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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를 키운 나라 네덜란드
박영신 지음 / 사과나무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사람이란 존재는 특이하기 그지없다. 굶주리면 식은밥만 먹어도 황공하기 짝이 없다가도 이내 밥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식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고전과 양서에 파묻혀 지내다가도 가끔은 불량식품 같은 군것질용 책도 보고 싶기도 하고 손에 들기도 한다. 시류에 영합하는 한번 읽으면 그걸로 족한 유형의.
이 책을 내가 읽는 이유는 몇가지 있다. 하나는 우연히 무상으로 얻게 되었다는 것이며, 저자가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가 궁금하기도 하다. 솔직히 네덜란드라면, 풍차와 간척사업, 그리고 튤립만이 기억에 있다. 물론, 히딩크를 잊어서는 안된다.
그리하여 정말로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긴다. 저자는 네덜란드에서 상사 주재원으로 출발하여 의류사업으로 명성을 얻고 자칭 '네덜란드의 개성상인'으로 통한다고 한다. 오죽하면 유태상인들마저 경쟁을 피한다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으니. 그런데 왜 나는 전혀 신뢰감이 들지 않을까? 아직 내 인성을 자화자찬에 삐딱한 견해를 가지는 구시대적 심성을 극복하지 못한 듯하다.
전반적으로 네덜란드에 대한 인상기 정도라고 보면 된다. 네덜란드에서 상인을 중시하는 모습이라던가 여왕 탄신일에 아이들에게 장사를 허용하는 풍경 등은 나름대로 흥미롭다. 하지만 이 정도의 유익한 정보는 가물에 콩나듯 할 뿐, 대체로는 저자가 네덜란드에서 성공하기 까지의 과정 및 장사에 얽힌 일화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마치 저명인사가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후, 본인의 성취한 업적을 홍보하는 자서전 류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걸 어찌할 수 없다. 다만 이 정도의 글이라면, 대개는 자비출판 정도로 마무리할텐데 이 책은 상업용으로 출판했으니 출판사의 과감성과 결단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과연 얼마나 팔렸을까? 아니 어쩌면 월드컵 축구 4강 이후 높아진 히딩크의 명성을 재빨리 이용하는 순발력을 보였으니 조금이나마 혜택을 보았을 성 싶기도 하다.
박람강기는 굳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세상에 읽어야 할 책이 넘치도록 흐르지만, 이런 책도 가끔은 킬링타임으로 한 번 정도 보는걸 말리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