움의 체취가 묻어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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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8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4.2.15에 쓴 글을 마이페이퍼에서 이동
 
네 이웃을 사랑하라 - 20세기 유럽, 야만의 기록
피터 마쓰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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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지기 쉬운 인간의 가치에 전율을 느낀다]

보스니아 내전을 다룬 이 책은 언뜻 21세기의 한국과는 전혀 무관하게 보이기 쉽다.

다수의 국민이 평화를 사랑하며, 악을 미워하며 이웃과의 다정한 교감을 지니며 행복한 삶을 살며, 서로의 출신과 신앙을 존중하는 모습.

이러한 삶의 양태는 또한 보스니아 국민의 것이기도 하다. 그들은 전쟁이 일어나기 일년전에, 몇개월 전만 해도 민족적, 종교적 갈등이 수십만의 사망자를 낳게될 전쟁으로 귀결되리라고는 꿈조차 꾸지 못했다.

어제의 이웃사촌이 나에게 총을 쏘며, 사돈간에 한쪽은 무슬림이고 하나는 세르비아이기에 등을 돌렸다. 사람들-무슬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을 살인하고, 방화하며, 재산을 몰수하며, 부녀자를 강간할 수 있는 권한이 세르비아인에게 주어졌다. 희생자의 아우성 소리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지도자들의 외면으로 묻혀져 버렸다.

피터 마쓰는 세르비아의 행위가 유태인에 대한 나치독일과 다를바 없다고 잘라 말한다.

구 유고연방 사람들이 정신적, 문화적으로 열당하기에 이런 일이 생긴다고 항변하고 싶지만, 그렇게 우기기에는 아직 우리의 얼굴이 충분히 두껍지 못하다.

어느 시대나 아무리 평화로운 시기에도 항상 내부갈등은 존재하였다. 그 갈등은 때로는 거의 없는듯 느껴지다가도 한순간에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고 되살아난다. 이것이 터지냐 아니냐는 갈등을 약삭빠르게 이용하여 이익을 챙기려는 개인이나 집단이 권력을 쥐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예컨대 우리나라에 지역갈등이 전혀 없다고 하긴 어렵다. 망국병이라고 지탄을 받아 지금은 가라앉은 상태지만,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무리가 정치와 군대와 언론을 장악하고 서서히 국민을 세뇌시킨다면 보스니아는 결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

피터 마쓰는 조금도 잘난체 하지 않는다. 때로는 총구 앞에서 조용히 몸을 돌리고, 빗발치는 총탄을 피하기 위해 재빠르게 바닥을 기면서 그는 보스니아를, 무슬림을 그리고, 선량한 세르비아인을 안타까와한다.

야수는 바로 문명 옆에 있다. 그리고 문명의 틈을 노린다. 악이 비집고 들어와 퍼지는 것을 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이 수수방관하고 이를 국제사회가 용인한다면, 야수는 세계 곳곳에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이렇게 그는 조용하지만 단호히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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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8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2.7.11에 쓴 글을 마이페이퍼에서 이동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스티븐 코비 지음, 김경섭 옮김 / 김영사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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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중심으로 사는 삶에 대하여]

출간된 지 한참이나 오랜 시간이 지난 책을 이제야 겨우 읽었다. 꽤나 유행에나 둔감한 나의 독서경향에도 이유가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흔히들 자기개발 또는 인생(생활)지침서, 심하게 표현하면 처세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책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도 연유한다.

우선적으로 털어놓으면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유행에 편승하고 단기간 독자들의 눈을 흐려놓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우연한 기회에 접하지 않았으면 앞으로도 읽을 기회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도 나와 비슷한 의견을 평소 품고 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의 책들은 성격(personality)중심에 치우쳤다고 지적하고, 보다 성품(character)중심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한다. 즉 기법위주가 아닌 원칙중심으로 삶을 재구성하라는 조언이다. 그리고는 7가지 원칙(습관)을 제시하며, 이 습관을 체득하면 곧 성공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한다.

저자의 주장대로 7가지 원칙을 준수하면, 진정 효과적인 인생을 꾸려나갈 수 있을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저자 나름대로 표피적인 문제해결 접근방식이 아닌 내면을 조망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는 점은 평가할 만 하다.

다만 저자의 ‘원칙중심’이 또다른 의미에서의 기법이 되고 있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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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8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2.10.12에 쓴 글을 마이페이퍼에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