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사는 여자가요. 아이가 둘이나 되는데 외간남자의 차를 타고 밥을 먹으러 가는 거예요. 이상하지 않아요? 이 동네에서 꽤 유명한 여자라 혹시 알지도 몰라요. 날씬한 것도 아니고 뚱뚱한 몸매로 또 얼마나 짧은 치마를 입는지 그런 사람들 이해가 안돼요, 솔직히.

내가 가는 미용실 아줌마는 대구분이시다. 까만 얼굴에 바싹 마른 몸, 척 보기에도 유순이나 관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타입의 매사를 따박따박 따지고 드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거나 질서나 어긋난 예의에 대한 분개라면 같이 동조하여 열을 올리지만, 사실도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일로 누군가를 매도하는 건 다르다.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사기꾼이나 성격파탄자만 아니라면, 그 사람이 누구와 밥을 먹던 아이를 데려가던 노래방에서 도우미 일을 하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유부녀라고 해서 남편 아닌 남자와 밥 먹지 말라는 법은 없고 제 삼자는 모르는 그 나름의 사정이란 게 있으니까.

그렇기는 하지만요. 경상도 사람 특유의 억양으로 뿌리내리고 사는 이 지역과 사람들에 대한 비하도 서슴없다. 야구장엘 가도 재미가 하나도 없다나. 지역 연고 따지는 게 오히려 생소하건만. 적지 않은 나이에도 결혼관이며 인생관이 보수성을 띠지 않아서 맘에 드는 면도 많아 잔뜩 호의를 품고 있었는데, 이럴 땐 뜨악하다.

어쨌거나 이 분의 머리 자르는 솜씨는 끝내준다. 주변에서 머리 길러라 길러라 하도 응원을 해서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길이를 참고 또 참다가 결국에는 싹둑 잘랐다. 턱선에 찰랑거리는 길이만큼. 무엇보다 감고 말리는 시간이 절약되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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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5-06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우리 이웃집 여자는 이혼당했어요. 남편에게 들켜서요.

겨울 2006-05-06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근데 저리 어설픈 걸 바람이라고 부를 수가 있을 지요.

마늘빵 2006-05-06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아프락사스라 합니다. 클레인 수선님 서재타고 왔어요. 자주 뵈어요.

겨울 2006-05-06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님.^^ 익숙하고 친숙한 이름이어요.

파란여우 2006-05-0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제 스캔들이군요.호호
먼저 살던 동네에서 제가 맨날 남자 바꿔서 차 타고 늦게 들어오는 '이상한 공무원'
이었거든요. 수근거리는 말, '계장이라면서 저래도 되는거야?'..하하
도대체 뭐가 '저래도'였는지 모르지만요. 음, 에잇, 억울한 김에 진짜 사건을
만들고 와줬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나저나 찰랑찰랑 찰랑대네~~ 하는 유행가가^^

겨울 2006-05-07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자는 괞찮은데 여자라서 엄마라서 라는 말을 들으면 열을 받아요. 그분은 아이를 데려가는 게 문제라고 하는데 오히려 강인한 모성(?)이 감동 아닌가요? 그리고 여자가 아침에 택시에서 내리면 다 엄한 짓이고, 미용실은 확실히 위험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가리지 않고 뭐든 읽는다는 비슷한 취향의 사람의 만나면 기쁘다. 싼 값에 사 두고 읽기를 미루고 있다가 그녀에게 먼저 건넸다. 아직 읽지 않은 책이지만 다들 재밌다 하니 지루하진 않을 거라는 코멘트와 함께. 나이 어린 그녀, 다음날 와서 하는 말이 “진짜 재밌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어요.” 싸게 산책인데 재미까지 있다면 금상첨화. 싱글싱글 웃는 그녀를 따라 내 입도 하 벌어졌다.

 

책이란 묘하다. 누군가 좋아요, 재밌어요, 하며 행복한 낯빛을 하면 그 책에 대한 애정이 마구 솟구친다. 빌려준 책을 가져와 눈을 반짝거리며 감상을 얘기하는 그녀에게도 역시. 주변의 책 좋아하는 사람치고 바보도 악인도 속물도 없다. 더 없이 사람만 좋아서 오히려 이런저런 손해를 보고 산다. 남을 탓하거나 미워하지도 않는다. 문제가 생기면 자신 안에서 찾으려 한다. 끊임없이 속죄하고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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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6-05-06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을 좋아하는데 그분하고 저하고는 정반대군요
오늘도 누구를 신나게 욕했답니다.
그리고 자주 속물도 되고요.
책을 뭣하러 읽는지 저같은 사람은 모른다지요 쯥쯥
그나저나 넘 오래만이셔요..

