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협상하기 - 골드만 삭스 CEO, 나는 어떻게 중국을 움직였는가
헨리 M. 폴슨 주니어 지음, 고기탁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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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초석 같은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중국과 협상하기』에 대한 기대감과 이전부터 내가 가지고 있던 관심사를 이 책이 다소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개인적으로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정보와 새로운 사실들을 알려주었다. 저자 헨리 M. 폴슨 주니어는 한때 세계 경제를 주름잡던 골드만 삭스의 최고 경영진이었다. 그는 현직에 있던 25년 동안 100차례가 넘게 중국을 방문했으며 그곳에서 장쩌민, 주룽지, 후진타오, 시진핑 등 전현직 국가 주석 세 명을 비롯해 현대 중국의 엘리트들과 전례 없는 교류를 했다. 그의 타고난 솔직함과 그의 유능한 팀들은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는데 탁월했다.  '알리바바' 역시도 골드만 삭스가 기업 상장을 해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났다. 이와 같이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해 알려주고자 회고록 방식으로 쓴 책이 『중국과 협상하기』이다.


그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 중국은 어떻게 그토록 빨리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 중국에서는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일이 진행될까?
▶ 중국과 협력·경쟁하는 동시에 그들로부터 이득을 얻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들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결 과정을 선보이고 있다. 나는 경제학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 CEO 출신이 쓴 책들은 사고 과정이 논리적이고, 체계적이어서 경제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크게 독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완벽히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내용 흐름 파악에 있어서 나 같은 일반 독자가 읽기에 큰 부담이 없었다. 그리고 헨리 자신의 경험을 먼저 언급함으로써 뒷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전개 과정도 일반 독자를 고려한 그의 전략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독성이 나쁘지 않았다.

 

헨리는 그가 만난 중국인 명사에 대해 대략적인 정보를 언급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그들의 철저한 준비성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사실을 행동으로 증명하는 모습에서 좋은 습관의 중요성과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낳는다는 교훈을 얻는다. 또한 타인에 대한 자세 즉 그 스스로가 먼저 다가서려 노력하고 동양인의 전통과 관습에 대해 편견과 선입관을 가지지 않으려고 최대한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특히 중국인들에게 '상징'은 아주 중요한데, 그는 이 사실을 간파하면서 그가 수행한 업무에서도 이를 잘 활용해 훌륭한 성과를 낸다.

 

중국은 덩샤오핑 이후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통해(꼭 읽어 보길 바란다. 역대 중국 지도자들의 정치 스타일도 비교할 수 있는 재미를 놓치지 않길 희망한다.) 경재 개발이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저축 비율을 높였다. 반면에 미국은 저금리 대출 투자 상품에 열을 올리는 무분별한 낭비가 일어나고 있었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새로운 투자를 했다. 그런데 리먼 브러드사가 출시했던 이 상품은 고객들에게 상품의 성격을 충분히 인지시키지 못한 채 탐욕의 인기에 내몰리면서 부동산 과잉 투기가 일어났다. 동시에 신자유주의 바람이 거침없이 불면서 자본주의를 숭상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동안 쌓여가던 부채와 탐욕이 만나면서 미국은 걷잡을 수 없는 수렁에 빠졌고, 그들의 금융 위기는 전 세계의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더 우울한 소식은 그 여진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늘날 경제 리스크는 미리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움직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이 경제 대국으로 명성이 높았을 때 미국은 중국보다 한결 유리한 고지에서 협상 테이블을 이끌었다. 하지만 미국발 부동산 위기가 터지고 다른 투자자들이 중국에 손을 내미는 상황에서 중국은 점차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은 갈 길이 멀었다. 여전히 개혁의 바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과 협력해서 서로 상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 헨리의 입장이다.  중국은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여전히 그들의 국민 총생산 성적표는 저조하다.

 

아무튼 나는 그의 거시적인 안목에 감탄했다. 그리고 중국이 그를 만난 것은 행운이라 생각 들었다. 헨리는 골드만 삭스의 이윤 획득에만 골몰하지 않았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 끊임없이 중국과 협상하고 갈등했다. 재부 장관 시절에는 내부적으로는 그를 음해하는 이들과도 타협을 해야 했다. 그리고 그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그는 그의 거시적 안목을 멈추지 않았다. 또한 세계 경제와 세계 환경을 고려하며 세상을 보려고 노력했다. 그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이점과 폐단을 뼛속 깊이 잘 알고 있었으며, 가급적 그 폐단을 줄이고자 노력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칩거 생활 도중 읽은 도서다. 코로나로 배달 음식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나 역시집에서 밥을 만들어 먹는 것이 귀찮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눈으로 목격하고 나니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된다. 물티슈 사용은 즉각적으로 멈췄고, 미세 플라스틱류의 생활제품 구매는 멈췄다. 가급적 환경 오염을 일으킬 물건을 자중해서 사용하려고 힘쓰고 있으나 쉽지 않다. 그래서 그의 환경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인상 깊었다.

