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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무작정 따라하기 - CEO를 꿈꾸는 당신의 선택! 쉬운 경영학 원론! 길벗 MBA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 1
미아자키 데츠야 지음, 이우희 옮김, 고욱 감수 / 길벗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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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다. 간접경험을 쌓기 위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 여가생활로, 혹은 선생님이 시켜서 등등등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책을 읽는다. 누군가 나에게 지금까지 무슨 이유로 책을 읽어왔느냐?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물리적인 시간상으로는 '학교에서 시켜서' 혹은 '먹고살려고'가 1순위였겠지만, 자발적으로 읽은 책은 대부분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서'읽게 된 것 같다.(그래서 아직도 '입문서'인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만) 

그런의미에서 내 독서생활이 경영학과는 꽤나 거리가 있었던건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던것 같다. 학부시절 전공은 커녕 교양으로도 경영학 어쩌고 하는 수업은 들어본적도 없거니와,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셨던 집안 사정상, 언제나 집에서 발에 치이는게 '자기계발서'였던 유년시절의 경험은 나에게 경영서는 너무 '뻔한것' 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특별한 내용은 없는데 그럴듯한 편집으로 번지르르하게 내놓고 사람들 낚는 책, 뭐 이런 생각. 

헌데 하늘아래 무가치한 것이란 아무것도 없고, 그것이 수많은 학생들이 학점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학문에 대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사실, 재무는 뭐며, 회계는 뭐며, 생산이나 품질 프로세스는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이해는, 현장에서의 체험 외에 어떠한 정리가 필요한 것이기는 하다. 사실 모든 학문이란게 결국 정의하고 구분하는 것 아니던가. 아, 물론 그저 구분하고 정의하는게 경영학의 전부다라고 말하기에는 이 부문의 나의 지식이 너무 일천하기에 굉장히 건방진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먹고살기 위해서와 직장에서 이야기되는 것들의 몇몇 부분을 대충이라도 총체적으로 캐치해내고 싶어서 이것저것 뒤져보다가 우연히 처음 집어든게 이 책이다. 사실 나는 경영학 원론수준조차도 건드려본적조차 없고, 그 분야가 어떤 걸 어떤 식으로 배우는지 매우 '이례적으로'모른다.(그러니까, 경제학이나 법학 분야 뿐만 아닌, 문과계열의 어지간한 전공에서 어떠한 분야가 존재하는지 예의 그 스노비즘이랄까, 그런 것 때문에 어느정도 알고 있음에도 경영학에 대해서는 아주 깡통이다) 때문에 여기서 이 책이 어떤점이 좋다 나쁘다, 경영학은 이런것같다 저런것같다 운운하기는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조금 우스꽝스러운 일일 것 같다. 하지만 굉장히 쉽게 쓰여져 있으며, 솔직히 중고등학생이 봐도 괜찮겠다 싶을정도로 평이하다는 이야기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아울러 본서는 굉장히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는 편인데 개인적으로 일본인 저자에 대해 언제나 갖게 되는 편견-거대담론을 언급하는 데에는 서툴지만 기존의 담론을 요약 정리하는데에는 굉장히 탁월하다-을 재확인(?)시켜주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사실 이 책이 얼마나 시장성(?)이 있을지 조금 의문이기는 하다. 비전공자들한테 치여서 언제나 폭발 직전(?)인 경영대학의 상황을 보면 이 정도는 요즘 재학중인 어지간한 학부생들은 죄다 꿰고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직장에 다니시는 분이라면 이미 조직적으로 돌아가는것을 짧지않은 기간 경험하면서 이미 파악하셨을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이쪽계열(?)에선 비교적 변화가 빠른 축에 드는 경영학이라는 학문에 있어 새로운 용어에 대한 소개같은 것도 어느정도 본서에 소개되고는 있지만 깊지 않은 수준이고 그런 부분을 생각해보면 본서는 이 부문에 대해서는 별반 생각조차 안해본채, 경영학=자기계발서 정도로만 생각해와서 애초 이 부분에 대한 어떤 프레임 조차 존재하지 않은 나같은 초짜들한테 딱 적당한 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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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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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시피 본서는 국방부 불온도서로 지정된 책이고, 불온도서라는 고색창연하면서도 다소 무시무시한 그 이미지와는 대조적으로 내용은 매우 발랄하면서도 온건한 책이다. 장하준 교수의 기존 주장이 가진 함정이랄법한 '박통 향수'부분에 취약한 점도 없잖을 정도로 읽히기에 따라서는 복고적(?)인 내용이기는 하지만 이 말인 즉슨 역설적으로 그만큼 정파적 색체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물론 이 부분이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책이라는 의미다. 

