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100쇄 기념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은 한 남성이 운전 중에 갑작스럽게 실명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백색 전염병의 첫 감염자였던 남성은 그를 집에 데려다준 남성과 안과 진료를 받으러 간 병원 그리고 그의 아내 등 주변인을 감염시켜 간다. 도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염 때문에 공포로 물들어가기 시작하고 정부는 긴급 대처 방안으로 감염자와 보균자를 수용소로 보내기로 결정 내린다. 학구적인 타입의 안과 의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실명 환자의 상태를 궁금해하던 중 그 역시도 실명 하게 되고, 정부 방침에 따라 정상눈을 가진 아내(남편과 함께 있기 위해 거짓으로 장님인척한다.)와 함께 수용소로 이주하게 된다. 


처음 수용소에서는 인간다운 규칙과 질서를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엿새 동안 두 번의 정부 방침이 바뀔 정도로 정부는 패닉 상태로 빠져버리고 사실상 그 어떤 대책도 없는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전염병의 원인조차 파악을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의 공포심은 점차 확산되어 가고 수용소에 감금된 환자들에게 식량 공급을 하고 있던 군인들은 백색 장님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시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게 된다. 그리고 일반 시민들을 죽인 행위에 대해 그 어떤 죄의식도 가지지 않는다.


이 소설은 주제 사라마구가 자신의 조국 포르투갈이 격정의 시대를 거치면서 인간 본성에 관한 물음을 던진 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일단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특징은 각 인물의 대화 구분이 없다는 것과 등장인물의 이름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는 첫 번째 눈먼 남자, 첫 번째 눈먼 남자의 아내, 눈먼 의사, 눈먼 의사의 아내, 등등으로 등장인물을 지칭하고 있다. 또한 각 등장인물이 주고받는 대화를 연결 문장으로 처리함으로써 인물 간 대화 구분이 쉽지 않다. 작가는 독자들이 눈이 있지만 마치 백색 장님이 시각 상실로 사물의 실체를 구분하지 못하 듯 독자들 역시도 유사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문체를 유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만든다.


국가의 존재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인간의 본성에 이르기까지 결코 가볍지 않은 물음을 던지게 만드는 소설 『눈먼자들의 도시』는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게 한다. 소설에서 국가란 존재는 하지만 그 역할은 하지 않는 외면해 버리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사회계약설에 따라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보호하려고 만든 국가가 오히려 개인의 목숨을 가차 없이 뺏어버린다. 그들은 그들만의 안전을 위해 감염자들을 집단적으로 학살한다. 정신병원을 수용소로 삼기 위해 정부에서 토론하는 과정에서는 돈이 사람의 생명보다 더 존귀한 대접을 받는 실체를 마주하기도 한다. 


수용소 내부에서는 식량이 부족해지자 사람들 사이에서 이기심과 다툼 그리고 거짓이 만연해진다. 이런 사람들의 행위에서 인간 본성이란 과연 무엇인가?란 물음을 던지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여성들이 굶주림을 벗어나기 위해 남성들의 성 노리개로 끌려가는 상황과 그 극한 상황을 의사 아내가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새로운 시각과 대안을 제시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듯했다. 누군가의 도움이 아닌 위험에 처한자 스스로가 극복하고자 하는 자세라고나 할까?


의사 아내는 유일하게 눈이 보이는 존재로 그녀는 눈먼 자들을 위해 헌신하고 희생하며 그들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한다. 여기서 눈이 보인다는 것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사물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혜안이라는 글자에서도 알 수 있 듯. 그녀는 사물을 꿰뚫어 보는 안목과 식견을 대변하는 인간. 그럼으로써 이 어려움을 타계하는 인간으로 그리고자 한 것은 아닐까? 모두가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상황에서 의사 아내는 자신이 아는 도덕심을 뒤로하고 사람을 죽인다. 군인들은 그들의 잘못을 합리화하고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반면에 그녀는 살기 위해 저지른 행위를 정당화하지 않고 죄의식을 느끼며 다수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다. 그녀의 행동을 보면서 나는 인류 역사의 흐름을 되새김하게 된다. 그렇다. 바로 이런 소수자들의 희생으로 인류 문명은 점진적으로 발전되어 온 것임을 주제 사라마구는 『눈먼자들의 도시』를 통해 들려주고자 한 것은 아닐까?  정말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하고 생각하게 한 작품 『눈먼자들의 도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