겨울 2006-05-06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여우님이야말로 딱인데요? 세상 일에 무심하지 않고 마땅히 화낼 일에 격렬히 욕할 줄 아는 님을 존경해요.^^ 저 역시 입이 걸다면 건 편이라죠. 요즈음,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은 증세에 시달리고 있어요. 오늘은 회복모드입니다.

어릿광대 2006-05-06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주변엔 제대로 책을 권할 수 있는 사람이...없내요. 그래서 부럽습니다. ㅜㅜ 어찌된 애덜이 책보다 영화를 더 좋아하는지. 그래도 꿋꿋하게 생일 때마다 책을 사서 선물로 줍니다. ㅋ 언젠간 이 친구들도 이런 제 맘을 알아주겠지요?

물만두 2006-05-06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게 안되니 참 걱정입니다.

겨울 2006-05-06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릿광대님^^ 저도 꿋꿋히 책을 선물하는 사람입니다.
만두님은 무슨 말씀을, 님이야말로 산증인!!

비로그인 2006-05-06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과몽상님, 저도 이 책보고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겨울 2006-05-06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약간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변호사 비숍 가정부가 되다라는 가정을 하면, 충분히요.^^

stella.K 2006-05-07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문제가 생기면 도서목록을 뒤지지요. 읽지도 않으면서 혹시 이 책 읽으면 도움이 되려나? 하나가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전 책은 좋아하지만 남 원망 참 많이해요. 아주 지능적이고 조직적으로. 아무래도 책의 영향 같아요. ㅜ.ㅜ

겨울 2006-05-07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능적이고 조직적으로, ㅎㅎ 님이 그렇다면 그럴 법 하니까라고 생각해요. 효율적으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원망하는 것도 현명한 처세라고 보는데요? 누군가로 인해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을 보면 죽일 놈 나쁜 놈 하면서 마구 욕을 하라고 부추기는 걸요. 그래서 응어리가 풀릴 수만 있다면^^

잉크냄새 2006-05-07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선물해주었는데 가타부타 말도 한마디 없어요. 가끔 섭섭하기도 하더군요.^^

겨울 2006-05-0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지내시죠? 그 사람에게는 책이 행복한 선물이 아니었나 봐요. ^^
 

 

삼주 연속으로 고향에 다녀오려니 기진맥진, 피로가 풀리지를 않는다. 이것도 장녀 콤플렉스라면 콤플렉스다. 엄마가 힘들거나 말거나 눈 딱 감고 모르는 척 하면 그만인 것을. 차마 그러지를 못하는 병. 할머니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엄마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결국에는 나를 위해서도 이 의무 아닌 의무는 계속될 것이다. 빈말일지언정 다음 주는 오지마라 하시는 엄마에게 와야지 몸 편하자고 안 오면 마음이 불편해서 싫다고 툭 뱉어냈지만 지치긴 벌써 지쳤다. 가족이라는 이름, 그리고 할머니의 병 아닌 병 앞에서는 도무지 긴장을 풀 수가 없다. 끝도 없이 계속되는 넋두리, 한탄, 푸념들. 좋은 기억은 다 잊고 최악의 기억들만을 곱씹고 계신 할머니가 가엾다 못해 어이가 없다. 잊어라 해라 잊혀질 성질의 것도 아니고, 고통들, 설움들, 상처들은 생경하게 살아서 할머니의 피폐한 현재를 좀 먹고 있다. 누구든 늙는 것을 피할 순 없다. 저것은 나의 미래이기도 하니까 고개를 돌리지 말고 똑바로 바라보자고 다짐하지만 추한 것을 아름답다고 말할 순 없다. 인간의 자존은 어디로 가고, 그 결벽성은 어디서 놓치고, 힘없는 팔다리를 질질 끄고 목숨을 연명하는, 관심과 애정을 구걸하는 가여운 존재가 되었는지. 늙음이 상실뿐이라면 어떻게 늙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랴. 마른 나무껍질 같은 피부와 생기 잃은 눈과 구부러진 허리와 하얗게 변색된 손톱과 썩어드는 발톱과 아무것도 씹을 수 없는 잇몸뿐인 늙음이라면.


