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푸코 살림지식총서 25
양운덕 지음 / 살림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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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적으로 구입했던 푸코의 '감시와 처벌', '광기의 역사'가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푸코에 관한 개론서로 산 것이 바로 본서이다. 물론, 본서는 그 분량이 매우 적어서 푸코의 모든 사상을 담기에는 역부족일수도 있겠는데, 때문에 저자는 과욕을 부리기 보다는, 푸코의 중기 작업에 해당하는 '권력에 대한 계보학적 분석'에 포커스를 맞추어 서술하고 있으며, 이는 어느정도 성공적으로 보여진다.

푸코가 말하는 권력이란 누군가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도처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대부분은 질서유지인이나 감시자가 없어도 줄을 서며, 경찰이 없어도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 우리는 이러한 행동을 하기까지 훈육되고 단련되어 스스로 감시하고 스스로 체제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 푸코는 우리가 그러한 행동을 하는 그 순간순간 권력은 그 곳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푸코는 이 모든 감시와 억압구조란 근대적 계몽주의의 소산이라며, 계몽주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대부분의 포스트모던 철학자들의 사상이 그렇듯, 이 부분은 독자에게 뚫려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확실한건 권력과 감시는 단순히 권력자를 교체하고 그 자리에 새로운 누군가가 들어선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그래봐야 권력의 '머리'만 바뀔 뿐이란 얘기 되겠다) 즉, 진정한 '해방'이란 단순히 정치나 경제차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문화, 사회, 성, 경제, 사상 등등 모든 영역에서의 변혁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나저나, 감시와 처벌하고 광기의 역사는 언제 다 읽는다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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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 살림지식총서 182
홍명희 지음 / 살림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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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지나는데, 웬 맑스나 브람스를 닮은(나뿐만의 생각도 아니었던 것이 책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온다) 굉장히 인자한 노인이 미소를 잔뜩 머금은 채 나에게 한마디 하더라. '어이~이봐 학생, 내가 궁금하지 않어?' 그리하여 나는 꼼짝없이 이 책을 구입하고 말았다.

바슐라르는 이미 우리나라에 뻔질나게, 지겨울 정도로 소개된 과학철학자이자 문학평론가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바슐라르의 이름을 들은 것은 대학 3학년때? 페리 앤더슨의 '서구 마르크스주의 읽기'를 통해서나 가능했다. 당시 느낌으론, 이 책에 갑자기 웬 과학철학자가 소개되어있나 정도? 그가 어떤 사상을 가졌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바슐라르의 '매력'을 전하려는, 그리고 그의 사상을 정감있게 전달하려는 저자의 시도는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저자의 서술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 너무도 따뜻한 바슐라르의 사상과 삶에 기인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성 중심의 서양 철학에 상상력의 개념을 끌어오고, 사유가 아닌 몽상의 역할을 강조하는, 시각적 이미지를 넘어 그 외의 여러 수많은 '이미지'들을 강조하는 그의 사상은 참신함과 매혹적임을 넘어선 따뜻함이 있다.

게다가 저자는 바라지도 않은 현대사회에서의 바슐라르 사상의 함의까지 서술하고 있다. 즉자적으로, 비판없이, 때로는 강압적으로 수용되는 시각 이미지. 다른 이미지들은 다 제쳐지고 오로지 시각이미지가 온 세상을 잠식하는 사회 속에서, '죽은 눈'을 가진 사람들의 사회 속에서, 바슐라르는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짧은 분량의 책이었음에도 무한한 만족감을 주었으면서도, 바슐라르에 대해서 좀 더 읽어봐야겠다는 동기마저 부여해 준, 정말이지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살림지식총서'가 적어도 사상가 소개는 참 잘하는 듯 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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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버트 마르쿠제 살림지식총서 178
손철성 지음 / 살림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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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대표적인 학자이면서, 서구의 68혁명 당시 맑스, 모택동과 함께 3M으로 꼽힐 정도로 학생들에게 굉장한 영향력을 끼쳤고, 그의 대표적인 저술들은 죄다 국내에 번역되어 있는 마르쿠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별개의 연구서, 혹은 소개서는 보기 굉장히 힘들다. 하지만, 본서를 보다보니 그 이유가 어렴풋이 추측이 되는데, 두 가지 요인정도를 들 수 있을 것같다.

