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과 가스통 바슐라르 살림지식총서 182
홍명희 지음 / 살림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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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을 지나는데, 웬 맑스나 브람스를 닮은(나뿐만의 생각도 아니었던 것이 책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온다) 굉장히 인자한 노인이 미소를 잔뜩 머금은 채 나에게 한마디 하더라. '어이~이봐 학생, 내가 궁금하지 않어?' 그리하여 나는 꼼짝없이 이 책을 구입하고 말았다.

바슐라르는 이미 우리나라에 뻔질나게, 지겨울 정도로 소개된 과학철학자이자 문학평론가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바슐라르의 이름을 들은 것은 대학 3학년때? 페리 앤더슨의 '서구 마르크스주의 읽기'를 통해서나 가능했다. 당시 느낌으론, 이 책에 갑자기 웬 과학철학자가 소개되어있나 정도? 그가 어떤 사상을 가졌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바슐라르의 '매력'을 전하려는, 그리고 그의 사상을 정감있게 전달하려는 저자의 시도는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저자의 서술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 너무도 따뜻한 바슐라르의 사상과 삶에 기인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성 중심의 서양 철학에 상상력의 개념을 끌어오고, 사유가 아닌 몽상의 역할을 강조하는, 시각적 이미지를 넘어 그 외의 여러 수많은 '이미지'들을 강조하는 그의 사상은 참신함과 매혹적임을 넘어선 따뜻함이 있다.

게다가 저자는 바라지도 않은 현대사회에서의 바슐라르 사상의 함의까지 서술하고 있다. 즉자적으로, 비판없이, 때로는 강압적으로 수용되는 시각 이미지. 다른 이미지들은 다 제쳐지고 오로지 시각이미지가 온 세상을 잠식하는 사회 속에서, '죽은 눈'을 가진 사람들의 사회 속에서, 바슐라르는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지 않을까. 짧은 분량의 책이었음에도 무한한 만족감을 주었으면서도, 바슐라르에 대해서 좀 더 읽어봐야겠다는 동기마저 부여해 준, 정말이지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살림지식총서'가 적어도 사상가 소개는 참 잘하는 듯 싶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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