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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뜬 자들의 도시 (리커버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2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줄거리
원인을 알 수 없었던 백색 실명 사건 이후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사람들은 그 몇 주간의 경험들을 기억하고 싶어 하지 않아 했고, 백색 실명으로 정부의 무능함이 증명된 이후 두 번의 선거를 치렀다. 수도권 선거인단 83%가 소리 없는 항의로 백지투표를 했고, 정부는 선거사상 유례없는 백색 투표율에 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국민의 의무를 저버린 행위라며 국민을 비난한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한 번 더 백색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백색 실명으로 좋지 못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은 정부의 무능함을 어떠한 식으로든 항의하고 싶다. 그래서 조용히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오후 4시에 일제히 거리로 나와 투표소로 향했고 그들은 그들의 권리를 행사했다.
대통령과 총리 각 부서 장관들은 이 선거 결과를 두고 알 수 없는 어떤 집단적 조직이 조종하고 있을 거라 단언하게 되고 그들은 국민을 향해 비상계엄령을 선포 하게 이른다. 아무런 준비 없이 선포된 비상계엄령으로 국가는 또 한 번 마비 상태가 되고, 권력자들은 수도를 버리고 떠나버린다.
도시에 남아 사태를 보고해야 했던 시장은 역 근처 식당에서 폭발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은밀히 주고 받는 권력자들의 대화 "원래 그렇게 강력한 폭탄을 터뜨리자는 게 아니었잖소, 그냥 사람들한테 겁 좀 주자는 거니까. 안타깝게도 명령 계통에 문제가 있엇던 것이 분명합니다." P. 170
한편 대통령은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고, 4년 전 처음 눈이 먼 남자가 제보한 편지의 내용은 놀라움 그 자체였는데... 이 모든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한 타깃을 원했던 정부는 드디어 희생양을 찾게 되고, 그녀의 죄를 밝히기 위해 경찰관 3명을 파견해 그녀와 그녀 주변 사람들을 감시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를 조사하던 경정은 그녀는 아무죄가 없으며 오히려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 사람임을 알게 되고, 명령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을 하게 되는데...
◆ 감상평
『눈먼 자들의 도시』, 그리고 『눈뜬 자들의 도시』 두 권의 책 제목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 소설 마지막에 눈먼 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마무리되는데 ... 소설 자체가 깊은 울림과 여운을 안겨주었다. 솔직히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계속 소름이 돋아 오른다. 두 권다 나는 인생 도서 띵장에 추가했다.
국가가 무능할 때 경험하게 되는 것들...
주제 사라마구의 책이 왜 이리도 깊게 폐부에 와닿는 것일까? 아마도 소설 자체가 주는 사실적인 체험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 전반에 걸쳐 드러나는 국가의 폭력성과 야만성이 포르투갈이 아닌 우리나라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모든 진행과 절차가 닮아 있었다. 오죽했으면 과거의 군사정권이 다른 나라에 정보원들을 보내서 이런 기술?들을 익혀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민주주의 운동이 한창 일때 온 나라가 간첩 수지 김 사건으로 떠들썩한 일이 있었다. 사실 밝혀지지 않은 많은 의문의 사건들이 많지만 앞 정부들이 기록 대다수를 없애버렸기 때문에 그 사실 유무를 증명할 수 없다고 한다. 아무튼 국가 권력이 취하는 횡포에 대해 그 민낯을 폭로한 주제 사라마구의 글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사정과 데칼코마니 같다는 생각을 하며 읽어나갔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피어나는 정신
이 소설에서도 두 가지 감정을 느꼈다. 작가가 언급하였듯이 정의를 외친 자들이 죄를 지은 자들의 죗값을 대신 치르면서 군중들이 밖으로, 거리로 나온다. 그리고 그들 중 또 누군가가 죄를 지은 자들의 죗값을 대신 치르고 그렇게 들불처럼 정의의 불은 퍼져간다. 이건 절망일까? 희망일까?
우리 각자는 어디에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묻는 소설
이 소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특히 우리나라의 촛불 집회를 떠올리게 한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촛불 집회는 또 한 번의 변형 바이러스를 보는 듯하다. 이렇게 공공의 이익을 해롭게 하는 자들 협동과 단결 다수의 이익을 해방 놓는 자들이 점점 진화해 가는 현상에 대해 우리 각자는 어떤 해결점을 모색해야 하는 것일까? 주제 사라마구의 대안 제시에서 개인적으로는 한 발 더 나아가 고민을 하게 만든 소설, 정말 값지고도 의미 있는 소설이었다.
꼭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