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마르쿠제 살림지식총서 178
손철성 지음 / 살림 / 200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대표적인 학자이면서, 서구의 68혁명 당시 맑스, 모택동과 함께 3M으로 꼽힐 정도로 학생들에게 굉장한 영향력을 끼쳤고, 그의 대표적인 저술들은 죄다 국내에 번역되어 있는 마르쿠제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별개의 연구서, 혹은 소개서는 보기 굉장히 힘들다. 하지만, 본서를 보다보니 그 이유가 어렴풋이 추측이 되는데, 두 가지 요인정도를 들 수 있을 것같다.

먼저 첫번째로는 그의 학문적 행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유태인으로서 독일에서 공부하고 미국으로 망명하였고, 이 시기에 함께 미국으로 망명한 사회과학연구소의 동료들이 그러했던 것과는 달리, 미국식의 자료조사보다는 여전히 독일식의 사변적 연구에 주력했다. 아울러 이후, 미국에 망명했던 프랑크푸르트 학파 소속의 동료들이 전쟁이 끝나자 독일로 돌아갔음에도 그는 계속 미국에 남아 연구를 계속했다. 때문에, 그의 연구는 어떠한 특별한 흐름에 속한다기보다는(물론 일반적으로는 그도 독일의 비판철학자의 흐름에 속한다고 볼 수는 있겠다만)줄곧 독자적인 행보가 두드러진 면을 보이는데, 이것은 오늘날, 그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서를 찾아보기 힘들게 만든 하나의 원인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마르쿠제의 작업 방향 자체에 있는듯 싶다. 그는 시대를 초월하는 거대한 사상을 만들기 보다는, 그가 발딛고 선 당시의 세계가 조금이라도 더 진보하기 위해, 그때 그때의 시의적절한 개념과 혁명에 조력할 수 있는 이론을 만드는 것에 더 힘썼기 때문이다. 진보와 혁신에 대한 추진력을 잃어버린 미국의 노조와 노동운동을 보고는 실의에 빠져 '일차원적 인간'을 저술했다가, 68혁명으로 진보의 가능성을 확인한 뒤 기쁨에 차서 '혁명론'을 저술한 것만 봐도 그의 학문적 작업과 사상은 그가 살았던 시기와 벗어나서 사고할 수는 없어보여진다. 아마 이것이 오늘날, 그에 대한 연구서를 찾아보기 힘든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사상에 대한 감동과 놀라움보다는 그의 삶이나 시대와 연관된 학문적 활동을 통해서 더욱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이 그의 학문적 성과를 소개하는 데에 게으르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저자는 그의 저서들을 시대순으로 배열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이해하기 쉽게 깔끔하게 설명되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