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 자리
고민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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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에서 이런 표현이 나온다. '영에 어떤 숫자를 더하면 영은 사라지고 그 숫자만 남습니다. 영에 어떤 숫자를 곱하면 그 숫자를 영으로 바꿉니다. 아무리 많이 늘어놓아도 영은 영 외에 될 수 없습니다. 다른 숫자에 기댈 때 영은 우주의 단위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0이 다른 숫자에 기댈 때 우주의 단위가 될 수 있다는 표현이 마음에 담겼다.

소설 속 등장인물로는 양 실장, 조부장, 김 약사 그리고 양의 부모님과 전 남자친구 혜가 등장한다. 혜를 제외한 모든 이들이 성만 밝힌 반면 남자친구는 혜라는 이름을 쓴다. 이름을 가진 혜는 꽤 돈이 드는 문화생활을 즐긴다. 양은 그런 혜의 취미 생활을 맞추는 것이 버겁다.

익숙했던 '생'의 자리에서 박탈당하자 무엇이든 되어야 한다는 위기감이 밀려왔다. 주인공 양은 이직과 퇴사로 경제적 위기에 놓이게 된다. 이 위기감은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만든다. 그러던 중 우연히 플라워 약국의 전산원 알바 자리를 발견한다. 마지막 회사는 경영 악화로 폐업해서인지 그녀는 약국이 15년간 운영되었다는 사실도 꼼꼼히 확인 한다. 그렇게 양은 약국 면접에서 "유령이 또 왔네"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렇게 이 소설의 다른 '영' , '유령'이 등장한다.

소설을 읽는 내내 취준생들이 생각났다. 그리고 비정규직도 생각났다. 스펙을 쌓고 노력을 담아 유령을 벗어나고 싶어도 승자와 패자는 갈릴 수밖에 없다. 경쟁에서 이탈 된 이들은 자연스럽게 유령이 된다. 이들은 존재하고 있으나 영의 자리에 머물러 있다. 열심히 살아도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무가치한 존재로 취급받는다. 이 사실은 나를 참 슬프게 한다. 나만 위하는 인생, 나만의 성공, 나만의 부, 나를 위한 명성과 같은 형태의 삶을 살지 않으면 낙오자가 된다. 희생 정신을 바탕으로 한 봉사의 삶도 테레사 수녀님이나 이태석 신부님 정도의 급은 되어야 인정 받을 수 있다. 아니 그래야만이 영의 자리에 있을 이유도 유령이 될 이유도 없어진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영이 곱을 해도 영인 경우가 있다고... 그래서 영은 다른 숫자에 기댈 명분이 주어지며 덕분에 우주의 단위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손열음은 [하노버에서 온 편지]에서 이런 말을 한다. '내가 음악을 함으로써 사회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 우리 모두가 조금이라도 더 기량을 쌓기 위해 자기 스스로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지만, 결국 그 과정은 모두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 관객을, 어린이들을, 노인들과 아픈 이들을, 다음 세대를 향해야 한다는 것. 책을 덮고도 한동 안 헤어 나올 수 없었다. 말 그대로 감동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그게 정말 최후의 답일까?'

여러분들은 이 소설에 대해 어떤 해석을 할까? 내가 읽고 느낀 고민실 작가의 '영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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