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된 이별을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질 않고 언제까지 제자리에서만 징징댈래.

이별 혹은 망각, 그리고 다시 사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언제라도, 두드리면 열리는 문을 갖자고, 그가 설령 슬픔과 절망일지라도 두려워하지말고 열자고, 생각한다. 막아놓은 눈물도 흘러가게 둬야한다. 죽음 앞에서 이별은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상처투성이다. 미안함, 죄책감, 그리움 계속 그리움. 힐링이 아닌 시간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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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구들을 우연히 밖에서 만나면

서럽다

 

어머니를 보면, 형을 보면

밍키를 보면

서럽다.

 

밖에서 보면

버스 간에서, 버스 정류장에서

 

병원에서, 경찰서에서.....

연기 피어오르는

동네 쓰레기통 옆에서

 

벗어나고 싶은 그러나 벗어날 수 없는 , 상처라고 부르는 이름은 슬프다. 아무리 사소한 상처라도 영혼을 할퀴고 간 흔적은 끝내 지워지지 않고 남아있다. 그들이 내게, 혹은 내가 그들에게 주고 받은 수많은 상처에 애도를.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 받을 수 있을까. 떨며 기다리던 아이가 성인이 서 있다. 흐르지 않는 시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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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반양장)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얼굴에서 웃음을 잃은 지 오래다. 미소를 지으면 얼굴 근육에 통증이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을 자제하게 된다. 어쩌다 기자들이 와서 인터뷰를 할 때면 모두들 카메라를 보고 웃어달라고 부탁한다. 웃으려고 하면 얼굴이 찌푸려지고 화난 표정이 된다. 그러면 다시 한번 활짝 웃어보라고 주문한다. 잠깐이면 된다고, 안되는데도 자꾸만 부탁한다.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도 안 되는게 웃음이다. 이제는 얼굴을 꼬집어도 아프지 않다. (233페이지)

 

어쩌면 그는 천상을 엿볼 권리에 그 자신의 삶을 던져버렸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상상에서만 가능한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연을 담은 그의 사진이 과연 현실의 세계일까 의문을 품은 이가 나뿐일까. 사진 속의 세계를 찾아 무작정 길을 떠나고 싶은 이가 나뿐일까. 그의 사진 속 오묘한 색채와 사랑에 빠져 기꺼이 마음을 내어 주고 몸을 던지는 것이 놀랄 일도 아니리라. 그는 성자가 된 사진가였다.

 

김영갑의 삶과 예술은 열정이라는 단어 하나로 다 이해되진 않는다. 마치 악마와의 거래인 냥, 말로도 이해로도 설명이 불가능한 황홀한 작품이면의 고독, 굶주림, 난치병의 끝없는 고통에 대해 도대체 무어라 할까. 그것은 예술가의 생애니 어쩌니 하면서 우리는 오로지 그의 작품, 사진만을 보고 감동하고 느끼면 된다고 한다면 그 또한 그럴 것이다. 그가 사랑한 땅, 제주와 제주 사람들이 그렇다고 한다면 역시 그럴 것이다.

 

경이로움. 작가가 헐벗고 굶주린 몸을 굴려 몇 날 며칠을 기다려 찍은 한 장의 사진에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이 책을 읽은 의미로 충분하다. 그를 알게 되어 행복했다. 슬펐지만 설렜고, 놀랐지만 많이 두근거렸다. 쉽지 않은 오랜만의 경험이었다.

 

그의 치열한 삶과 사진을 기억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리고 언젠가 꼭 반드시 그의 갤러리를 찾아 여행하기. 기대와 희망 앞에서 머리 숙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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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8시가 넘어서 떡집엘 들렸다. 무려 30퍼센트라는 할인율이 저녁 외출의 이유다.  할머니께 드릴 흑임자인절미랑 약식을 샀다. 길은 질척거리지. 내리는 눈 역시 축축하지. 머리 위로 모자를 눌러써도 얼굴에 떨어지는 젖은 눈의 느낌이 시렸다. 요상한 날씨다.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데 건너편에 서 있던 청년 둘이 풀썩 쓰러진다.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고. 119가 필요한 상황인가 유심히 보지만 주변에 서 있는 또 다른 청년도 일행인 듯 하고, 초록불에 건너가며 흘낏 바라보니 인사불성이다. 추적추적 눈비가 내리는 스산한 저녁에 저들은 무슨 사연일까.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무관심으로 바빴다. 나 역시도 빠르게 행여 이상한 시비에 얽힐까 봐서 스쳐 지나갔다. 김치만두랑 김밥을 포장해 돌아오는 길에도 그들은 여전히 젖은 길바닥에 앉아 실라이를 벌이는 중이었다. 어디 건물 안으로라도 들어갈 것이지. 엉덩이며 허리 등이 다 젖어있다. 진짜 아는 관계일까. 아님 무슨 범죄의 현장일수도. 별별 생각이 났지만 쌩하니 집으로 종종 걸었다. 부디 아무일도 아닌 헤프닝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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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처럼, 꿈인 듯이, 눈이 아니 꿈이 내린다.

지상의 지치고 배고픈 사람들을 위로하듯 하늘에서 내려보낸 쌀가루가 흩날린다. 

소복하게 쌓인  먹음직한 백설기가 눈이 닿는 모든 그릇에 담겨 있다. 

밟기조차 아까워 조심스레 퍼올려 눈의 산을, 꿈의 강을 만든다.

단팥을 넣어 호빵을 만들까. 길쭉길쭉 가래떡을 뽑을까.

무엇인들 불가능하랴. 여기는 천국인데.

이 밥, 혹은 이 떡으로 세상 모든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 

오늘 하루 간절히 기도하고 믿는 이에게.

진실로 여기는 천국이었다.

 

일주일을 앓았더니 아직도 정신이 몽롱하다. 독한 날씨만큼 독한 감기에 된통 당했다.

서민, 서민, 서민도 아닌 인간들이 서민 어쩌구 하는 소리를 늘어놓는 걸 보자니 황당하다.

서민이 무슨 탁구공도 아니고, 주거니 받거니 서민이 걱정된다느니 잘 살피겠다느니 , 진심으로 화가난다. 무려 대통령과 당선자가 마주보고 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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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29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 2012-12-29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고맙고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