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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ㅣ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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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 열린책들 (펴냄)
18세기 프랑스 파리는 하이힐이 발명될 정도로 배설물과 악취로 유명한 도시였다. 그리고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해줄 수 있는 향이 아닌 동물의 사향 냄새가 인기를 끌게 된다. 그 시대에는 흑사병이나 콜레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데, 동물의 분비물과 같은 강렬한 냄새가 나쁜 기운을 물리쳐 준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1738년 7월 17일 장바티스트 그르누이는 페르 거리의 생선 좌판대 뒤편에서 태어난다. 여기서는 생선이 썩어가는 냄새도 시체가 썩는 냄새도 구분이 안 가는 곳이다. 그래서 영아를 유기하기에 딱 알맞은 장소다. 이렇게 그는 태어나자마자 친어머니로부터 살해를 당하면서 비극적 삶의 첫 신호탄을 올리게 된다!
여러 보모들은 어린 그르누이를 맡으려 하지 않는다. 그 아이의 출신이 살인마의 자식이라는 사실은 둘째치고 보통 아기들 몸에서 나는 따뜻하고도 기분 좋은 향이 그에게서는 맡아지지 않는다. 우여곡절 끝에 사물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을 통해 서서히 외부 세계에 대해 알아가는 그르누이 하지만 그를 돌보는 사람들의 냉혹함과 무관심 그리고 소년의 특별한 재능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그르누이는 그렇게 점점 세상과 멀어져간다.
그리고 이런 관계의 단절은 25명의 아름다운 소녀를 살해하게 만든다. 그의 무의식 속에는 사랑에 대한 갈증이 있다. 사람들의 냄새가 역겹지만, 그들 무두가 가지고 있는 채취가 그에게는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사실이 그를 고통스럽게 만든다. 그리고 그 고통은 그의 욕망을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된다. 그는 자신만의 특별한 향수를 원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사람들의 내부에 깊게 숨겨져 있던 욕망까지도 해방시켜 주는 향을 제조하기에 이른다.
이 소설은 읽는 독자들도 그의 향에 취하게 한다. 뛰어난 필력과 스피드한 스토리 전개는 손에서 쉽게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독창적인 시각과 뛰어난 재주는 가졌으나 관계의 단절을 선택한 천재 주인공의 행적은 소설이 어떻게 끝날까?라는 호기심으로 끝까지 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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