개인적으로는 공교롭게도 이 책을 군대에서 읽었다. (원채 초법적이신,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기초적인 교양마저 있긴 하신지 의심스러운 국방부 장관님께서 어떻게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헌법에마저 규정된 형벌 불소급 원칙상 이 책을 내가 군대에서 읽었다고 무어라 하는것은 기존의 헌정질서를 문란케하는 행위일법하니 문제될일은 없을 듯 해서 밝히는 소리다.) 아무튼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군대내에서 내 생각이 특별히 바뀌었다거나 사고를 쳤다거나 한 건 아닐 뿐더러 집권 여당부터가 본서의 저자를 데려다 놓고 강연까지 들었다하니 굳이 어떤 이유에서 본서가 불온도서인지는 과문한 필자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렇단다. 그 코메디같은 불온도서 지정에 대한 결과는 전혀 코메디가 아닌데 이를테면 본인의 안면없는 선배이자, 내 동기와 안면있는 교회선배는 지극히 '위헌적인' 금서지정에 대한 헌소를 자신의 권리에 따라 제기했다가 밥줄이 끊길 위기에 처하기까지 했다니 말이다.  

사실 그간 장하준 교수의 저작을 읽은 독자라면 본서에서 그리 특별히 센세이셔널하게 화제가 될만한 내용을 찾지는 못할 것 같다. '사다리 걷어차기'가 다소 아카데믹했고, '쾌도난마 한국경제'가 너무 가볍게 읽혔다면 이 책은 그 중간선 정도를 지키고 있다는게 특이하다면 특이할까. 그 외에는 저자의 기존 주장에 비추어 굳이 특별한 이야기가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지적재산권 부분이 조금 흥미롭게 읽히기는 했는데, 시장 혹은 시장주의에 관심이 있어 어느정도의 교양을 갖춘 독자라면 이 부분 또한 아주 신선할만한 이야기는 또 아닐 것이다. 아무튼 그런 이야기를 저자는 이런저런 위트(이건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저자의 '인상'에 비하자면 조금 이례적이긴 했다. 장하준 교수님 인상이 왜 좀 많이 심심해 보이시잖나?)섞인 문체로 쉽고 지루하지 않게 설명했다는게 그간의 책에 비하자면 과격한 시장 '지상주의자'로서는 더 위험해 보일수도 있겠다만 글쎄, 그건 시장 '지상주의자'의 취향의 문제지 이 땅에 사는 건전한 젊은이들의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시장이라는 순수한 기재가 사회에서 자연스레 설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하나의 '신화'에 가깝다. 상법이나 경제관련법 등 시장과 관련한 수많은 규정만 보아도 그 속에서는 시장에 대한 다채로운 입장이 뒤섞여 있다. 어떤 것이 공정한 경쟁이며 어떤것이 진정 자유로운 경쟁이며 그 자유로운 경쟁의 조건은 무엇인지에 관한 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실로 여러가지다. 우리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그 시장을 '만들어'내고 '수정해'나간다. 이러한 상행위를 규정하고 조성하고 규제해 나가는 것이 대표적인 법이 상법이고, 그 명칭과는 달리 상행위에 대한 수많은 규제를 담고 있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아닌 바로 그 '상법'과 공정거래법을 위시한 '경제법'이다. 이쯤되면 몇몇 사람들은 의문을 가질법도 하다. 아니, 이런 반시장적인 법전이 자유시장경제를 표방했다는 대한민국에 존재한단 말인가라고. 그런데 그거 아는가? 지구상에 상법전이 없는 나라는 체제내에 공식적인 '시장'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는 중국, 북한등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을.  

