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제5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황정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보게 된 건 사실 황정은의 `상류엔 맹금류`를 읽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읽다보니 다른 작품에 더 눈이 많이 갔다. 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들이었지만..
대상 수상작인 황정은의 `상류엔 맹금류`는 금방 읽히긴 했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어 세 번이나 다시 읽었다. 그러고나서야 어렴풋이 보이는 것이 있지만, 그것이 전부인 것 같지는 않고, 뭔가 더 깊숙한 부분이 있을 것 같은 찜찜함이 있다. 결국 진심은 그 안에 포함되고 싶지 않았던 맹금류의 시선, 그것이 전부일까...
작품을 읽으면서 눈길을 끌었던 건 윤이형의 `쿤의 여행`과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였다. `쿤의 여행`을 읽으면서 결국 나도 나 자신의 쿤에게 업혀 살고 있진 않은가하는 생각을 했다. 상상력이 기발하면서도 냉철했다고나 할까... `쇼코의 미소`는 요즘에 보기 힘든 전형적인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았다. 독특한 기법도 없고, 기발한 상상력도 없다. 오직 이야기와 인물이 가진 힘으로 이런 흡인력을 끄는 소설을 쓰다니.. 게다가 이게 등단작이라니.. 가장 긴 분량이었는데도 지루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읽었던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더 쓸까..
다 읽고 다시 쭉 훑으면서, 상을 받은 일곱 명의 작가가 모두 여성이라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남녀를 가리는 건 아니지만, 문학상 작품집에 여성작가만 있는 걸 본 게 처음이라서..(하긴 남성작가만 있는 경우도 본 적이 없다) 현재 문단의 흐름이 반영된 걸까, 라는 생각이 든다.

순결한 꿈은 오로지 이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이들의 것이었다. 그리고 영광도 그들의 것이 되어야 마땅했다. 영화는, 예술은 범인의 노력이 아니라 타고난 자들의 노력 속에서만 그 진짜 얼굴을 드러냈다.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 그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재능이 없는 이들이 꿈이라는 허울을 잡기 시작하는 순간, 그 허울은 천천히 삶을 좀먹어간다.
-최은영, 쇼코의 미소 (p.271)

새벽에 눈을 뜨면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단단한 땅도 결국 흘러가는 맨틀 위에 불완전하게 떠 있는 판자 같은 것이니까. 그런 불확실함에 두 발을 내딛고 있는 주제에, 그런 사람인 주제에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니.
-최은영, 쇼코의 미소(p.29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간에 쫓기면서 읽은 까닭도 있겠으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찾기가 힘들었다. 황석영 단편전집에서 `타인에게 말 걸기`를 처음 읽고 감탄해서 읽게 된 두 번째 작품인데, 생각보다 실망했다고 할까.. 다시 한 번 읽어 봐야겠지만, 읽고 있는 것만 여러 권이라 언제쯤 다시 보게 될지.. 그때는 단편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스스로 찾을 수 있을까.

