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두려움, 또는 위험에 맞서는 일은 최적의 스트레스와 불편함을 초래하며, 이는 결과적으로 향상된 자존감, 인격 형성, 그리고 심리적 회복력을 증진시킨다." - P89

"평생을 보호 속에 살아온 사람들에 비해 역경을 겪은 사람들이 정신적 안녕 지수가 높다는 것이 지난 몇 년에 걸친 연구의 결론입니다. 생활 만족도가 더 높았고, 정신적, 육체적 증상을 겪는 일도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진통제를 처방받는 비율도 더 낮았고 건강 관리 서비스를 받는 비율도 낮았습니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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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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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책이다. 소설이라고 부르지만 시라고 해도 좋겠다. 깊고 오랜 비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작은 속삭임, 아니 침묵에 가까운 말들은 한없이 쓸쓸하고 고요하다. 슬프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아프다는 단어도 모자라다. 세상의 모든 흰 것들에 빗대어 생의 깊이를 재는 그녀는 이 세계의 존재가 아닐수도 있다.

더럽게도 하얗게 내리는 눈(55)
어떤 소리도 없이, 아무런 기쁨도 슬픔도 없이 성근 눈이 흩어질 때(51)
삶은 누구에게도 특별히 호의적이지 않다, 그 사실을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 이마를, 눈썹을, 뺨을 물큰하게 적시는 진눈깨비. 모든 것은 지나간다. 그 사실을 기억하며 걸을 때, 안간힘을 다해 움켜쥐어온 모든 게 기어이 사라지리란 걸 알면서 걸을 때 내리는 진눈깨비(59)
대체 무엇일까, 이 차갑고 적대적인 것은? 동시에 연약한 것, 사라지는 것,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이것은?(63)
성에, 설영, 눈의 꽃(47)

더 이상 눈을 보며 환호하지 않는다.어쩌다 짧은 일별 정도라면 몰라도. 이 소설을 읽은 후, 겨울이 왔다면 모든 눈들에 대한 기억이 달랐을 것이다, 분명, 아마도, 어쩌면.

길었던 하루가 끝나면 침묵할 시간이 필요하다. 난롯불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하듯, 침묵의 미미한 온기를 향해 굳은 손을 뻗어 펼칠 시간이.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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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의에 대하여 -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가
문형배 지음 / 김영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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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아주 신기한 경험을 했다. 또박또박 단호하고 명료하지만 특유의 사투리 억양이 있는 오디오북 같달까?
더도 덜도 없이 딱 취향과 취미와 소신을 드러낸 소박한 글이 참 좋았다.

세네카에 따르면, 화에 대한 최고의 대책은 "화를 늦추는 것이다. 처음부터 용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심사숙고 하기 위해 화의 유예를 요구하라"입니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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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안부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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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나요.
안부를 묻고싶은 사람이 있다. 안녕한가요. 어느 영화의 여주인공처럼 안녕하냐고 큰 소리를 내어 외치는 상상도 한다.

보내려는 혹은 받아든 모든 안부는 눈부시다. 눈이 시리다 못해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길면 긴대로 짧으면 짧은대로 감정을 두드린다.

기억의 갈피에는 그리운 얼굴들이 가지런히 무늬를 만든다. 지영이, 재희, 화주, 은주, 남희… 혹은 이름도 모르는 누구누구.. 색이나 형태, 밝은 미소로 기억하는 시간은 슬프다. 소리죽여 눈물이 흐르지만 고통 때문이거나 미움의 감정과는 반대다. 너무 소중하고 아름다워서 슬픈 것이다.

물론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 못했고, 늘 동경했던 시인이 되지도 못했고, 뼈아픈 시행착오를 수도 없이 겪었어. 하지만 내 삶을 돌아보면 더 이상 후회하지 않아. 나는 내 마음이 이끄는 길을 따랐으니까. 그 외롭고 고통스러운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자긍심이 있는 한 내가 겪는 무수한 실패와 좌절마저도 온전한 나의 것이니까. 그렇게 사는 한 우리는 누구나 거룩하고 눈부신 별이라는 걸 나는 이제 알고 있으니까.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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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푼의 시간 (리커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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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랑스러운 세탁로봇에게,
어쩌면 인간보다 인간다운 은결에게
무한한 애정을 넘어 애착을 품게 되었음을 고백 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앞에 두고 슬픔에 젖었다.
그의 이별에 관한 소회가 실은 독자인 내게도 해당하기에
푸른 세탁 세제 한 스푼이 물에 녹아 사라지는 것을 보며 주저앉았던 은결의 절망 같은 무너짐에 눈물을 흘리지않을 심장이 있을까?
우주 속 별 것 아닌 한 점에 불과한 인간의 삶 앞에서 불멸 아닌 불멸에 가까운 생를 다하는
은결의 헌신과 의리,
어쩌면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헌신에
이 겨울, 12월의 날들이 따뜻해 졌다.

아이가 훗날 자라 그 약속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대도, 그는괜찮을 것이다. 그는 어쩌면 아이가 자라는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완전히 멈출 수도 있지만, 반대로 아이가 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수도 있다. 그는 인간의 시간이 흰 도화지에 찍은 검은점 한 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그 점이 퇴락하여 지워지기 전에 사람은 살아 있는 나날들 동안 힘껏 분노하거나 사랑하는 한편 절망 속에서도 열망을 잊지 않으며 끝없이 무언가를 간구하고 기원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것이 바로, 어느 날 물속에 떨어져 녹아내리던 푸른 세제 한 스푼이 그에게가르쳐준 모든 것이다. - P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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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12-09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로봇, 소리>가 떠오르는 좋은 소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