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가 넘어서 떡집엘 들렸다. 무려 30퍼센트라는 할인율이 저녁 외출의 이유다.  할머니께 드릴 흑임자인절미랑 약식을 샀다. 길은 질척거리지. 내리는 눈 역시 축축하지. 머리 위로 모자를 눌러써도 얼굴에 떨어지는 젖은 눈의 느낌이 시렸다. 요상한 날씨다.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데 건너편에 서 있던 청년 둘이 풀썩 쓰러진다. 영화를 찍는 것도 아니고. 119가 필요한 상황인가 유심히 보지만 주변에 서 있는 또 다른 청년도 일행인 듯 하고, 초록불에 건너가며 흘낏 바라보니 인사불성이다. 추적추적 눈비가 내리는 스산한 저녁에 저들은 무슨 사연일까.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무관심으로 바빴다. 나 역시도 빠르게 행여 이상한 시비에 얽힐까 봐서 스쳐 지나갔다. 김치만두랑 김밥을 포장해 돌아오는 길에도 그들은 여전히 젖은 길바닥에 앉아 실라이를 벌이는 중이었다. 어디 건물 안으로라도 들어갈 것이지. 엉덩이며 허리 등이 다 젖어있다. 진짜 아는 관계일까. 아님 무슨 범죄의 현장일수도. 별별 생각이 났지만 쌩하니 집으로 종종 걸었다. 부디 아무일도 아닌 헤프닝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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