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국수는 언제 어느때 먹어도 좋은 음식이다. 맑은 날, 더운 날, 흐린 날, 오늘처럼 비 오는 날에도 말이다. 간편하고 매콤하고 새콤하며 달달하기까지. 그 모양과 때깔에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으며, 부자가 아닌 가난한 이가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잇템이다. 좋아하는 야채를 듬뿍 면의 두배를 넣어 비비면 살에 예민한 이의 허한 영혼과 배를 가득 채울 수 있다. 삶은 계란 하나만 더하면 부족한 단백질도 채우니 금상첨화. 그래서 오늘의 요리는 비빔국수. 비록 먹고나서 추위에 달달 떨어야했지만. 그럼에도 행복하다. 내일은 따뜻한 국물이 있는 요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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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확한 이름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정리 중에 작년에 산 묵은 김을 찾았다. 넓은 후라이팬애 바짝 구운 다음, 잘게 부순다. 다진 파, 마늘 준비하고 양념장을 대충 만든다. 싱겁지 않게 간간하게 간장베이스로 만든다. 김이랑 양념장이란 파마늘을 조물조물 섞어준다. 맛난 반찬이 되었다. 어저께의 요리다. 매일 기록한다는 것은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됐다.

 

오늘의 요리는 하루나 다른 이름은 유채나물 초무침이다. 연한 하루나 나물을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다. 질기거나 누런 떡잎은 잘라낸다. 새콤하고 달콤한 초고추장을 만든다. 할머니의 묵은 고추장으로 만들었다. 나물과 양념을 잘 섞어주고 참기름과 참깨를 가미한다. 데친다음 무침으로 하는 요리법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싱싱한 생요리가 좋다. 이 맘 때가 되면 시골에서 가져오는 봄나물이 냉장고를 채우고, 철없던 시절에는 묵히다가 버려지곤 했지만, 이제는 봄나물의 소중함을 알 때가 되었다. 가급적 버려지는 것이 벗이 챙겨먹으려 노력 중이다. 값을 매길 수 없는 귀한 음식에는 추억이라는 스토리가 깃든다.

 

바람이 찼다. 상대적으로 옷은 앏아서 마냥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기에는 무리였다. 인상이 좋으신 할머니가 계신 커피숍은 다행히도 우리들(개들과 나)을 반갑게 맞아주셨다. 커피 맛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시고 너그럽고 배려가 넘치셨다. 덕분에 따듯하게 쉴 수 있었다.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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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과 미루기의 결과로 어제 요리 내용을 기록하지 못함. 이 시절의 감자는 싹이 났거나 날 준비를 하거나, 조만간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감자채볶음을 하기로 함. 김수미의 조리법으로 할까 하다가 찾기가 귀찮아서 그냥 대충 과거에 하던 기억을 더듬어 만듬. 기름에 마늘 볶다가 소금에 버무려 놨던 감자채를 넣고 휘젓기. 청양고추랑 파 준비하고 소금 후추 설탕 약간 넣고 볶기. 고추 파 넣고 뚜껑 덮어 놓기. 감자가 익으면 먹기. 그냥 대충 만든 것 치고는 먹을 만하다. 성의 없는 요리법이지만,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거 보다는 나으니까 위안을 삼는다. 완성된 요리는 동생과 나눠 먹는다.

 

댕댕이들과 카페를 가면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격하게 반기거나 완곡히 싫어한다고 표현하거나. 어느쪽도 취향이니 받아들인다. 반기는 주인도 다른 손님이 있으면 실내에 들어오라는 말은 아낀다. 다행히 테라스에 테이블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도 없으면 쓸쓸히 돌아선다. 그럴싸한 테라스가 있는데, 댕댕이 출입을 금하면 좀 실망하고 의기소침하다. 테이크 아웃 커피 한 잔을 들고 공원 비스무리한 공간을 찾아 헤매다가 않을 자리를 찾으면 행운이고 아니면 서서 걸으며 커피를 마셔야 한다. 댕댕이들 간식도 길 가에 주저않아 먹인다. 적응하면 나름 괜찮다. 인간도 댕댕이도 적응의 동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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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미니멀한 라이프를 지향한다. 얼마전 부터는 냉장고 파먹기를 실천하고 있다. 냉동실 구석에 언제적 건지도 모를 잔멸치를 있길레 드디어 볶았다. 삼등분을 해서 동생까지 주고나니 나름 뿌듯하다. 요리도 하고 나눔도 했으니 일석이조다.

 

하루에 몇 개의 책이나 옷을 정리해 버리는 일상은 보고 듣던대로 유익하다. 보관하거나 진열하고 있던 물건이 사라지는 동시에 걱정거리 하나를 덜어내는 기분이랄까? 버리면 채우기 위해 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버릴 물건을 사지 않으려는 신중함이 생겼다. 일회용품에 대한 소비와 구매도 현격히 줄었다. 쉽게 쓰고 버릴 물건인지 아닌지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소비를 지향하는 자본주의 사회가 낳은 온갖 넘쳐나는 폐기물들과 쓰레기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일회용이 된 가구들과, 멀쩡한 생활용품이 버려져 동네 곳곳에 방치되고 있는 문제도 자각하게 되었다.

 

처치곤란 쓰레기의 나라, 마구 사고 마구 버리고, 마구 먹어대고, 오물로 토해내는 암울한 디스토피아. 결코 지나친 걱정거리들이 아닌, 지금 우리 주변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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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국을 끓이다. 하루 한가지 요리를 하자라는 결심이 불현듯 들면서다. 이제까지 나는 하루 한가지의 요리조차도 하지 않고 살았노라는 고백이기도 하다. 시금치국이 요리냐 하겠으나 내게는 엄연한 요리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엄청난 시간을 투자한 요리다. 적당히 육수 만들고 된장 풀어 끓인 시금치국은 사실은 맛은 없었다. 맛은 없지만 남기지 않고 끝까지 먹어치울 것이다. 누군가를 위한 음식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음식에 호불호는 없다. 나는 미각을 상실한 배고픈 짐승일 뿐이니까.

 

노안이 시작된 어느날 부터 책읽기는 멈춤 상태다. 안경은 세 번째 맞췄다. 눈이 아프거나 두통이 생긴다는 이유로 멋지지도 돋보기 안경이 줄줄이 세 개다. 늘어선 안경을 보면 웃프다. 나이듦을 실감한다. 여전히 적응중이다.

 

더이상 스키니진을 사지 않겠다는 결심은 결국 또 다른 스키니진을 사면서 무너졌다. 나이도, 몸매도, 삶의 질도 적당히 넉넉한 옷을 사 입어야한다고 가리키는데, 또 다시 스키니진을 그것도 구멍 숭숭 뚫린 찢어진 진을 사고야 말았다. 이것이 마지막이다. 진심으로 이것이 마지막이다.

 

커피와 수다와 시간은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아무리 잿빛 하늘이 암울하고, 미세먼지로 코가 막히고 목이 아파도, 음악이 흐르는 아늑한 공간에서의 커피와 수다, 흐르는 시간은 디저트처럼 달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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