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분의 사랑 오늘의 젊은 문학 8
박유경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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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분의 사랑]은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희와 우주 이야기에서는 데이트 폭력을 떠올리기도 했고, 여름 휴가철에 많이 버려지는 반려견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파견 근무를 하는 우주는 다희와 함께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입국한다. 2주간의 격리조치를 거쳐 그들은 몰티즈 강아지를 데리고 펜션으로 향한다. 펜션 주인은 사전에 강아지 입소를 허락했지만 강아지에게 보내는 눈빛과 발언들이 의미심장하다. 펜션 주변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했고 어디서 나는지 알 수 없는 악취가 흘러든다. 다정다감했던 우주는 군 제대 이후 거친 모습을 보인다. 우주의 폭언은 다희와의 관계를 절벽으로 내몬다. 잠든 우주를 남겨둔 채 귀에서 피가 나는 강아지를 데리고 다희는 펜션을 떠난다.



[떠오르는 빛으로]에서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지구인이 오로지 달의 앞면 밖에 볼 수 없는 것처럼 개개인이 받은 상처는 고유해서 누구도 그 상처의 깊이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마이클 콜린스가 말한 달의 뒷면은 마이클 콜린스 외에 누구도 본 적 없어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것을 마주해도 사람들은 모두 다른 것을 보니까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무엇을 보았는지 말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27쪽 가현과 시현은 해외봉사단 단원으로 만나 우정을 쌓는다. 시간이 흘러 시현은 결혼을 하고 가현과의 연락은 끊긴다. 평소 책을 좋아했던 시현은 희우 작가 북토크 줌 모임에서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하게 된다.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가현은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봐 주기를 바란 듯 느닷없는 장소에서 시현에게 목격된다.



[가장 낮은 자리]는 분양 사무소에서 10년 넘게 떠돌며 근무한 39살 지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녀는 한 번도 팀장을 해본 적이 없다. 미혼이자 분양 사무소를 따라 숙소 생활을 하는 지민을 주변인들은 낮잡아본다. 스타렉스를 타고 모델하우스로 이동하던 지민과 은호 그리고 김기사는 비싼 외제차와 시비가 붙는다. 보복 운전을 연상시키는 이야기 전개와 강자 앞에서는 한마디도 못 내뱉는 그들이 지민에게 행하는 성 비하 발언은 인내심을 바닥나게 만든다. 이 편에서는 평범함이란 탈 속에 감춰진 인간의 비열함과 잔인함이 묻어난다.



[루프]를 통해서는 여성의 임신과 엄마와 딸의 관계를 보게 된다. 항암치료로 생명을 이어가던 아빠의 죽음 이후 가정이 있는 문 아저씨는 엄마와 나의 세계로 진입한다. 비혼주의자이자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넘쳐나는 생리혈로 루프 시술을 받은 나는 임신을 하고 만다. 아이를 포기하거나 만약 낳게 되면 입양을 보내라는 엄마의 모진 말을 들으며 출산 준비를 하는 지우는 약사다. 병원이 있어야 약국이 존재해야 될 이유가 있는 것처럼 산부인과와 소아과를 병행하는 현 원장의 갑질은 선배의 약국을 봐주는 지우의 마음을 한량하게 만든다.



소설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들을 들려준다. 수영장 펜션에 갇혀 관리가 되지 않았던 개들의 모습에선 개 농장이 연상되기도 한다. 문학 장르가 그렇듯 작가는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주진 않는다. 독자가 미로 찾기 하듯 작가의 숨은 내면을 들여다봐야 하며 독자의 경험에 의해 내면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표출된다. 우울하게 시작된 이야기들 끝에는 희망이 담겨 있다. 하지만 그 희망조차도 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박유경 작가의 사회파 소설을 나는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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