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 핀 자목련이 더도 덜도 아닌 딱 여섯 송이. 흐트러진 보자기처럼 예쁜 것과는 거리가 먼, 참으로 못난 꽃이다. 가늘고 긴 가지 끝에서 피어 올린 생애 첫 꽃이지만 오다가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정이 안 간다. 그 존재만으로 밤을 밝히는 화사한 백목련과는 달리 자목련은 흐린 날에 어울리는 꽃이다. 황사 자욱한 날부터 다소곳이 움츠리고 있던 봉오리를 있는 힘껏 벌리다 못해 그 이파리를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휘청거리는 꽃의 색깔을 처음 인지한 날, 억! 소리가 절로 터졌다. 어째서 백목련이 아닌 자목련일까, 하고.


십여 년 전에 이 집으로 이사 왔을 당시에 마당에는 백목련과 자목련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었다. 그리고 이듬해 봄이 되어 속살을 드러내듯 꽃을 피웠을 때, 가족들의 반응은 똑같았다. 결국 만장일치로 자목련은 베어지고, 홀로 선 백목련은 기고만장하여 키를 늘리더니 급기야 이층집의 높이를 능가하기에 이르렀다. 꽃나무 하나에 깃든 세월은 사람의 생애에 버금가도록 우여곡절이 많다. 봄마다 앞집 할머니는 목련꽃과 잎이 날린다고 오며가며 잔소리를 하셨고 마당 곳곳에 쌓이는 그것들을 치우는 것은 쉬운 일은 결코 아니었다. 지나치게 커서 흉물스럽기까지 한 나무를 보다 못해 단호히 톱을 들이댄 것이 작년인가. 다시는 꽃을 피울 일도 볼 일도 없을 것이라는 다짐은 꺾고 꺾어도 다시 돋는 가지를 보며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 되고 말았었다. 그리하여, 깜짝 쇼를 하듯 피어난 꽃의 정체는 자목련, 오묘하게도 자목련인 것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사정을 들려주면서 웃고 또 웃었던 요즘, 별게 다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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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4-17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이뻐요~

겨울 2006-04-1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론 별로 안 이뻐요~

날개 2006-04-18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목련 나무에서 자목련이 폈다는 얘기인가요? +.+
목련은 꽃이 피었을 때는 참 이쁜데.. 질때는 너무 흉해요...ㅡ.ㅜ

겨울 2006-04-18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요, 날개님. 십수 년 전에 베었던 자목련이 소생한 거였어요.^^ 어쨌건 신기해요. 주변분 말씀이 자목련은 꽃이 오래간다는 미덕이 있다 하시네요.

파란여우 2006-04-18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우아한 꽃을 이순자라는 여인네가 좋아했다니 갑자기 그 후로 자목련을
싫어했다는 무성한 소문이 들리는 꽃입니다.
자목련, 가만히 보면 품격높은 백작부인같아요.

겨울 2006-04-18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여인네가 좋아했다니 들던 정이 뚝 떨어지고 불쌍하기까지 합니다. 왜 하필 자목련을? 가만 보고 있으면 참을성이 많고 강하고 독한 이미지를 풍기지 않나요? 더불어 격조도~ 이순자가 그렇다는 건 절대 아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