시장이란 민주사회의 사회적 합의 속에나 존재하며 순수한 시장이란 것은 관념 속에서나 존재할 뿐이다. 아니, 솔직히 존재하지조차 않을런지도 모르겠다. (시장주의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과연 '자유방임주의'적인가? 과문한 나조차도 그건 아니라는 증거를 수십, 수백가지 될수있다.) 따라서 '좋은'시장을 만들고자 하는 논쟁은 항상 계속될 수밖에 없었고 지금까지도 진행중이다. 해서 공정한 시장을 만들고자하는 진지한 노력조차 이념적 딱지, 나아가 '반국가적'이라는 딱지를 붙혀가며 공격해 나가는 사람이야말로 어쩌면 진정 '민주사회의 적'이자 '시장주의의 적'은 아닌지 의심해 볼 일이다. 아무튼 불온도서니 뭐니해도 발전이나 개발, 아니 그보다 먼저 시장을 고민하는 분들께 본서는 괜찮은 '입문서'역할을 할것이라 보장한다. 그만큼 재미있게 서술되어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생각에 아마도 본서가 '화제의 대상'이 된 것은 바로 그 재미 때문이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재미가 없다면 그 몰교양적인 국방부 관계자가 읽을수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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永革 2009-07-23 18:11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오랜 만에 댓글로 인사 드리는 듯합니다. 종종 올려주시는 서평 재밌게 읽고 있었습니다만.. ^^;

국방부 불온도서 목록은, 한총련 추천도서 목록을 카피&페이스트한 걸로 들었습니다. --; 재미있는 책이어도 국방부에 계신 분들이 직접 읽고 손수 고르신 거라고는 생각할 수가.. 권정생 선생 책 등이 들어가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는 듯 하더군요.

率路 2009-07-24 18:26   좋아요 0 | URL
앗, 오랜만이네요. 잘지내시지요?ㅋ^^;;;; 한총련 추천도서 목록 카피한거라니 의문이 해결되면서도 좀 많이 한심해 뵈긴 하네요..ㅋㅋㅋ
 
