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히도 열 마리 중 막내로 태어났다. 제 형제 누이들과는 털 색깔도 달랐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치열한 자리다툼에서 밀려났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관심을 받지도 못하고 느리고 약한 존재로 각인되었다. 괴롭힘이 시작됐다. 할퀴어지고 밀쳐지고 밟히고 눌리고 물리고. 그럼에도 살기위한 몸부림을 멈추지 않았을 작은 강아지가 피투성이가 되어 우리집으로 실려왔다. 머리를 들지도 못하고 숨만 할딱거리는 녀석의 몸은 온통 상처투성이에 핏물과 오물로 범벅이었다. 

그 밤 내내, 열이 오르는 녀석에게 해열제와 항생제를 먹이며 지켜보았다. 다행히도 간식용 고기를 아주 맛나게 허겁지겁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면서 회복되리란 희망을 품었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 느리게 휘청거리며 절룩이며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게 기쁨이 됐다. 기쁨, 반갑다.

 

약한 존재는 어째서 표적이 될까. 약하면 약한 모습으로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강해지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을 받아야 할까. 어째서 이 모든 게 네 탓이어야 할까. 일주일, 이주일 지나고 기쁨이는 이제 껑충껑충 뛰어다닌다. 화단에 심어놓은 꽃과 나무들은 초토화가 되었고, 온 집안의 신발들은 기쁨이를 피해 높은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기쁨의 입을 거친 모든 물건들은 너덜해지고 망가지고 부서진다. 세상에 태어난지 겨우 3개월 만이다. 파란만장 기쁨이는 순종 도사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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