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들어오다, 라는 말을 실감하는 중.
우연히 흙에 묻혔던 호박씨가 봄이 되어 싹을 틔우길레 담장 밑으로 조심스럽게 옮겨 심었더니,
여름이 다가오면서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 줄기를 뻗기 시작하며 잎이 나오고 꽃이 피는 건 순식간처럼 빠르더라. 호박씨 하나의 번식력에 거듭해서 놀라는 중이다.
힘없이 매어 놓은 줄을 타고 올라, 담을 휘돌아 가는데, 문제는 호박 넝쿨이 성장하는 속도를 공간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
맨 처음 열린 동그란 호박은 힘없이 떨어지고, 두 번째부터 풍선처럼 커지는 중이다. 세 번째, 네 번째도 이미 열렸다. 노란 호박꽃은 또 어찌나 어여쁜지, 울집 화단에 유일하게 노란색을 입어 주셨다.
꽃이 빚어놓은 모든 열매는 어여쁘다. 고추가 그렇고, 오이가 그렇고, 토마토가 그렇고, 호박도 마찬가지다. 좁아터진 마당에 빈틉없이 심어놓은 온갖 식물들과 보내는 여름은 가열차다.
장마가 시작되면 전쟁이겠지만. 그것도 여름의 다른 이름, 장마없는 여름은 여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