폴 크루그먼의 경제학의 향연 - 경제 위기의 시대에 경제학이 갖는 의미와 무의미
폴 크루그먼 지음, 김이수.오승훈 옮김 / 부키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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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강단 경제학'이 이야기하는 실물경제 문제의 처방책이나 방향제시라는 것의 대부분은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거니와 뭔가 좀 뜨뜻미지근한 구석이 있다. 외팔이 경제학자를 원했다는 어느 대통령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닌 것이 집단간의 갈등과 타협 거기에 드라마틱한 요소도 조금씩 요구되는 현실정치에, 이도저도 아닌 것이 딱부러지는 이야기라고는 눈꼽만큼도 해주지 않는 경제학은 피해갈 수 없는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썩 구미가 당기는 주제가 아닌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무튼간에 시장통의 아주머니부터 주상복합 펜트하우스의 회장님까지 경제의 중요성을 외치는 세상이라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경제'학'적 처방책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담보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왜? 민주주의 사회에서 경제'학'적 탐구가 정책화되는 과정에는 어느정도의 속류화가 필연적일 수밖에 없고, 그 속에서 소외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경제'학'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의 경제사/경제사상사를 다룬 본서는 다른 경제서적과는 달리 경제학적 탐구의 결과물이 각 정파들의 정치적 프로젝트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어떻게 속류화되는지를 중점적으로 탐구하고 비판하고 있다.(해서, 분량을 염두에 두지 않고 메시지만 파악한다면, 외려 '정치서'로 읽힐 지경이다) 즉 학자가 이야기하는 경제학/경제정책과 정책기획가가 이야기하는 경제학/경제정책이 다르다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보면 그렇다. 경제학자들이 웬종일 매학기마다 방에 틀어박혀 연구를 한다고는 하는 것 같은데 우리가 아는 그들의 학적 결과물이라곤 기껏해야 엊그제 경제과목 막 배우고 나온 고등학생마저 조금만 노력하면 비판의 메스를 들이댈 수 있을 정도이다. 부두교 경제학의 창시자 쯤으로 이해되는 프리드먼도 그렇고, 무역이 무슨 경제전쟁인양 묘사하던 리버럴 계열의 경제학자들도 그렇고 이러한 논리들에 기반하여 추진되는 정책들의 취지를 듣다보면 조금 허무해진다(아니, 그 이상한 수학식에 그래프 그려대면서 내린 결론이 고작 이거란 말이야?) 어디 그것뿐인가, 그들이 '이야기했다고 여겨지는'현실 경제문제에 대한 처방책이란 것도 결국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었음을 국민들이 체감하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이처럼 우리가 알고있는 기존의 상식-그것이 통화주의자에 대한 상식이건, 케인지언에 대한 상식이건-이 정책기획가들의 속류화를 거쳐 왜곡된 내용의 것임을, 그리고 그러한 속류화 속에서 우리가 수용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왜곡과 아전인수격 논리로 가득차게 되었음을 신랄한 문체로 비판한다. 물론 그렇다고 저자가 정책기획가들의 존재의의 자체를 문제삼는 것은 아니다. 선거에 참여한 정당이, 아울러 이를 통해 선출된 민주정부가 국민에게 경제정책내용을 이야기하고 설득함에 있어 어느정도의 속류화는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저자도 인정하는 바이다. 사실 한 정부의 역량으로는 어찌할 수 없을만큼 장기적인 거시경제의 파동 속에서 정부정책이 경제에 대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란 극히 미미한 것도 사실이고, 때로는 한 국가차원에서 쓸 수 있는 수단이라는게 매우 제한적인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모두 기도나 드립시다.'라는 답을 원하는 유권자는 아무도 없다.(그리고 정부나 정치인은 그런 소릴 하라고 있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정부나 정책기획가 스스로가 자신마저 속이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 저자는 진지한 보수주의자들의 경제학이 어떻게 공급중시 경제학으로 속류화 되었는지, 아울러 케인스주의 경제학과 이의 발전적 변형-저자가 말한 바 QWERTY경제학-은 어떻게 전략적 무역론으로 속류화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이들의 주장을 효과적이고 신랄하면서도 매우 위트있게(?) 비판한다. 전자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감세가 경기를 회복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후자에 대해서는 무역을 마치 전쟁처럼 바라보는 시각이란 것이 얼마나 어이없는 논리인지에 중점을 맞춘듯한 저자의 비판은, 실상 오늘의 우리사회를 사로잡고 있는 두가지 유령-감세의 신화와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시대정신(?)-에 대한 비판과 조응하는 면도 있어서 오늘의 우리 현실에 적잖은 도움이 되기도 한다. 비교적 다소 전문적인 논의와 설명 속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바는 간명하다. 정부가 경제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줄일 수는 있다. 하지만 국민 뿐 아니라 자신마저 속이는 정책적 속류화 과정은 경제 뿐 아니라 다른 사회정책에까지 악영향을 미쳐('감세'라는 경제 정책의,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경제정책의 모토가 사회정책에까지 이어져 어떠한 엉뚱한 결과를 낳고 있는지에 대한 사례는 요 며칠자 신문들 만으로도 충분할 듯 싶어서 생략한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저자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경제학은 그것이 학교 켐퍼스 밖으로 나오는 순간 정치와 만나 정책화되는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논리가 빠진 '순수한'경제학 운운하는 것은 현실로보나 당위로보나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외려 '순수한'경제학 운운하는 담론이야말로 우리가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파적'이며 '이데올로기적'인 것은 아닌지 항상 경계해야 할 일이다.) 아울러 정책기획가들의 경제정책이란 것도 아주 무용한 것은 아니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어떠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지만 적어도 문제를 줄일 수는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부나 정책기획가, 혹은 정치인들이 이러한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국민을 속이는 것을 넘어 자신 스스로도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증적인 자료마저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가며 일종의 도그마에 빠져 특정정책을 밀어붙히는 정부의 태도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근대학문의 꽃으로서의 '경제학'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신학'이다. 도처에 경제와 관련된 도그마로 가득찬 오늘, 속류화된 경제정책의 무서움을 제대로 체험하고 있는 오늘, '경제신학자'들만이 도처에 판치는 듯한 오늘의 우리사회에 근 10년전 출판된 경제학자의 책이 적지않은 의의를 갖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 같다. 일독을 권한다. 

ps. 제목에서 느껴지는 뉘앙스(?)에 비해 아주 쉬운 책은 아니다.(그렇다고 어려운 책도 아니지만, 적어도 어떤 '입문서'를 기대한 독자라면 얻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다.) 원론적 지식이 어느정도 갖춰진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듯. 사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경제학과 경제사에 대한 설명보다 '정치'에 관한 서술 부분에 있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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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큐의 경제학 - 4판
그레고리 맨큐 지음, 김경환 & 김종석 옮김 / 교보문고(교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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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경제원론 한권 안 읽고 경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별로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고등학교 때까지의 경제교육(소위 '정치경제'세대인 나로써는 요즘엔 어떤지 모르겠다만)이 그렇게 우스운 수준은 아니라는 생각도 있고, 주류경제학적 담론과 마인드라는게 오늘의 우리 사회에는 일종의 '메인 프레임'같아져서 굳이 떨쳐내고 싶어도 떨쳐낼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렸다는 점도 있고, 거기에 각종 경제신문들과 매체에서 쏟아내는 정보만 어느정도 따라가더라도 원론수준의 지식은 알게모르게 익힐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본서를 굳이 읽게 된 것은, 한마디로 '시간이 남아돌아서'라고 해야할 것 같다. (솔직히 개인적으로야 시간이 남아서는 안될 처지이기는 한데, 또 사람 일이란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보니-) 여기서 고백하자면, 시간이 남아돌아서 혹은 비전공자로써 어떤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지 한번쯤 알고싶어서 읽은 터라 그리 세세하게 읽지는 않았다. 익히 아는 부분은 정말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읽었고(이런저런 경제 교양서를 가끔씩 읽어왔던 것이 이럴 때 도움이 되었다) 연습문제같은 것은 당연히 뛰어넘었다. 그러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은 것도 사실인데, 솔직히 이건 상당부분 이 책의 너무도 쉬운 서술체계에 기인하는 것도 없지 않은 듯 싶다.