커피를 마시며 화집을 뒤적이다가 한 문장에서 눈길이 멈추었다. 이 지상에서 맺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면 비바람치는 밤하늘을 떠돌더라도 우리는 영원히 함께 있어야 한다. 코코슈카가 <바람의 신부>에 붙인 글이었다. 아마 이 구절을 적어 보냈다면 지영 언니는 카드을 돌려보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안나는 생각했다. 고독한 사람에 대해서 사람들은 늘 오해한다. 그들은 강하지도 않고 메마르지도 않았으며 혼자 있기를 전혀 좋어하지 않는다.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해도 사람은 늘 자기만의 고독을 갖고 있다. 우리 모두는 코코슈카의 잠 못 드는 연인처럼 서로를 껴안은 채 각기 푸른 파도의 폭풍우 속을 떠내려간다.
-은희경,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석영의 한국 명단편 전집이 집에 왔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양장이 아닌 것도 좋고.. 책장에 꽂아놓고 보니 뭔가 뿌듯하고 그렇다. 원래 이런 전집을 사면 순서대로 읽는 것이 습관이었는데, 이번에는 아무거나 들어서 보고 싶은 단편을 골라 읽는다. 제일 먼저 읽은게 황정은의 묘씨생이었고, 박민규의 갑을고시원 체류기를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명절을 쇠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열 권 중 9권만 가지고 와서 하나씩 읽고있다. 그냥 시간 날 때 하나씩 읽으면서, 이 전집이 내가 여태껏 읽지 않았던 작가들의 작품에 호기심을 갖게하는 촉매제가 되는 것 같다. 성석제나 은희경, 한강.. 이런 사람들. 읽어야지, 읽어봐야지하면서 한 권도 찾아보지 않았던 그런 작가들을 읽어봐야겠다는 욕구를 다시 피워주는 것 같아 고맙고,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사람은 얼마나 굴곡진 삶을 살고, 얼마나 예민한 감정을 가지고 있길래 일상을 이렇게 쓸까. 오래 전부터 언니네이발관의 팬으로서 노래를 듣고 있지만, 그의 글도 노래 못지 않게 청승맞다. 하지만 경국 내가 그의 노래를 계속 듣는 것도 그 청승맞음 때문이니까 마냥 싫지만은 않다. 그냥 가끔 ˝아, 진짜 청승맞다..˝하고 생각할 뿐.
이 사람은 도대체 왜 이럴까하고 공감할 수 없는 꼭지의 글도 더러 있었지만, 처량하고 감성적인 느낌에 괜히 내 감정에 예민해지는 것 같다. 역시 예술가는 좀 (많이) 굴곡진 삶을 예민한 감수성을 가지고 살아봐야 하는 것일까.
빨리 6집이 나왔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 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르바를 처음 읽었던 건 고2 때였다. 그 때는 공부만 아니면 다 재미있던 시절이었고, 공부하는게 너무 싫어서 하루종일 책만 읽은 날도 많았다. 토요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까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읽는 것 말고는 아무 것도 안하던 그런 때에 나는 조르바를 만났다. 책을 읽으면서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고 자신의 심장을 따르던 조르바가 어찌나 부러웠던지!

얼마 전 학교 수업 시간에 전형성에 대해 배울 때, 자신이 읽은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을 골라 그 이유를 적어오는 과제가 있었다. 나는 외국 소설 남자 부분에서 망설일 것도 없이 조르바를 써서 냈다. 과제를 하면서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내 폰에는 <그리스인 조르바>가 이북으로 있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내가 처음으로 이북으로 읽은 책인 셈이다.

예전에 이북이 처음으로 등장해서 종이책을 대체할 것이라는 이슈가 나왔을 때 나는 코웃음을 쳤었다. 이북이 대신할 수 없는 종이책의 감각과 느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스마트폰으로 이북을 접하고 나니, 정말 이북이 대체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아직도 종이책에 대한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고 이북을 살 일은 없을 테지만, 오늘날처럼 바쁜 세상에 책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접근성에 놀랐기 때문이다. 종이책 넘기듯이 책장이 넘어가는 디테일이란.. 사실 지옥철 안에서, 만원버스 안에서 책을 읽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북이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에 빠져 책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는 요즘의 청소년에게도.

지하철을 탈 때나 버스 안에서 틈틈이 읽었기에 다 읽는 데 한 달이 조금 넘게 걸렸다. 몇 년만에 다시 만난 조르바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이었지만,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도 조금씩 보였다. 크레타 섬의 아름다운 정경을 묘사한 장면이나 조르바를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전에 읽을 땐 주목하지 않았던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좋은 면만 있었던 건 아니고,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조르바의 여성차별적인 발언들이 자주 보여서 조금 안타까웠다. 남자인 나도 좀 심하다고 느끼는데 이걸 읽는 여성 독자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르바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진정한 자유를 얻은, 아니 쟁취한 사람은 조르바뿐일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이 책이 계속 사랑받고, 우리가 카잔차키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