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의 과학 아카데미서적 Blue Backs 블루백스 55
하시모토 타카시 지음, 김태호 옮김 / 아카데미서적 / 200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안부를 묻는 친구한테 이 책을 읽고 있다고 하니까 아주 한참을 박장대소하더라. 아니 그게 그렇게 웃길 일인가? 아무튼 내가 이런 책을 읽는다는게 주변에서는 조금 웃기는 일이기는 한가보다. 하기사, 과학이라고는 중학교 때부터 손놓았던 지난날의 역사에 비추어볼 때 개인적으로는 좀 이례적인 면이 없잖기는 하다. 그래도 표지디자인도 그렇고 제목도 그렇고 판형도 그렇고 굉장히 입문서스럽지 않은가? 개인적으로도 그래서 골랐기도 하고. 

그런데 내용으로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거 잘 모르겠다. 무려 2000년도 더 거슬러올라가 아랍에서 사용하던 전지부터 시작해서 가장 일반적으로 알려졌겠지싶은 니켈카드뮴, 수은, 납전지 뿐만아니라 리튬이온, 태양열 전지(책에선 태양열 전지는 엄밀히 말하자면 전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마는)까지 소개하고 있기도 하고, 알게모르게 어디든 사용되는 전지의 역할, 그리고 잠깐의 생활상식(이를테면 꼭 충전 가능한 2차전지가 아니더라도 대여섯번의 충전은 가능하다는 것 정도)을 알려주기도 한다만, 거의 제로베이스에 가까운 이 분야에 있어서 이게 괜찮은 입문서인지, 아니 입문서는 입문서인지조차 나로써는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주 기초적인 간이전지 만드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전지의 기초 4요소(플러스, 마이너스, 전해질, 세퍼레이터- 요정도는 외웠다 ㅋㅎ)어쩌구 하는걸 보면 사실 대상은 나같은 성인이 아니라 중고등학생인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다컸다는 성인인 나에게는 왜 어째서 이렇게 절반가까이 심드렁하게 읽힌단 말이더냐. 아무튼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으며 어쨌건 완독은 하긴했다. 그리고 그렇게 읽은만큼 심드렁하게 서평을 쓰고는 있는데 눈치를 봐선 쉬운책 같기도 하다. 하기사 내가 절반가까이 이해할 정도면 쉽기는 쉬울꺼야.

현대문명에서 전지의 중요성은 재삼재사 언급하기 입아플 정도이고(당장 당신의 시계, 핸드폰, 노트북이 무엇의 힘으로 돌아가는지 생각해보라!) 어떠한 화학적 상호작용에 의해 이러한 전자적 힘이 생겨나 반복되고 채워진다는 점이 흥미롭기도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어디엔가는 분명히 있을 것이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뭐 나같은 경우야..-_-;;;) 기초적인 과학지식에 목말라 있는 중고등학생 혹은 나같은 완전 문과쟁이들한테는 괜찮은 책 같기는 한데, 학생을 제외하고 자발적으로 이런 책을 사 읽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역설적으로 출판사에서 참 좋은일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금 아쉬운 점은 일본책을 번역한 것임에도 원서가 출판된 시기가 언제인지가 책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다는 점이다. 책에는 리튬 이온전지가 굉장히 최신인 것처럼 서술해 놓았지만, 지금 핸드폰 뒷커버를 열고 핸드폰 배터리에 무엇이라고 써있는지 보시라.....그렇다.-_-;;;; 아무튼 이렇게 리튬전지가 일상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좀 시간이 지난 책 같다는 혐의가 있기는 하다. 물론 입문서이고, 전지의 기본적인 회로 구성이랄까 그런 것들을 소개하는 것이 책의 주 목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원서의 출판시기정도는 언급해주는 것이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은 조금 든다.  

ps.별은 세개 붙히기는 했는데 사실 어떻게 판단해야할지 몰라서, 그러니까, 이런 책은 처음 읽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제대로 잘 이해했다고는 결코 말할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딱 중간점수로 날렸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보다 더 쉽고 즐겁게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겠다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이에자이트 2010-04-15 16:35   좋아요 0 | URL
예전에 전파과학사에서 문고판으로 좋은 과학서적이 많이 나왔지요.요즘도 나오나 몰라요.저는 기후,식생,작물키우기 등에 관심이 있어서 책이나 방송에 관련내용이 있으면 열심히 집중하지요.신문의 과학전문기자들의 글도 재밌는 게 많더군요.