 

그는 지속적으로 중국과의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고, 부시 정부 말기에 행정부 재무 장관이 되면서 관료와 경영인의 서로 다른 모습을 함께 아울러 두 국가가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힘쓰는 모습에서 똑같은 시스템이라도 어떤 마인드와 생각으로 집단의 리더가 되고 실천을 하는지도 엿볼 수 있었다. 깨달았다. 환경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신경을 써도 눈에 띄는 변화를 보기 어렵다. 하지만 이를 포기한다면? 노력을 해도 보이는 결과는 미비하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신경 쓰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는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로 끊임없이 고통받게 될 것이다. 그래서 사람의 중요성을 헨리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중국과 미국을 통해
북한과 남한의 미래를 보다.

 

우리도 이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 이웃나라가 있다. 바로 북한이다. 북한 역시도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시장 경제 체제를 도입할 것이다. 북한은 중국이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 발전을 한 것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한다. 북한은 중국과 달리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매력적인 요소가 상대적으로 적다. 더군다나 미국과의 대립 관계로 인해 무역 제재를 받고 있다. 북한이 풀어야 할 문제는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다. 북한이 핵 개발에 목숨을 건 이유도 미국과 협상을 하기 위해서였다. 힘없는 나라와 그 누가 협상을 하려 들겠는가...

 

『중국과 협상하기』를 반드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왜 서구의 투자자들이 사회주의 국가에 눈을 돌렸냐는 것이다. 이는 비단 중국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 활발한 경제 개발이 진행 중인 베트남 역시도 그러하다. 미국은 현재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일자리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고 헨리는 지적하고 있다. 또한 빈부의 격차가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도 이와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인적자원의 힘으로 경제를 이끌어 왔다. 현시점에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한 방법이 있다면 서구의 투자자들이 왜 북한과 남한의 경제 협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현재는 일자리 창출도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 더군다나 과학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고, 새로운 전염병과도 싸워야 한다. 갈등과 대립은 우리의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기만 할 것이다. 특히 『중국과 협상하기』는 남북한 경제 경제 협력 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예측해 보여줌으로써 불필요한 갈등을 보다 더 잘 대처해갈 모델링이 되어준다는 점이다. 그만큼 우리가 꼭 읽어야 할 당위성이 충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서 나는 세계 3대 투자자이자 투자의 귀재로 이름난 짐 로저스의 『세상에서 가장 자극적인 나라』라는 책을 읽었다. 그는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다음 블루칩 국가로 예측했다. 그 나라들 중 북한을 언급하고 있다. 사실 그가 성공하고 지지하는 나라는 일본이다. 하지만 만약 북한과 남한이 서로 경제 협력을 하게 된다면? 일본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아주 흥미로운 책이었다. 하지만 중국과 협상하기를 우선적으로 반드시 읽어 볼 것을 추천한다. 헨리는 말도 문화도 정서도 다른 이들과 함께 끊임없이 소통하고 양보하고 협력하면서 상생의 길을 도모했다. 그리고 지난날 격렬한 미중 갈등의 대립을 목격했음에도 또 이와 같은 문제가 반복적으로 불거질 것을 잘 알면서도 그의 답은 한결같았다.

 

대립은 갈등을 불러오지만,
협력은 상생을 가져옵니다.
왜 그래야 할까요?
그것이 미국에 더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라고 왜 못하겠는가? 우리는 이들보다 더 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일자리 때문에 청춘을 희망 없이 보내지 않기를 바란다. 나날이 벌어지는 빈부격차로 인해 평등이라는 자격조차 박탈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북한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미국이 적국인 중국을 새롭게 해석하고 상생의 파트너로 삼은 것처럼 우리도 북한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한 시점이다. 왜냐하면 이제 세계 경제는 도미노처럼 서로 이어져있고, 한 나라의 경제 그림자는 다른 나라의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많은 혜안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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