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고풍 요리사의 서정
박상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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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문학을 그리고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는가? 아니면 내가 우리 한국 현대 문학에 관심이 없고 무지했던 건가...[복고풍 요리사의 서정]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지난날 추억이 떠올랐다. 이 소설은 박상 작가님이 7년 만에 낸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 읽었고 그러면서 발견했다. 나는 부러운 사람들이 있다. 그들 중 한사람이 바로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보고 있자면 유연한 사고에서 웃음을 찾고 또 삶의 에너지를 받는다. 나이를 먹으면 웃을 일이 별로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 나는 진주알 같은 유머를 발견하게 된다. 아무튼 나는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내가 26살이었던 그 시절에는 서점을 가면 책 좌판에 꼭 시집이 있었다. 내가 아는 시인은 이해인 수녀님 용혜원님 윤동주님 등 그 폭이 좁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시절에는 시집을 펼쳐들며 읽으며 낭만을 즐겼던 시절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서점가에서 시집은 점차 그 위치를 잃어갔다. 파블로 네루다도 언급한 '메타포'가 상실의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이 시대에 나도 일조한 측면이 있는 듯해 죄스럽기도 하다. 이 소설을 통해 많은 시인을 알게 된다. 함기석, 심보선, 허연, 이승훈, 조연호, 김경주, 김종삼, 최승자, 이현호 등등등...마치 시와 시인을 위한 헌정 소설 같은 느낌도 받을 정도다. 


주인공 이원식은 시인이 꿈인 청년이다. 하지만 시로는 먹고살기 막막하고 재능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엄마의 김밥 요리를 전수받기 위해 요리사로 고군분투한다. 여기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시와 요리의 공통점에 대해서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두 사물의 공통점은 오감이다. 시에는 심상이라는 시의 요소가 있다. 심상은 시각, 후각, 미각, 촉각, 공감각이라는 심상을 일으키고 우리는 글자를 통해 이미지를 만들고 시를 음미한다. 요리 역시도 요리사의 미각과 섬세한 후각 그리고 촉각 등에 의해 재창조 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 든다. 시와 요리는 내공이 필요하다. 열심히 갈고닦아 나만의 창작물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물론 다른 요소도 있겠지만, 시의 재료, 요리의 재료 이런 재료라는 단어를 상상했을 때 바로 떠오르는 것이 요리다. 요리는 쉽게 일상에서 만날 수 있으니 시와 요리의 연결은 어찌 보면 익숙하고 또 어찌 보면 멀게 다가온다.


소설을 읽으면서 약간 판타지적인 느낌도 들었다. 여친과의 반복된 인연과 엄마의 정성과 사랑 가득한 김밥 이야기는 다시 한번 '사랑'의 힘에 대해 깨닫게 된다. 그가 시련을 잘 극복했던 이유는 최선을 다해 그의 삶을 살고자 했던 그 열의와 또 사랑 때문이었음을 나는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우리의 주인공 이원식은 자신의 마음과는 달리 한 요리 경연 대회에서 수모를 겪게 되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시달리다가 그는 이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조반니라는 삼탈리아 요리사의 책을 찾게 된다. 그러다가 우연히 저자의 글을 보고 삼탈리아로 떠나는데, 처음 삼탈리아에 도착하는 과정부터 결말에 이르기까지 무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리고 여친에 대한 반전은 또 무엇이람? 그래서 재밌게 읽었다. 그럼에도 중간중간 작가가 던지는 가벼운 농담 속 진지한 물음은 책 읽는 나를 멈추게 만들었고 생각에 잠기게도 했다. 작가정신 출판사를 통해 오한기 작가님 박상 작가님을 알게 되었다. 한국문학에 대해 무지했던 내게 이 두 작가님의 발견은 실로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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