率路 2010-04-15 23:48   좋아요 0 | URL
아, 전 이상하게 과학 관련글이 철학관련 글보다 더 관념적(?)으로 읽혀서 뭐가 뭔소리를 하는지 읽다보면 완전 안드로메다행이랍니다. 이런것도 감각(?)이란게 조금은 필요한건지 어쩐건지..ㅠㅠ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글의 위력을 지나치게 폄하하는 것은 글의 위력을 지나치게 과신하는 것 만큼이나 어리석은 일이다. 혹자는 한권의 책이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냐며 조소어린 시선을 보내고는 하지만, 역사적으로 한권의 책이 세상을 뒤흔든 사례는 결코 드물지않다. 그리고 그러한 사례를 이야기함에 있어서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뉴요커'에 기고한 글을 모아 펴낸 본서는, 지금은 거의 몰락해버렸지만 당대 매우 일반화되어 쓰인 DDT를 위시한 방역제(참고로 DDT가 인체에 무해하다며 사람몸에 마구 쏴대던 모습은 우리도 다르지 않아서, 70년대 '대한늬우스'같은 걸 봐도 쉽게 찾을 수 있다)나 제초제가 환경에 얼마나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인간이 그 시시껄렁한 목적으로 뿌린 유독성 화학물질이 어떤 식으로 이전되어 이 땅을 병들게 만드는지를 이야기하는 본서는,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는 어느덧 상식처럼 되어버렸다해도 될만한 이야기들-유독성 물질이 체내에 어떻게 쌓이는지, 해충을 박멸하기 위해 뿌려지는 화학물이 생태계를 어떻게 유린하는지, 먹이사슬의 단계를 거치며 유독성물질이 어떻게 증폭되는지-을 조금 지루하달만큼 늘여놓고 있다.

이러한 지루함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는 듯 싶은데, 무엇보다 본서가 결국 '잡지 기고문 모음'에서 연원한 책이라는 점에 그 가장 큰 원인이 있는 듯 싶다. 어떠한 보편성이나 깊이보다는 시의적절함을 도모하는 잡지글의 성격상, 본서가 시간의 풍화작용을 훌륭하게 이겨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없지않다. 이제는 사용되지 않은 화학물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기도 하거니와, 이제는 초등학생 때부터 교육받을 정도로 정말이지 시대의 '상식'이 되어가는 내용이 매 꼭지마다 비슷하게 변용되어 이어진다. 물론 잡지에 실렸을 당대에야 이러한 사실들이 대중들에게 새로이 조명된 것들이기도 했거니와 각각의 글이 시간을 두고 읽혀져 매번 새롭게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비슷한 내용의 사례들로 채워진 글을 17번이나 읽는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저자의 연구결과나 해결책 또한 다소 고전적(?)인 면이 종종 발견된다. 일단 '대중'을 향해 쓰여진 글이기에 당대에 '선동'으로 치부되었을만큼 다소 거두절미된 논리는 그렇다치더라도(그런 면에서 본서에 가해진 당대 과학자들의 비판이 일면 이해가 가는 구석도 없지 않기는 하다.) 천적을 이용하는 방식의 해충 방제같은 것이 또다른 생태계 교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은, 오늘을 살고 있는 대중의 상식이 그녀가 살던 시대의 전문가의 정보보다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어지면서 다소 당황스러운 감상마저 느끼게 된다.