아마 수식이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경제학 전공서적이라 할법한 본서는, 사실 전공서라기보다는 입문서에 가까워 보인다. 입문서치고는 적지않은 분량과 외양에서 풍겨나오는 묘한 포스만 뺀다면 사실 이 책은 '경제 교양서'코너에 가져다놓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그 점에서 '원론'으로서 본서를 비추하는 의견도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 점이 있다.) 상당부분 미국의 역사적 사례를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 다소간의 상식을 요한다는 점도 없진 않지만, 그 또한 그렇게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 것 또한 아니다. 아울러 각 챕터마다 호흡이 그리 길지 않은데, 이는 본서의 독자, 특히 비전공자로서의 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무시못할 장점으로 보인다.

전공하시는 분들께는 굉장히 죄송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비전공자이며 아마도 학문적으로 경제학에 접근할 일이 거의 없을 듯한 나같은 사람의 눈으로 본다면 경제학은 '과학'이라기보단 일종의 '사고체계'로 여겨지는 구석이 있다. 이는 한편으론 경제를 비롯한 사회 제부문을 바라보는 도구로서 현대 경제학이 갖는 압도적 지위에 대한 부인이기도 하며, 다른 한편 좁디좁은 하나의 학문 분과를 넘어 응용 가능한 일종의 '논리체계'라는 인정이기도 하다. 하일브로너 말마따나 자신의 구조에 갖혀 가끔씩은 현실과 동떨어진 논리 싸움을 하는 듯해 보이기까지 하는 경제학이지만, 경제학이 갖는 그 논리적 사고의 '힘'은 결코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자유방임적 자본주의가 위기에 봉착한 오늘, 어찌보면 굉장히 편향된-하지만 빈틈없는-논리로 무장된 주류 경제학 교과서를 읽는 일은 좀더 독특한 의의를 지닐 것이다. 본서는 외려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하고자 하는 독자라던지 경제에 대한 어느정도의 식견이 있으신 분보다는 경제학을 처음 접하고자 하는 분께 권하고 싶다. 그만큼 쉽고, 교양서라고 생각하고 읽는다면 생각보다 분량이 많지않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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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의 현실과 대안 찾기 - 민주주의총서 08
송원근 지음 / 후마니타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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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한국사회에서 재벌은 새로운 '성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자아낼 지경이다. 보수주의 정치세력의 반격으로 인해 비가역적이라 생각했던 수많은 가치들이 몰상식에 그 자리를 내주고 있는 듯해 보이는 오늘, 사실상 진정한 승자는 보수주의 정치세력도, 보수주의 언론도 아닌 재벌이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그 실질적 효력은 차치하고라도 한동안 담론적 차원에서라도 활발하게 이야기되었던 '재벌개혁'이라는 말은 이제 어느덧 유행이 지나버린 감마저 들 지경이지만, 최근에 있었던 재벌총수와 관련한 여러 재판 결과를 보아도 알 수 있듯 재벌은 이제 경제적 영역 뿐 아닌 사회 제 영역에서 그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재벌개혁을 이야기하며 그 대안을 찾아나간다는 것이 말만큼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저자 또한 그 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듯 하며, 그런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본서는 주로 그간의 재벌개혁의 과정을 공시-통시적으로 해설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총 5장으로 이루어진 본서는, 1장인 서론과 5장인 결론을 제외하자면 모두 실증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그간의 재벌개혁 과정과 결과를 평가하는데 주력하고 있는데, 그로인해 기업지배구조를 논하는 책에서 흔히(?!)느낄수 있는 재미랄까, 그런것을 많은 부분 희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나 왜곡된 소유구조 등 재벌의 현실을 논하는 2장과 비정부 부문(?)에서의 재벌개혁 노력과 그에 관한 평가를 다룬 3장의 다소 지루하달법한 서술을 지나 독자가 본격적으로 흥미를 느낄법한 부분은 아마도 정부부문의 재벌개혁 노력과 평가를 다룬 4장과 구체적인 대안모색에 관한 5장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말인즉슨, 재벌개혁과 그에관한 여러 제도에 관한 기본 교양이 부족한 나같은(!) 독자에겐 사실 2장과 3장의 그 많은 자료나 분석은 그 서술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찰 듯 싶다는 이야기이다. (해서 사실 저자의 분석에 어떤 오류가 있는지 지적하는 것은 나의 능력을 벗어나는 일일 듯 싶다.) 사실 따지고보면 4장 또한 2,3장과 마찬가지로 제도와 효과에 대한 '해설'적 성격의 글임에도 특별히 흥미롭게 읽히는데 아마도 그 이유는 정부부문에서의 재벌에 대한 개혁 유인책들이 어떻게 작용하여 어떤 결과를 냈는가를 세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이것을 각각 실제 재벌그룹인 삼성-LG-현대자동차의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기 때문인 듯 싶다.