엄마 몰래 밖에 나와 장독대를 닦으시다 넘어지셨다며 머리에 혹이 생겼노라 전화를 하신 할머니. 엄마에겐 아무 말도 말라 이르신다. 혼날까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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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6-04-19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늙음, 멀지 않은 곳에 있군요.

겨울 2006-04-19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을 상실하고 손상하고 왜곡한다는 게 제일 두렵습니다
 

 

마당에 핀 자목련이 더도 덜도 아닌 딱 여섯 송이. 흐트러진 보자기처럼 예쁜 것과는 거리가 먼, 참으로 못난 꽃이다. 가늘고 긴 가지 끝에서 피어 올린 생애 첫 꽃이지만 오다가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정이 안 간다. 그 존재만으로 밤을 밝히는 화사한 백목련과는 달리 자목련은 흐린 날에 어울리는 꽃이다. 황사 자욱한 날부터 다소곳이 움츠리고 있던 봉오리를 있는 힘껏 벌리다 못해 그 이파리를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꽃의 색깔을 처음 인지한 날, 억! 소리가 절로 터졌다. 어째서 백목련이 아닌 자목련일까, 하고.


십여 년 전에 이 집으로 이사 왔을 당시에 마당에는 백목련과 자목련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었다. 그리고 이듬해 봄이 되어 속살을 드러내듯 꽃을 피웠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똑같았다. 결국 만장일치로 자목련은 베어지고, 홀로 선 백목련은 기고만장하여 키를 늘리더니 급기야 이층집의 높이를 능가하기에 이르렀다. 꽃나무 하나에 깃든 세월은 사람의 생애에 버금가도록 우여곡절이 많다. 봄마다 앞집 할머니는 목련꽃과 잎이 날린다고 오며가며 잔소리를 하셨고 마당 곳곳에 쌓이는 그것들을 치우는 것은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다. 지나치게 커서 흉물스럽기까지 한 나무를 보다 못해 단호히 톱을 들이댄 것이 작년인가. 다시는 꽃을 피울 일도 볼 일도 없을 것이라는 다짐은 꺾고 꺾어도 다시 돋는 가지를 보며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되고 말았었다. 그리하여, 깜짝 쇼를 하듯 피어난 꽃의 정체는 자목련, 오묘하게도 자목련인 것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사정을 들려주면서 웃고 또 웃었던 요즘, 별게 다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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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17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이뻐요~

겨울 2006-04-1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론 별로 안 이뻐요~

날개 2006-04-18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목련 나무에서 자목련이 폈다는 얘기인가요? +.+
목련은 꽃이 피었을 때는 참 이쁜데.. 질때는 너무 흉해요...ㅡ.ㅜ

겨울 2006-04-18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요, 날개님. 십수 년 전에 베었던 자목련이 소생한 거였어요.^^ 어쨌건 신기해요. 주변분 말씀이 자목련은 꽃이 오래간다는 미덕이 있다 하시네요.

파란여우 2006-04-18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우아한 꽃을 이순자라는 여인네가 좋아했다니 갑자기 그 후로 자목련을
싫어했다는 무성한 소문이 들리는 꽃입니다.
자목련, 가만히 보면 품격높은 백작부인같아요.

겨울 2006-04-18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여인네가 좋아했다니 들던 정이 뚝 떨어지고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왜 하필 자목련을? 가만 보고 있으면 참을성이 많고 강하고 독한 이미지를 풍기지 않나요? 더불어 격조도~ 이순자가 그렇다는 건 절대 아니고요.
 
달콤한 인생 일반판 (2disc)
김지운 감독, 이병헌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본편이 끝나고 여운에 젖어 있다가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부록을 챙겨 보는데 거기에 배우들의 셀프카메라가 등장한다. 아마도 질문이 네 인생의 가장 달콤한 순간을 묻는 모양이던데, 지금 이순간이라고 말하는 중년배우의 여유가 보기 좋았고, 지나간 사진첩을 들추며 하나씩 추억을 얘기하는 신인배우의 미래를 향한 불안감에도 고개가 주억거려졌다. 무엇보다 검은색 셔츠차림의, 이전에는 별로 좋다, 라고 생각해본 기억이 없는 배우 이병헌에게 홀딱 빠져들었다.