해서 본서를 통해 환경문제에 대한 자신의 지식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고자 하는 독자라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는 다소 어려울 듯 싶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우리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아니 외려 우리는 저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역설적이게도, 상당부분 우리는 저자가 자신의 시대에 당면했던 문제보다 더 많은 위기앞에 놓여져 있음에 기인한다. 저자는 새들의 지저귐을 듣지못하는 봄을 한탄하며 이 글을 썼지만, 우리는 숫제 봄철에 푸른 하늘을 보는 것조차 힘든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그저 해충을 잡기위해, 혹은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쓰이는 유독성 화학물 이야기만 늘여놓고 있는 본서의 '정보'가 우리의 지식을 향상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늘의 시대에 본서가 무가치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아니, 단순한 지식보다 더 중요한 생명을 다루는 시각과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구조적 고찰이 책 전반에 깔려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당대를 뒤흔든 책'이라는 딱지를 붙혀 박물관에 집어넣기에는 다소 아쉬운 구석이 있다. 본서의 장르를 '문학'으로 구분해야 하는건 아닌지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저자의 문체에는 생명을 다룸에 있어 얼마나 섬세해야 하는지가 구구절절이 묻어나며, 환경문제에 대한 예산과 인력부족을 고민하는 저자의 한탄에서는 자본주의 사회 '보이지 않는 손'의 비합리성과 야만성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환경문제가 단순히 인간 삶의 양태를 바꾸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바로 여기서 드러난다. 켐페인 몇번하는 것보다, 환경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밖에 없는 자본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제도적인 틀을 고민하는 것이 외려 효율적일 수도 있다.)

여하간에 당대 본서의 위력은 대단하였다고 하고, 우리도 본서가 구성한 담론의 세례를 조금은 받게 된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순간, 눈에 들어온 뿌연 하늘이 짜증나서 땅으로 다시 눈을 돌리는 순간, 이 책이 세상을 '뒤흔드는'수준을 넘어서서 세상을 '바꾸었는가'라는 자문을 한다면, 긍정적으로 답하기는 조금 어려울 듯 싶다. 여기에는 환경에 대한 지식은 늘었지만, 환경을 다루는 자세는 하나도 바뀐것이 없어 보이는 듯한 인류의 태도에 많은 부분 그 책임이 있는 듯 싶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야기하며 대운하 이야기를 슬그머니 끼워넣고 새시대 성장동력 운운하는 우리의 한심한 대통령과 관료들을 보라! 어쩌면 환경문제는 애초부터 지식의 문제가 아닌, 인류의 '태도'문제는 아니었을까. 해서 역설적으로, 본서는 그 너무나도 '옛스러운' 내용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도 읽어볼만한 책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다른 누구보다 청계천을 사랑하고, 녹색성장 운운하며 대운하 만만세를 외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킨스와 이기적인 유전자 이제이북스 아이콘북스 6
에드 섹스턴 지음, 이용철 옮김 / 이제이북스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만큼 쉽게 읽히면서도 그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책도 없을 듯 싶다. '이기적 유전자'는 물론 도킨스의 간명하고도 유려한 문체가 빛나는 책이기는 하지만, 그의 설명자체가 우리의 기존 상식을 뛰어넘는 측면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도킨스는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부분을 신조어를 만들어 풀어내기보단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언어로 설명하곤 하는데, 이것이 기존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언어의 의미나 뉘앙스와 묘한 화학작용을 일으켜 독자의 격렬한 반응을 일으키는 단초가 되곤한다.

본서는 그처럼 숱한 오해를 받아온 '이기적 유전자'를 독자로 하여금 좀더 올바로 이해할 수 있는 도움을 주기 위해 쓰여진 책이다. 게다가 본서는 단순히 '이기적 유전자'에 대해 가장 대중적이고 보편적으로 가해지는 비판인 윤리적, 수사학적 측면에서의 해명에만 주력하고 있지는 않다. 유전자 환원론이라던지 자연선택에 관한 학계의 비판에 대해 도킨스 입장에서의 방어까지 이루어지고 있는데-그럼에도 물론 상당부분 윤리적 측면이나 사실과 당위간의 관계에 대한 설명에 할애되고 있기는 하지만-이는 이기적 유전자를 읽은 독자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어렵잖게 설명되고 있다.

허나 아쉬운 점은 짧은 책의 분량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기적 유전자의 내용 자체를 요약하느라 이기적 유전자의 올바른 독법이라던지, 그 이후의 논의같은 것이 충실히 설명되지는 못해보인다는 것이다. 사실 본서에서 구구절절 설명한 사실과 당위가 다른 문제라는 것, 혹은 도킨스가 오해를 불러일으킨 수사학적 측면을 해명하는 것은, '이기적 유전자'자체만 읽더라도, 그리하여 도킨스가 짧게나마 경고한 것에 대해 유의하며 읽는다면 충분히 생각해 낼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그럼에도 비판이나 해명을 더이상 이어나가지 못한 것은 책 분량의 거의 절반 가까이를 기존 '이기적 유전자'의 내용을 요약하는데 할애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는 대다수 본서의 독자들이 이미 '이기적 유전자'를 읽은 독자일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다소 실망스럽다 하지 않을 수 없겠다.

