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에 사는 여자가요. 아이가 둘이나 되는데 외간남자의 차를 타고 밥을 먹으러 가는 거예요. 이상하지 않아요? 이 동네에서 꽤 유명한 여자라 혹시 알지도 몰라요. 날씬한 것도 아니고 뚱뚱한 몸매로 또 얼마나 짧은 치마를 입는지 그런 사람들 이해가 안돼요, 솔직히.
내가 가는 미용실 아줌마는 대구분이시다. 까만 얼굴에 바싹 마른 몸, 척 보기에도 유순이나 관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타입의 매사를 따박따박 따지고 드는, 사회 부조리에 대한 거나 질서나 어긋난 예의에 대한 분개라면 같이 동조하여 열을 올리지만, 사실도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일로 누군가를 매도하는 건 다르다.
최소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사기꾼이나 성격파탄자만 아니라면, 그 사람이 누구와 밥을 먹던 아이를 데려가던 노래방에서 도우미 일을 하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유부녀라고 해서 남편 아닌 남자와 밥 먹지 말라는 법은 없고 제 삼자는 모르는 그 나름의 사정이란 게 있으니까.
그렇기는 하지만요. 경상도 사람 특유의 억양으로 뿌리내리고 사는 이 지역과 사람들에 대한 비하도 서슴없다. 야구장엘 가도 재미가 하나도 없다나. 지역 연고 따지는 게 오히려 생소하건만. 적지 않은 나이에도 결혼관이며 인생관이 보수성을 띠지 않아서 맘에 드는 면도 많아 잔뜩 호의를 품고 있었는데, 이럴 땐 뜨악하다.
어쨌거나 이 분의 머리 자르는 솜씨는 끝내준다. 주변에서 머리 길러라 길러라 하도 응원을 해서 목덜미를 타고 흐르는 길이를 참고 또 참다가 결국에는 싹둑 잘랐다. 턱선에 찰랑거리는 길이만큼. 무엇보다 감고 말리는 시간이 절약되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