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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흄 - 인간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자 한 철학자 ㅣ 클래식 클라우드 25
줄리언 바지니 지음, 오수원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클래식클라우드에서는 철학가, 음악가, 과학자, 화가, 문학가 등등 우리 귀에 익숙한 유명인사들의 삶과 그 여정을 흥미로운 관점에서 알게 해주는 교양서적이다. 적어도 나는 그리 생각한다. 이번에 만난 데이비드 흄은 계몽주의 사상에서 경험주의로 그 명성을 드높였던 인물이다. 사실 그의 저술이 그의 이름을 더 높였다기보다는 그의 사상을 기반으로 주변 지인들이나 후학들에게 밑거름의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순수이성비판의 저자 칸트도 "흄은 나를 이성이라는 독단의 잠에서 비로소 깨워주었다"라 평했으며,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도 흄의 사상 및 저술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
18세기 시절 유럽은 한창 계몽주의 사상이 꽃을 피우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많은 사상가들이 배출되었는데 데이비드 흄도 계몽주의 시대 흐름에 따라 경험론자들 중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인물이었다. 당시 인간의 지성이 어디로부터 시작되는가에 대해 합리론자들과 경험론자들이 첨예한 토론을 벌였는데, 흄은 우리가 세계를 알 수 있게 된 근본 원인이 오감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보았다. 오감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관념으로 전환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이성은 감정의 노예라는 주장을 하게 된다. 그는 첫 번째 파리행에서 그의 대표 저술작 <인성론>을 완성시키는데, 이 책이 자신을 알려줄 것으로 기대했던 그는 <인성론> 때문에 곤욕을 치른다. 왜냐하면 이 책이 널리 오해되어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리드는 <인성론>을 가리켜 '뭐든 모조리 의심하려는 아주 부정적인 시도'라고 평했다. 이런 견해 때문에 그는 회의론자로 낙인찍힌다.
하지만 흄의 회의론은 고대 철학자 피론이 주장한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한다는 입장과 데카르트의 방법적 회의론과는 그 관점이 달랐다. 흄은 데카르트와 피론보다 더 온건한 '완화된 회의론'을 주창했는데, 그가 이런 주장을 하게 된 원인은 종교가 가진 극단적 믿음, 인간의 이성을 절대 지 혹은 선으로 보는 극단적 행위를 경계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스토아학파의 금욕주의를 비판하게 된다. 인간은 완전무결한 존재가 아니다. 그는 이런 완전함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보았다. 흄은 '적절한 중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중용의 법칙이다. 이 중용의 법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나 흄은 이를 숨기듯 말 듯 인정했다. 아무튼 중용의 원칙에 미뤄 미덕을 보자면,
미덕이란 결핍과 과잉 사시의 중간 지대에 존재한다고 보았다. 관대함은 비열함이라는 결핍과 낭비라는 과잉 사이의 중도다. 용기는 비겁함이라는 결핍과 무모함이라는 과잉 사이의 중도이며, 유연함은 줏대 없음이라는 결핍과 경직성이라는 과잉 사이의 중도다. 흄은 검소함의 사례를 들면서 탐욕은 결핍이라는 악덕이요 헤픔은 과잉이라는 악덕이라고 설명한다. 67쪽
데카르트가 주장한 이성에 대한 관점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말이 유명하다. 이는 확실한 지식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적 회의론으로 그는 완전무결한 앎에 도달하기 위한 도구가 이성이라 보았다. 그리고 이 이성을 끊임없이 의심함으로써 궁극적 앎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보았다. 하지만 흄의 견해는 달랐다. 흄은 이성이란 우리의 경험으로부터 출발한다고 보았다. 우리가 고양이의 모습을 보지 않고도 고양이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이유는 눈으로 고양이의 모습을 먼저 보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관념은 오감 이후에 발휘된다고 보았다.
흄은 필연적 연결이라는 사고를 통해 경험론을 주장하기도 했는데, 예로 우리가 빗소리를 들었을 경우 밖에 비가 온다는 사실을 눈으로 보지 않아도 지금까지 인과적으로 쌓아온 경험의 축적 때문에 밖에 비가 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그는 필연적 연결은 습관의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흄은 "경험에서 나오는 모든 추론은 이성이 아니라 관습의 결과다"라고 정의 내리게 이른다.
저자 줄리언 바지니는 흄의 사상적 한계도 몇 가지 언급하고 있는데, 그의 경험주의 주장은 관념의 내재를 인정하지 않으면, 자기모순에 빠지는 점을 버틀런트 러셀의 주장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그 역시도 시대적 한계를 뛰어넘지 못해, 인종에 대한 평가나 여성에 대한 평가가 동시대와 같은 시각이 내재되어 있음을 지적했다. 줄리언 바지니는 데이비드 흄은 시대를 앞서간 천재 사상가라고 지칭했는데, 이런 천재 사상가도 그가 살았던 시대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점 그리고 사상적으로는 상당히 진보적인 사람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상당히 보수적인 사람이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한때 자신의 나라에서 추방당하고 여러 나라로부터 받아들여지지 않던 루소를 받아들이고, 두 사람이 결국 오해로 헤어졌지만, 그 오해조차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한 그의 성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나 역시도 남성우월과 백인우월 시각이 강했던 시대를 감안한다면 패널티를 주고 그를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평생 독신자로 살았으며, 자유를 사랑했고, 소박하고도 검소한 삶을 지향했다. 물론 그의 선천적인 성격은 타인과의 소통 혹은 교류를 즐기기도 하였지만, 혼자만의 고독의 시간도 즐겼다. 시대적 한계는 있었지만, 흄은 스스로가 중용의 삶을 실천하면서 살려고 노력했던 사상가였다.
데이비드 흄에 대해서는 경험주의 대표자라는 배경지식 말고는 딱히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클래식클라우드를 통해 또 한번 나의 지평을 넓힐 수 있었고, 몰랐던 그에 대한 생애를 알게 됨으로써 나에게는 참으로 유용한 책이었다.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부분 부분 오타 발견 및 번역이 매끄럽지 못해 읽는 사람에 따라 책의 완성도에 대한 만족이 크게 나누어질 우려가 있어 보인다. 그동안 쌓아올린 클래식클라우드의 명성에 흠이 생기지 않도록 출판사의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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