때문에 본서는 이기적 유전자의 '요약서' 그 이상 많이 나간 것 같지 않으며, 이러한 점은 '이기적 유전자'를 이미 읽은 독자가 그 책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다시금 고려하기 위해 본서를 접한다면 필히 실망할만한 요소로 보인다. 따라서 외려 본서는-저자의 집필의도와는 걸맞지 않게-'이기적 유전자'를 아직 접해보지 못한 독자가 그 책을 읽기 전 에피타이저(?)로서 읽는다면 쏠쏠한 재미를 느낄법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기적 유전자 - 30주년 기념판
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만들어진 신'이라는 경우에 따라 다소 자극적으로(?)받아들여질 수도 있을법한 제목덕택에 우리에게 한층 더 가까워진(?) 듯한 도킨스의 출세작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세계관이나 인간관의 변화가 생겼다고 하고 실제 특정 신앙이 사회에 은근히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서구의 경우 꽤나 센세이셔널 했겠구나 싶은 생각은 들지만 애초 너무 세속적(?)인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 나로써는 책을 읽고 느낀 충격이 그 정도까진 아니었다. 그저 재미있구나 정도?!

저자의 핵심적인 주장은 결국 인간은 유전자의 생존을 위한 운반체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유전자가 좀더 효율적으로 생존하고 좀더 광범위하게 번식할 수 있도록 발전해 왔다는 것인데, 이는 진화의 단위를 한 개체에서 유전자의 단위로 가져갔다는 것에서 그 혁신성이 있는 듯 보인다. 그 점에서 이 책에 가해지는 비인간적이라는 혐의는 부당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유전자의 생존을 진화의 기본단위로 가져가면서 자연도태니 적자생존이니 해대면서 개체나 종의 멸종을 합리화하곤 했던 사회진화론의 망령과는 본질적으로 궤를 달리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저자의 주장은 '밈(Meme)'이라는 개념으로 우리의 사상이나 문화의 생존과 진화를 설명하는 것으로 나가면서 한층 더 급진성을 띤다. 이러한 설명을 위해 저자가 드는 다양한 설명과 사례들은, 물론 생물학적 지식이 일천한 나같은 경우 조금은 어려운 부분이 없었다고는 차마 말 못하겠지만, 전체적으로 즐겁게 읽을 수준이었고, 무엇보다 부가적으로 '게임이론'적 사고를 접할 수 있다는 소득 또한 있었다.(사실 개인적으로는 '게임이론 사례집'으로 읽힐 지경이었다.)

사실 본서가 문제작이 된 데에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책이 윤리학의 어느 지점까지 이야기하고 있는지를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서였던 것 같다. 유전자를 중심으로 한 저자의 설명은 사실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부분이 있고 많은 오해와 억측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전인류가 겪은 바 있는 진화심리학의 어두운 역사는 이 부분에 대해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과도한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기적'유전자라는 제목은 이기적/이타적이라는 기표에 대한 우리의 특정한 감흥을 불러일으켜 또다른 오해의 원인이 되는 듯 싶기도 하다.(사실 저자는, 유전자의 생존을 위해서는 개체의 이타적 행동이 효율적인 경우도 많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문제는 과연 '우리는 누구인가'에 관한 문제이다. 우리가 무엇인지를 아는 일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관한 고민의 첫걸음이다. 아울러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것과 그래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또는 무엇을 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적자생존'이 곧 강한자가 살아남는다는 이야기는 아님에도 강한자를 살리기 위해 인류를 멸망 일보직전까지 끌고간 우리의 역사적 경험은, 우리가 이론적으로 아는 문제를 모두 실천할 수는 없음을 반증한다.) 그런 점에서 참신하고 사려깊은 고찰을 해낸 본서가 필독도서로 꼽히는 일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