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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 나, 타인, 세계를 이어주는 40가지 눈부신 이야기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7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이 책은 관계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그 여정이 시작된다. 우리의 자아는 다양한 경험으로부터 관념을 형성하고 이 관념은 세계를 해석하고 타인을 해석하는 주체가 된다. 혹은 자아는 타인의 입장에서 세계와 타인을 보는 객체가 되기도 한다. 채사장은 우리 인생의 여정 중에서 반드시 알아야 될 것이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관계로부터 출발하고 관계야말로 자아와 세계, 자아와 타인을 설명해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관계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언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왜냐하면 언어가 자아의 고립을 넘어 외부의 타자에게 닿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어 역시도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채사장은
언어의 한계는 언어생활을 한 지 한두 해가 아닌 우리에게 이제는 그리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 우리는 말과 글이 얼마나 오해의 소지가 많은지 대강이라도 느끼고 있어서, 오해를 줄이기 위해 나름대로 의 노하우를 사용한다...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것은 언어의 양을 늘리는 방향과 언어의 양을 줄이는 방향이다. 164 ~165쪽
나는 이 신박함에서 언어를 늘이고 줄인다는 표현에 전혀 감을 잠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책과 시라는 말에 아하!!! 완전 공감!!!이라는 탄성을 내질렀다. 우리는 책을 통해 작가와 만남을 갖는다. 그런데 사람마다 살아온 경험치가 다르다 보니 작가의 작품을 보고도 다양하게 해석하고 또 받아들인다. 작가는 이런 의도로 이야기를 펼친 것인데 반해 독자는 저런 의미로 자기 해석을 한다. 이것이 저자가 말한 자아와 타자의 만남 중 한 종류임을 알게 된다. 시는 어떤가? 우리는 함축적인 아주 짧은 글귀에도 감명을 받고, 공감을 한다.
그래서 저자가 말한 타인과의 관계 탐구에서 언어가 차지하는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의 의견에 동의하게 된다. 왜 우리는 타인을 알고 세계를 알아야 할까? 그는 터키에서 발굴된 세이킬로스의 짧은 글귀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1883년 터키의 아이딘 지방에서 원통형 비석이 발견되는데, 기원전 200년 무렵에 만들어진 노래 가사와 음을 연주할 수 있는 악보로 밝혀진다. 그리고 저자는 고대의 사람들과 현대의 사람들이 똑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 인간이라는 존재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구나. 입고 있는 것, 들고 다니는 것은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인생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느끼는 감정과 생각들은 그대로구나, 가사를 보고 있으면 그런 거창한 생각에 빠져든다. 가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살아 있는 동안, 빛나라.
그대여 결코 슬퍼하지 말라.
인생은 찰나와도 같고,
시간이 마지막을 청하게 되니. 219~220쪽
저자는 나는 무엇인가라는 자아의 본질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세계란 무엇인가란 새로운 질문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세계는 빛으로 이뤄져 있고(우리가 사물을 인식하는 이유는 사실 광파 때문이긴 하다. 실질적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장님인 사람은 코끼리의 모습을 전혀 상상해 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과학적으로는 태양광에서 방출되는 자외선, 적외선, 가시광선 등의 빛에 의해 우리는 세계를 이해하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관조자인 나는 이 빛을 통해 나에게 받아들여지고 재해석 된 세계를 보게 된다.
저자가 말한
'나란 무엇인가? 그것은 관조자다. 그리고 관조자의 특성은 빛이다.'
라는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기엔 역부족이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알 수 있다.
인간은 인간이라는 종이 세계의 전부라 생각하고 특히 자기 눈에 보이는 세계가 실제 세계의 보편적 기준일 것이라고 믿지만, 세게는 그렇게 보편과 특수로 나눌 수 있는 무엇이 아니다. 모든 보는 존재는 충분하고 완벽한 세계를 자기 내면으로 갖고 있고, 그 내면의 빛은 그 존재를 부족함 없이 사로잡는다. 241쪽
여러분들은 저자의 이런 견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 나는 내 삶의 물음에 (책 말미에는 철학적 개념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어서 그 깊은 뜻은 모르겠으나) 살짝 컨닝을 한 기분이다. 그리고 저자가 불교의 윤회를 언급함으로써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제목을 붙인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꿈이라 표현한 부분도 윤회를 떠올리게 했다. 아무튼 우리는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좋은 직장을 가지면 행복할 거라 생각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부분적으로 잠시 그것이 안겨주는 풍족함과 기쁨을 누리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고통, 질투, 억압, 슬픔, 외로움 등에 시달리며 산다.
반복된 일상속에서 지친 영혼의 쉼을 원한다면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면, 타자와 세상의 관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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