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밸런타인데이
정진영 지음 / 북레시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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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시, 밸런타인데이 | 정진영 (지음) | 북레시피 (펴냄)



사랑은 이별의 데칼코마니


사랑을 할 수 있는 자격과 받을 수 있는 자격은 

이별의 슬픔을 얼마든지 짊어질 준비가 돼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게 아닐까?


작가 정진영은 이렇듯 수연과 우리들에게 사랑과 이별의 무게에 관해 묻는다. 서울에 살던 수연은 아버지의 승진 실패로 대전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서울에 있고 싶은 수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족 모두는 한솥밥을 먹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이사를 강행한다. 공부를 잘했던 수연은 대전 소재의 외국어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고, 서울에 있는 학교를 목표로 학업에 매진한다. 그러던 중 아버지의 응급실행 소식을 듣게 되고, 그렇게 수연은 아무런 예고도 준비도 없이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대학 진학을 한 수연은 겨울의 냉기를 뚫고 꽃이 피 듯, 번데기가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 듯 그렇게 만물이 소생하는 따뜻한 봄날... 초. 중등 동창생과 같은 학원을 다녔던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터털스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된다. 오랜 시간 수연을 좋아한 형우와 대혁, 늘 존재감이 약했던 대혁은 수연에 대한 마음이 담긴 자작곡 with를 연주하게 되고 이 곡은 형우에 의해 수연에게로 전해지게 되는데... 이 일로 대혁은 친구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군 입대를 한다.


 수연의 사촌 언니 세연이 수연의 집을 방문하던 날, 수연은 사촌 언니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게 된다. 세연이 묻는다. 사랑과 정의 차이가 뭘까?라고... 그리고 이렇게 대답한다. "내 경험상 사랑은 설레는 감정이고 '하는 것'이라면, 정은 편안한 감정이고 '드는' 것이더라."라고... 과연 수연의 형우에 대한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사랑은 때로는 스스로도 그 가치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리고 때로는 사랑하는 대상이 떠남으로써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거나 그 가치를 깨닫게 되는 일도 있다. 이 소설은 사랑과 이별은 서로 다른 영역이 아닌 서로의 존재를 부각시켜주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소설인 것 같았다. 이 소설을 쓴 정진영은 20살 때 소설 초안을 작성하고 마흔이 넘은 나이에 북레시피를 통해 출간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소설 말미에 작가의 글을 읽지 않았다면 난 한 젊은 작가가 이 소설을 썼을 것이라 짐작했을 것이다. 그리고 사랑의 종류 중 이런 세밀한 부분을 캐치할 정도면 꽤 책을 많이 읽었거나 깊은 사랑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소설이 주는 순수하고도 때묻지 않은 스무 살 딱 그 시절에 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20살 때 이 스토리 초안을 작성했다는 작가의 말이 이해가 되었고, 담백하고도 은근한 사랑, 긴 기다림을 거쳐 성숙해 가는 사랑, 읾음을 통해서 얻음을 알 수 있는 사랑, 뚝배기 같은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 점을 상기해보면 마흔 넘은 그가 다시 완성 시켰다는 점이 이해가 되었다. 


『다시, 밸런타인데이』는 마흔이 넘은 내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세상에 대한 열정과 이성에 대한 순수한 사랑에 눈을 뜨게 되는 나이 스무 살!!! 요즘 스무 살도 수연과 대혁처럼 그런 사랑을 할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우리는 거울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알게 된다. 이별도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헤어짐을 통해 사랑의 깊이나 무게를 더 체감하게 되고, 다음 사랑에서는 앞선 풋사랑의 실수들을 반복하지 않으려고 한다. 수연이 아빠를 떠나보내고 대혁을 향한 간절함으로 다리 위를 달렸던 것처럼...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젊은 날의 자화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 『다시, 밸런타인데이』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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