영화의 시작에서 서늘함을 물씬 풍기며 등장하는 이병헌을 보면서 누굴 닮았더라, 누굴까, 그러다가 늘씬한 다리가 쭉 뻗어나가는 시원한 발차기에 감탄을 하기를 여러 번, 이지적인 과묵함, 차가움과는 다른 무관심, 그리고 절대적인 신뢰가 드러나는 보스와의 독대 장면에서 문득 ‘양조위’를 떠올렸다.


신민아, 라는 배우는 류승범과 주연한 영화 <야수와 미녀>에서 만났다.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 수 없는 이미지의 선량한 얼굴, 눈빛이 호감지수를 마구 상승시켰던 기억, 그대로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첼리스트다. 부서질 듯 연약한 외면과 달리 당돌하고 강한 성격임을 처음 이병헌을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고스란히 드러낸다. 아저씨 해결사지, 어쩌면 킬러일지도 모를 남자를 향해서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 여자라니. 사실 그녀에게 생긴 남자친구를 떨구는 것이 이병헌의 목적인데, 처음부터 여자는 그것을 알았던 듯 싶다. 몰랐다면 이병헌의 존재이유가 불투명하다. 신민아와 팜므파탈은 얼핏 매치가 되지 않지만 또 그녀만큼 어울릴 수도 없다. 불행히도 그녀가 악녀라는 사실은 영화가 끝나고 한참이 지나서야 깨닫게 된다.

 

미묘한, 아주 미묘한 찰나의 순간에 했던 선택이 죽을 죄가 된다는 것을 이병헌은 정말 몰랐을까. 인간의 신뢰라는 게 얼마나 하찮은 것을 계기로 무너질 수 있는 지, 목숨을 바쳐 충성을 맹세했던 보스로부터 배신자라는 오명을 쓴 남자의 선택은 하나다. 오야붕이 실수라고 하면 설령 실수가 아니었더라도 실수했노라고 말해야 하지 않느냐고 보스는 말한다. 그리고 아무도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지 않듯이, 왜냐고 묻는 보스에게 사실을 설명하는 이병헌의 목소리는 흔들린다. 그는 확신하지 못한다. 보스를 위해서였다고 판단한 결과가 보스를 배신한 걸로 판단되어졌다. 누가 옳고 틀렸건 총구를 들이대는 남자들의 세계에서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죽어라 하면 죽어야 하고 살기 위해서는 같은 편이었던 혹은 형제였던 이에게도 죽음의 응징을 가해야 하는 게 이 멋진 영화의 본색이니까.        


마지막에 에릭이 등장하는 장면은 김지운 감독만의 유머가 아닐까. 대사라고는 한마디로 없이 난데없이 등장해서 살인의 현장에서 주워온 총을 휘갈기는 별로 멋없는 킬러라니. 이미 잔치는 끝나고 불은 꺼지고 음식은 식었다. 그럼에도 자꾸 웃음이 터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쭉 좋아했던 좋아하는 배우 황정민의 연기에는 말을 잃었다. 진짜 진짜 나쁜 놈을 연기하는 배우에게 감탄하기는 쉽지 않다.  


피도 눈물도 없는 비정한 남자에게 다가온 달콤한, 너무도 달콤해서 목숨까지 던져버린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그 남자에게 그런 달콤한 시간은 결코 소유해선 안 될 사치였다. 그는 그 대가로 삶을 저당잡혔고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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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4-08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영화 좋아해요. 이병헌, 황정민, 김영철 그리고 신민아 모두 좋던걸요. 특히 이병헌^^

겨울 2006-04-0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이 아쉬워 좀처럼 타이틀을 빼기가 싫을 정도였어요.^^ 시간을 내서 다시 보기를 해야겠어요. 왜 영화가 예술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네요.

잉크냄새 2006-04-17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에 그런 의미가 또 있었군요. 다시 한번 봐야겠어요.

겨울 2006-04-17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장면에서 첼로 연주를 듣는 이병헌의 뒷모습이 감동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