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광하는 스포츠 은폐된 이데올로기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77
정준영 지음 / 책세상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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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자의 선배가 미국에서 겪었다는 이야기. 유학생 신입생 환영회에서 저자의 선배가 자기소개를 하면서 '스포츠 사회학'을 전공하겠다고 하자 좌중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입가에 이상야릇한 미소가 흘렀다. 그리고 다음 사람이 일어나 이야기 했다한다. 자신은 '진짜'사회학을 공부하기 위해 왔노라고.

우리나라의 스포츠 자체가 독재 정권의 우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되었다는 시원적 측면에서의 원인도 있겠지마는, 세계적으로도 스포츠가 사회학 연구의 대상이 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아보인다. 심지어 프로스포츠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마저도 스포츠를 사회학의 연구대상으로 삼아 온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하니. 하지만, 우리는 어떤 식으로건 스포츠를 즐기고 있으며 스포츠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렇다고 스포츠가 사회과학적 분석이 필요없을 정도로 순수한 것인가하면 이 또한 아니다.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목숨걸고(진짜로!)조깅을 하고, 억대 연봉의 스포츠 선수 이야기에는 경제효과 얼마라는 식의 담론이 항상 따라온다는 것만 봐도 그러한 사실을 쉽게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차, 지난 2002 대선의 소위 '정풍'도 빼 놓을 수 없겠군-_-;;;

저자는 이처럼 '순수하지 않은'스포츠의 의미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한다. 스포츠는 모든 사회 요소들과 연관이 있으며, 이러한 연관 속에서 스포츠는 자연스레 사회의 지배적 가치들을 훈육시키는 도구로 쓰여지기도 한다. 본서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저자의 '중산층과 마라톤'분석인데 저자는 중산층이 왜 마라톤을 하기 시작하였는가를 주로 부르디외의 이론을 이용하면서도 부르디외의 이론을 기계적으로 답습하여 적용하는 것이 아닌, 한단계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적용하고 있다. 이를테면, 부르디외라면 어떤 계급이 어떠한 스포츠를 즐긴다는 측면에만 주목하지만, 저자는 스포츠 분석에 있어 그 계급이 선택한 스포츠가 왜 하필 그것인가까지 주목하여 분석하고 있다.

일반적인 사회학 연구문헌을 읽을 경우 수없이 볼 수있는 관련자료나 참고문헌보다는 저자의 경험담이 종종 주된 근거로 등장한다는 점을 볼 때, 아직 우리나라에서건 해외에서건 스포츠에 대한 연구가 미진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스포츠는 그 자체로서 충분히 수없이 많은 의미들을 담고 있기에 오늘날 빠뜨릴 수 없는 연구대상의 하나이다. 갖가지 의미로 충만한 스포츠, 그 스포츠를 '제대로' 보기 원하는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보는 것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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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진리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39
김선욱 지음 / 책세상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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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정치는 진리를 추구하는 영역인가?에 대한 질문에 저자는 강하게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고, 이는 인간이 끊임없이 정치행위를 해 나가는 동물이란 이야기인데, 진리를 추구한다는 것은 정치를 단순히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써 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즉, 정치란 옳고 그름의 진리를 추구하는 영역이 아닌, 끊임없는 대화가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의문점 하나. 사회에는 어떻게건 해결'하여야'하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평화라는 것, 빈곤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는 것 등등은 우리모두가 해결하여야 하는 문제이다. 이처럼 해결되어야 함이 자명한 문제를 저자는 '사회문제'라 하여 정치문제와 구별하고 있다. 즉, 강에 다리를 놓는 문제는 사회문제이지만, 어디에 놓느냐는 문제는 정치문제라는 것이다. 공정한 분배는 사회문제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 나아가 어떠한 것이 '공정'한 분배인지를 논하는 것이 정치문제라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어지는 의문점 하나, 옳고 그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러한 정치의 영역이 상대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저자는 이 부분에 대하여 '상대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하기는 하지만, 구체적으로 그렇다면 어떻게해야 상대주의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가를 서술하고 있지 않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개인적으로 다소 불만족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어쨌건 그러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이러한 주장은, 오늘날 다원성이 부족한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중요해 보인다. 정치싸움 집어치우고 경제나 챙기라는 둥, 이념투쟁 그만두고 국민통합으로 가자는 둥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여러 정치 계층과 계급을 배제하는 동학으로 이어진다.(사실 이런식의 담론을 주장하는 자들을 보면, 하나같이 극우 보수적이거나 무관심-사실, 무관심이야말로 정치에 관한한 가장 보수적인 반응이다-성향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즉 이들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한마디로 '반정치적'인 것이다) 정치는 끊임없는 대화의 장이라는 것. 교조적인 진리를 내세우며 상대를 배제하는 장이 아니라는 것을 역설하는 것만으로도 오늘날, 이 책이 우리 사회에 갖는 의미는 충만해 보인다.