먼저 첫번째로는 그의 학문적 행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유태인으로서 독일에서 공부하고 미국으로 망명하였고, 이 시기에 함께 미국으로 망명한 사회과학연구소의 동료들이 그러했던 것과는 달리, 미국식의 자료조사보다는 여전히 독일식의 사변적 연구에 주력했다. 아울러 이후, 미국에 망명했던 프랑크푸르트 학파 소속의 동료들이 전쟁이 끝나자 독일로 돌아갔음에도 그는 계속 미국에 남아 연구를 계속했다. 때문에, 그의 연구는 어떠한 특별한 흐름에 속한다기보다는(물론 일반적으로는 그도 독일의 비판철학자의 흐름에 속한다고 볼 수는 있겠다만)줄곧 독자적인 행보가 두드러진 면을 보이는데, 이것은 오늘날, 그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서를 찾아보기 힘들게 만든 하나의 원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마르쿠제의 작업 방향 자체에 있는듯 싶다. 그는 시대를 초월하는 거대한 사상을 만들기 보다는, 그가 발딛고 선 당시의 세계가 조금이라도 더 진보하기 위해, 그때 그때의 시의적절한 개념과 혁명에 조력할 수 있는 이론을 만드는 것에 더 힘썼기 때문이다. 진보와 혁신에 대한 추진력을 잃어버린 미국의 노조와 노동운동을 보고는 실의에 빠져 '일차원적 인간'을 저술했다가, 68혁명으로 진보의 가능성을 확인한 뒤 기쁨에 차서 '혁명론'을 저술한 것만 봐도 그의 학문적 작업과 사상은 그가 살았던 시기와 벗어나서 사고할 수는 없어보여진다. 아마 이것이 오늘날, 그에 대한 연구서를 찾아보기 힘든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사상에 대한 감동과 놀라움보다는 그의 삶이나 시대와 연관된 학문적 활동을 통해서 더욱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이 그의 학문적 성과를 소개하는 데에 게으르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저자는 그의 저서들을 시대순으로 배열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이해하기 쉽게 깔끔하게 설명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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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네그리 살림지식총서 180
윤수종 지음 / 살림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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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그리와 아우또노미아(자율주의)운동을 단순히 지나치기에는 여기저기에서 너무도 많은 언급이 나와서 사보게 된 책이다. 물론 네그리 사상에 대한 충실한 개론서로는 조정환씨가 쓴 '아우또노미아'라는 책이 있지만, 그 책을 볼만큼 관심이 있는 것은 솔직히 아니었기에. 

책은 네그리의 생애와 사상을 유기적으로 섞어서 서술하고 있는데, 이는 생애따로, 사상따로 서술된 책에 비해 독자로 하여금 긴장감을 지속시켜준다는 장점은 있지만, 다소 체계가 없어보인다는 느낌이 든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의 비물질노동과 관련한 이론에 대해서는 이진경씨의 '자본을 넘어선 자본'에서 이미 굉장히 흥미롭게 읽은 터였지만, 그게 네그리의 이론인줄은 몰랐다. 그 외에 대중이라던가(근데 이거 다른 곳에서는 보통 '다중'이라고 표기하지 않나??-_-;;;), 구성권력, 자율같은 개념들을 통해 변혁의 원동력을 찾으려는 그의 노력 또한 흥미로웠다. 읽으면서 매우 당연하게도, 이러한 열련의 네그리의 작업에 대한 한국적 적용에 대해 잠깐 생각해보지 않을 수는 없었는데, 사실 이탈리아의 아우토노미아는 네그리가 활약하기 이전에도 있었을만큼 장구하고 독특한 역사를 가진 운동흐름이고, 그 흐름의 중심 개념이라는 자율 또한-내 이해가 정확하다면-다소 이상적으로 혹은, 순진(?)해 보이기에 조금은 그렇고 그랬다.

어쨌건, 사상적인 측면에서의 네그리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보다는 더 많은 책을 읽어봐야 할듯, 네그리의 생애를 파악하기에는 괜찮았지만 그의 사상적 흐름을 파악하기에는 분량상의 한계가 있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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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8-01 22:06   좋아요 0 | URL
엔날에 네그리의 <전복의 정치학>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네그리에 대해서도 살림지식 총서가 나왔군요..근데, 난 왜 여태껏 몰랐을까요^^;;

率路 2010-10-18 17:12   좋아요 0 | URL
우왓 이제서야 확인했네요. 너무 얇고 많이 나오다보니 모르실수도 있는거죠 뭐^^;;;;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
아시아네트워크 엮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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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시아를 모른다. 세계 풍물기행류의 프로그램에서 아시아를 보면, 외려 서양보다 더 이국적으로 느끼는 것이 오늘날 우리의 정서다. 중국이나 인도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그 나라의 언론이나 싸이트를 찾기보단 미국 언론사의 관련기사를 검색하고, 전쟁이 나고 있는 이라크 민중의 반응을 알기위해 중동 언론을 찾기보단 자연스레 CNN싸이트에 접속하며, 저 머나먼 이국 땅의 수도나 사회 체제, 역사는 줄줄 꿰도 당장 요 앞 인도네시아 인구가 세계 몇위인지조차 잘 모르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물론, 아시아도 우리를 모르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많은 인구가 서로 부대끼며 살면서도 이처럼 정서적으로 서로서로 고립되어 있는 아시아는, 때문에 역사적으로 수도없이 '당하기만' 해왔고, 이러한 문제의식의 기반하에 아시아의 몇몇 기자들이 모여, '아시아의 눈으로 아시아를 보자'는 취지로 '아시아네트워크'라는 조직을 창설했다. 이 책은 그러한 아시아네트워크가 그동안 공동으로 소통해 온 작지만 소중한 결과물이다.

책은 그렇게 깊이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는 전부 새로운 이야기들 뿐이었다. 사실, 우리네 현실상 더 깊게 들어갔다가는 도저히 읽을수 없는 책이 되어 나왔으리라. 쉽게 쉽게 읽히지만 그만큼이나 그간의 나의 무지가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이 가까운 곳에, 이렇게 역동적이고, 이렇게 다사다난한 역사를 지닌 민중들이 생활해오고 있었다니. 마지막, 특별기고로 수록된 전 버마학생민주전선 의장 나잉옹, 혁명가에서 동티모르 대통령으로 변신한 사나나 구스마오, 얼마 전 사망한 하마스의 지도자 야신의 글들 또한 대단히 감동적이었다.

이 책은 아시아가 아시아의 눈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는 그 첫걸음일 뿐이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미약한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현재 우리의 현실에선 차고 남는 것도 현실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아시아의 비극이고) 이 기획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앞으로도 좋은 간행물들이 계속 출간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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