이러한 사례에 대한 설명을 지나 대안제시로서 벤쳐기업체제라던지 유한킴벌리 모델, 그리고 한동안 각광(?!)받은 바 있는 노사 대타협론등의 허와 실을 적절히 지적한 저자가 결국 주장하는 바는 '이해당사자 자본주의 모델'정도로 보면 될 듯 싶다. 물론 오늘의 우리사회에서 이해당사자 자본주의 등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종종 노사대타협론과 궤를 같이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닌게 아니라 이해당사자 자본주의는 종종 주주가치경영이라는 최근의 흐름에 대한 안티테제로 등장하여 '재벌의 경영권을 인정하는 대신 노동자에게 복지를'운운하는 식의 담론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노사타협론과는 분명한 선을 긋는다. 저자는 총수의 전횡이 만연한 상황에서 외국자본의 도입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하는 등, 주주가치경영이 가져다주는 여러 장점(투명성 강화, 시장의 긍정적 효과 유발)의 긍정적인 측면을 결코 가볍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기업이 주주만의 것이 아니라는 것, 주주만을 위해 기업이 운영될 경우 단기 성과에 집착하여 수많은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당사자의 심도있는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저자는 '정부의 역할'을 중시하고 있다. 애초부터 개별기업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는 관계로 재벌규제에 적합치 못한 회사법을 보완하는 제도 개선이라던지, 노동자의 경영참여 제도 도입이라던지 기타 재벌개혁에 관한 정부의 노력을 요구하는 저자는, 그러한 노력 이전에 우선 재벌개혁의 목적이 '총수의 지배력약화'임을 명확히 하라고 주문한다. 이는 지난 10년간 정부의 재벌개혁에 대한 노력이, 정권이 진행됨에 따라 주된 목표가 무엇인지 잊고 우왕좌왕하다가 희미해져버린 경험에 연원하는 듯 싶기도 하다. 물론 재벌개혁에 관한 정부의 역할을 중시하는 이러한 저자의 입장은 지금 우리가 가진 정부의 성격을 생각한다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주장으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개별기업 단독으로 달성하기 힘들었던 시너지 효과가 총수를 비롯한 몇몇의 전횡에 의해 진행되어 사회적 이익이 되어야 할 것마저 특정 계층의 사익으로 전환되어 온 우리의 지난 역사는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러한 요구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금산분리완화, 출총제 폐지를 이야기하는 현정부를 보면, 오늘 우리사회에서 재벌개혁을 이야기하는 것이 흘러간 유행가를 읊조리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외려 '그러하기 때문에' 재벌 개혁에 대한 더욱 강력한 요구가 지금 이 시점에 필요한 것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사실 굉장히 재미없는 책이지만,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적어도 마지막 장 정도는 재미있게 읽으실 수도(!)있을 것 같다. 참고로 말하자면, 본서에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나 금산법 같은 재벌규제와 관련한 기본 제도의 취지나 내용이 별다른 설명없이 마구 등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다소간의 배경지식이 요구된다.(덕분에 나도 이번에 공부좀 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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