ps.저자는 이 책에서 아렌트의 정치사상을 중심으로 이러한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아울러 하버마스의 영향도 받기는 했지만, 둘 중에 한편을 든다면 저자는 아렌트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고도 한다. 문제는 나의 아렌트에 대한 지식이 일천하다는 것. 도대체, 하버마스의 주장과 아렌트의 주장을 등에 업었다는(?)저자의 주장 간에 차이가 뭐지? 시종일관 들었던 의문이었다. 즉, 기회가 닿으면 하버마스의 정치사상과 함께 아렌트의 정치사상도 공부(?)해 봐야겠다는 동기마저 갖게 해준 책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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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권력 - 내일의 승자와 패자들
헬무트 슈미트 지음, 나누리 옮김 / 갑인공방(갑인미디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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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인 헬무트 슈미트는 1974년부터 1982년까지 독일 총리를 했던 인물이다. 개인적인 기억에 따른다면, 그는 2차대전 참전이후 27세에 늙다리 대학생(?)이 되어 우리로 치면 전대협의장쯤 될까? 하여간 SDS의 회장을 지냈고, 정치생활 내내 당내 이론가역할을 했기에 그 특기를 살려? 퇴임 후에도 언론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독일 정치인의 책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 사민당 당수였던 오스카 라퐁텐의 '심장은 왼쪽에서 뛴다'를 이미 본 바 있으니깐. 그 때의 좋은 기억이 이 책을 선택하는데 적잖은 배경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헬무트 슈미트 또한,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저자는 자신의 길었던 정치생활과 해박한 국제문제 관련 지식으로 세계 정세를 논하고, 앞으로의 미래를 논하며, 그 속에서 독일과 EU의 역할을 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말 '빛나는 것'은 저자의 해박한 국제문제 관련 지식이다. 오랜동안의 실무 경험을 통해 미국을 논하고 중국의 장래를 논하며, 그 외 러시아나 아프리카, 심지어 우리 코 앞에 있지만, 우리 대부분이 그 실정을 잘 모르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을 이야기한다. 그의 예측이 맞건 틀리건 그의 주장이나 예견의 중심에는 항상 '평화'라는 화두가 떠나지 않으며, 그의 그러한 평화에 대한 의지 때문에 시종일관 기분 좋은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보는 내내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낸 몇몇 출판물이 떠올랐는데, 그저 안타깝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내가 읽어본 국내 정치인이 낸 출판물을 보면, 하나같이 까놓고말해 '자기 자랑'과 '우리편 비호' 그리고 '다른 편에 대한 비난'이다. 자신이 정치를 하며 추구하는 중심적 가치나 정책이 뭐 그리 내보이면 안되는건지 털끝하나라도 숨기려고 하는(아니 있기나 한건지 의문이 든다)국내 정치인들의 저서들과 비교하면, 이 책은 참 그야말로 '다른 세계'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너무도 부럽다.

ps.슈미트가 사민당 내에서 좌파에 속하는지 우파에 속하는지 알길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자유무역협정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의외였다. 그는 '공산품은 자유롭게 수출하면서, 후진국의 농산품에는 관세장벽을 높이는'선진국의 이중성을 질타하며 자유무역협정을 옹호하고 있는데, 물론 그가 어떤 취지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인지 그 진정성은 이해하지만, 그러한 의견은 다소 소박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그가 선진국과 후진국 문제를 거론할 때면-물론 그는 EU와 독일을 언제나 그 주체로써 서술한다-개인적으로는 언제나 우리나라의 현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데, 그럴때면 우리의 현실은 가끔은 선진국에, 가끔은 후진국에 속하건 한다. 적지않은 분량때문에 일도양단으로 구분하여 국제문제를 서술하기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여러 입장의 지역, 혹은 국가들의 입장을 다양하게 포괄하지 못하는 단점은 있다. 하지만, 그가 '큰 그림'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으로 보여지며, 때문에 국제문제에 어느정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 그 속에서 유럽(특히나 유럽 사민주의자)의 입장이 궁금하신 분들에게는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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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경제학 - 30대를 위한 생존 경제학 강의
유병률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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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처음 들었던 생각.

"아니, 인물과 사상사에서마저 '서른살 어쩌고'하는 책을 낸단 말이야?"

