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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라틴어 원전 완역본) - 최상의 공화국 형태와 유토피아라는 새로운 섬에 관하여 ㅣ 현대지성 클래식 33
토머스 모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1월
평점 :

유토피아 | 토마스 모어 (지음) | 현대지성 (펴냄)

▶ 유토피아 섬의 지도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공상적 사회주의 소설이다. 권두시에 처음 등장하는 '유토피아'(Utopia)는 그리스어 'ou' 와 'topos'의 합성어로 '아무 데도 없는 곳'을 뜻하는데, '좋은 곳'이라는 뜻의 'eu-topos'의 동음이의어이기도 하다. 그는 영국의 대법관 출신의 정치인이었으며, 평생 동안 청렴한 관직 생활을 한 인물이라고 한다. 더 소름 돋는 사실은 그의 책 유토피아를 읽으면 이혼에 대해서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이 책이 저술된 시기는 1516년이고 그가 헨리 7세의 비합리적인 세금 정책에 반대해 내쳐진다. 하지만 헨리8세가 등극하면서 그의 앞날도 탄탄대로를 걷는다. 하지만 헨리 8세는 이혼 문제로 교황과 갈등을 일으키고 왕의 입장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그는 관직에서 물러났으며 이후 교수형을 받고 죽는다. 그는 공상적 사회주의자이자 관념론자이며, 이상 세계를 꿈 꾼 인물이었으나 현실 속에서도 꾸준히 자신의 생각을 실천하며 살아간 진정한 지성인이었다.

▶ 유토피아 섬의 지도
책의 구성은 서문, 제1권, 제2권, 서신과 시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제1권에서는 저자인 모어와 페터 힐레스 그리고 포르투갈 탐험가 라파엘 히틀로다이오 3인이 당시 영국을 비판하는 대화로 소설은 시작된다. 당시 영국 사회의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법률제도,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남의 노동으로 살아가는 귀족들의 행태, 무분별한 살상과 국고 재정 낭비를 불러오는 전쟁을 좋아하는 군주, 양털 값이 올라 밭과 땅과 목장까지 넓혀가는 부자들의 탐욕적인 사유 제산제도 등을 비판하고 있다.
제2권에서는 라파엘이 여행 중 목격한 이상 국가 '유토피아'의 아마우로스 도시를 예를 들어 그곳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상적인 제도에 대해 도시, 인간, 풍습, 제도, 법률 등으로 구분 지어 설명해주고 있다. 그가 이런 이상국가를 꿈꾸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출발점은 당시 영국 사회에 막연히 펼쳐져 있던 사회적 불의와 모어의 인간에 대한 측은지심이 유토피아를 생각하게 된 원인이 된다.
연약한 토끼가 겁을 집어먹고 재빨리 도망치는데, 힘세고 포악하며 잔인한 사냥개가 추격해서 찢어 죽이는 관경을 보았을 때, 사람이라면 마땅히 즐거움이나 쾌락이 아닌 연민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느껴야 하기 때문입니다. 153쪽
그의 이런 인본주의 사상은 유토피아 전반에 두루 드러나고 있다. 조선시대 허균이 창조한 율도국이라는 이상국가도 조선의 적서차별과 탐관오리의 폭압 정치에 항거하면서 허균이 희망하는 이상국가를 소설로 그려냈다. 모어 역시도 그가 살았던 시대가 사람들의 과시욕 등으로 부자들의 끝없는 탐욕과 그들의 곳간과 돈주머니는 쓰고 남을 정도의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노동력을 값싸게 사들여 착취하는 행위에 대해 분노하는 모습에서 나는 그의 유토피아에 대한 신념이 휴머니즘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생각들었다. 그리고 가난 때문에 도둑질을 해서 사형을 당하는 사람들에 대해 국가가 얼마나 비효율적인 법을 집행하고 있는지 또 사형이라는 제도가 얼마나 부당하게 집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의 사형제도에 대한 생각은 오늘날 현대의 관점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그리고 그가 꿈꾼 이상국가의 제도들 중 오늘날 유사한 형태로 자리잡은 것들도 있다. 이런 부분이 한 번씩 언급될 때마다 그가 얼마나 간절히 사람들의 질 높은 삶, 행복한 삶을 희망했는지 알 수 있었다. 사유재산에 대한 그의 비판적 관점 그래서 공동 재산으로 가야 한다는 그의 바람은 모든 사람들이 도덕적인 삶을 추구할 것이라는 그의 관념적인 생각에 이르러서는 모어 역시도 이 부분에 대한 현실과 이상의 괴리를 분명 인지하고 있음에도 글로 표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토피아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해주는 라파엘의 이야기를 듣던 나는 이런 말로 끝을 맺는다.
유토피아 공화국에서 시행되는 것 중에서 아주 많은 것이 우리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도 시행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내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나의 이런 바람이 하나의 희망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이루어졌으면 정말 좋겠다.
토마스 모어가 죽고 500년의 시간이 흘렀다. 부의 불공정한 분배는 여전하며 부자들의 값싼 노동력 착취도 여전하다. 하지만 모어가 희망했던 사형제도는 현재는 바뀌었으며, 그가 항시 강조했던 공동 재산에 대해서는 (특히 한국사회에서는)복지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갈길이 멀고 지속적인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게 현실이다. 모어가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보았다면 어떤 감상을 들려주었을까? 이 책은 청소년시기에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특히 현대지성에서 출판된 이 책은 단원별로 내용을 짧게 요약해 줌으로써 유토피아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고등학생 정도의 청소년이 읽기에 적절한 도서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