뭐 인물과 사상사라고 이런류(?)의 서적을 내지 말라는 법이 없긴 하지만, 강준만씨한테 '그 정도씩이나' 기대하지 않는 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계간 인물과 사상을 더이상 안낸다고 하더니, 그게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자금이 딸려서였나 뭐 그런 다소간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나 할까? 하여간 그럼에도 '인물과 사상사'에서 나온 '서른살 어쩌고'하는 자기계발서라는 호기심에 구입을 했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괜찮았다.'^^

본 책은 어쨌거나 요즘 우후죽순격으로 출판되고 있는 자기계발 서적 중 하나가 맞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성공이나 돈타령해대는 대부분의 다른 자기계발서와는 분명히 다르다. 경제학서적과 자기계발서의 경계쯤에 있다고하면 될까?? 내 경제학적 지식이 어느정도인지 잘 몰라서 뭐라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굉장히 쉽고 시종일관 존댓말로 쓴 터라(내가 이런 거에 또 민감하다^^) 두어시간만에 쉽게쉽게 금방 읽었다. 환율이나 금융, 게임이론에 관한 일반적인 이야기야, 엔간한 경제개론서에서는 지겹게 등장해서 뭐 그냥 그랬지만 이 책에서 특별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역시 우리나라 주요 재벌들의 지배구조에 관한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어렴풋하게 알고 있었던걸 확실하게 정리하는 데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으니깐 말이다. 아울러 인구증가둔화와 잠재성장율 하락에 대한 이야기도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적잖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역시나 씁쓸한건 책에서 거듭 등장하는 '도태'나 '생존'에 관한 언어들이다. 나도 서른살이 되면, 삼십대가되면 무언가가 하고싶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도태되지 않기위해 살아가게 될까?? 내가 도태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누군가는 도태되는 사회구조에 대한 관심은 택도없이 줄어들게 될까?? 오로지 도태와 성공만이 나의 관심사가 되는걸까?? 그 전설적인(?) 30대 선배들도 그런 것 같던데, 우리라고 뭐 뾰족한거 있겠어??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참 '암울해진다'. 

왜사니, 왜살아. 이럴꺼면 넌 도대체 왜사니. 엉겁결에 스스로에게 참 오랜만에 질문해본 문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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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 임헌영 대담 / 한길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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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는 리영희 선생님의, 아마도 마지막 저서가 될 듯 싶은 책이다.(라고 쓰려는데, 얼마 전 '전집'이 나오면서 신간이 하나 더 출간된 것으로 보인다.) 선생께선, 지난 2000년 말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우반신이 마비되셨지만, 이 책의 출간을 위해 왼손으로 오른손을 잡고 하나, 둘 교정을 보셨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구입하면서도 이 많은 양의 책을 올해안에 다 읽을 수 있을지가 의심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지만, 임헌영선생과의 대담 형식으로 짜여진 책이라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리영희 선생도 리영희 선생이지만, 임헌영선생의 체계적이고 요점에 맞는 적절한 질문과 대담 또한 이 책을 빛나게 하는 한 요소로 보이는데, 임선생께선 리선생의 업적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 뿐 아니라, 그 분의 학문적 내용에 관하여도 시대 순으로 찬찬히 질문을 하여 책이 그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계시다.

책을 보는 내내 놀라웠던 것은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은 선생의 사상이었다. 물론, 선생께선 그간 어떠한 거대한 사상을 구축하는 작업을 하신 것은 아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선생께서는 옛 진보주의자들이 보였던 여러가지 오류마저도 너무도 가볍게 뛰어넘고 계시다. 포스트모던이니, 해체니, 노마디즘이니 하는 수없이 어렵고 알아듣기 힘든 암호같은 단어나 개념을 단 하나도 사용하지 않으시고도, 선생께서는 이미 그러한 사유를 옛부터 해오셨고 심지어 실천해오시기까지 하셨던 것이다.

한쪽에서는 '사상의 은사'로 한쪽에서는 '의식화의 원흉'으로 불리워지는 리선생님이지만, 책을 읽은 후 개인적으로 양쪽이 다 틀렸다는 결론을 내렸다. 선생께서는 군인이시기도, 학자이시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역시 저널리스트라고 보는 것이 좀 더 옳다고 보여진다. 아울러 선생께선 선생 스스로도 이전의 저서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에서 인정하신 바대로 거대한 사상이나 고답적인 담론을 거드는 것 보다는 암흑같은 시대에 진실, 오로지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초인적인 희생을 하신 분이다. 이는 학문적으로 자칫 쉬워보이는 작업처럼 보여질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기에 그만큼 굉장히 어려웠고, 위험했으며, 세상을 바꿀만한 소중한 작업이었다. 즉, 선생께서는 '사상의 은사'라고 불리기 보다는 '우리시대의 은사'라고 불리워지는 것이 더 적절해 보인다 하겠다. 

수많은 책들이 출판되고 있는 오늘날 우리의 출판시장이지만, 이 책은 그 어떤 책보다 빛난다. 이는 어느 군인이자, 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한 원로의 진솔하면서도 의지에 찬 힘있는 목소리 때문일 것이리라. 시대와 역사와 사회를 고민하시는 분이라면 그 누구든, 때문에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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