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생각 - 이 세상 가장 솔직한 의사 이야기
양성관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뜻한 가슴을 지닌 명의고 싶은 한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

 

나는 소담출판사를 통해 유머로 무장한 저자를 만났다. 그는 관찰력이 있고, 다소 엉뚱하면서도, 너무나 진솔했고, 따뜻한 꿈을 가진 자칭 평범한 의사다. 그는 자신이 의사 생활을 하면서 경험했던 일들 그 경험 속에서 평소 생각했던 견해들 그리고 자신의 부족한 점들 등을 '시청타촉'이라는 진료 과정에 따라 글을 적어가고 있다. 시청타촉이란 보고 듣고 두드리고 만져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을 총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부분적이기는 했지만 의사라는 전문 직종에 대해 일반인들이 상식 삼아 알아두면 좋을 법한 정보 제공도  이 책을 읽는 장점이자 즐거움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과거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이대목동사건'에 대한 사회 전반의 시스템과 그 부조리에 대한 그의 견해도 인상적이었고, 이상적인 의사를 꿈꾸며 어른인 그가 어릴 적 꿈꿔왔던 꿈을 이루고서도 여전히 새로운 꿈을 만들어 도전하는 모습도 너무나 좋았다. 우리는 흔히 아이들은 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른은 그런 꿈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거나 꿈꾸지 않는다. 이미 내면적으로 늦었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는 그렇지 않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과 주변인들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며, 또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한 부모님의 아들로서 늘 자신을 돌아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진중한 모습 이면에는 아주 유머러스한 그의 여유로움과 따뜻함이 들어있다. 

그리고 의료 사고사에 대한 의사의 입장과 일반인의 입장을 역지사지하는 저자의 마음 자세, 산청에서 군의관으로 3년간의 생활을 하면서 보냈던 시절을 되돌아보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는 스스로를 이렇게 평했다. 그 시절 가슴은 따뜻하고 친절한 의사였지만,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은 많이 부족했다고... 당시 자신이 진료 했던 환자들에 대해 미안함을 가지고 있음이 전해져 왔다. 이는 그의 지나친 솔직함과 겸손이 아닐까 싶다. 전문 직종에 있는 사람들은 권위의식 때문에 스스로의 실수나 잘못된 판단을 인정하지 않는다. 설사 그들의 이런 잘못으로 죄 없는 생명이 목숨을 잃어도 그러하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시각이 아니었다. 그는 최소한 그 자신만이라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실패의 원인을 찾고 더 나은 의사가 되고자 노력한다. 물론 먹고살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그의 솔직한 고백과 현실적인 대답이 나의 마음을 더 그에게 쏠리게 한다. 나는 이런 생각이 든다. 산청 군의관 근무 시절 그는 전문지식이 부족했던 것이 아니라 환자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도로망이 단순한 곳에서 운전을 배운 사람이 대도시의 번잡한 도로에서 기겁을 하듯... 만약 그가 좀 더 많은 환자들과 많은 경험을 미리 쌓았더라면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으리라... 아니다 이 생각은 나의 잘못된 판단인지 모르겠다. 그의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역지사지와 자기성찰을 담고 있다. 꼭 이 경험이 아니더라도 다른 성찰 거리를 찾아냈을 것이다.

또한 노먼 베쑨의 서문 글을 글 마지막 자락에 올려 둔 것도 그의 평소 가치관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의사... 나는 책장을 몇 장 넘기지 않았는데도 저자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우리는 코드가 맞을 것 같다는 직관력과 앞으로 이런 내용으로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나의 희망과 이런 사실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알고 있으면 좋겠군! 하는 의료 상식까지!!!

동료 의사나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본다면 분명 비난의 여지도 있을 법한 이야기를 가슴 가득히 진심을 꺼내 들어 한 글자 한 글자 자신의 삶을 담아낸 이야기 『의사의 생각』은 이렇게 내게 반가운 손님처럼 다가왔다. 의사도 많은 진료 환자를 만나다 보니 그 자신은 홈스의 관찰력이라고 했지만, 반 관상쟁이가 되었다. 

늘 하던 대로 매너리즘에 빠져서 혹은 자동 기계처럼 환자를 대했던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났던 환자 한 명 한 명을 다 기억해 두 자라고 마음이라도 먹은 듯 그는 지극정성으로 환자에게 관심과 주의를 기울였던 것이다. 특히 어린아이부터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미래 꿈나무들에 대한 그의 지대한 관심은 나의 시선과 주의력을 사로잡았다. 때로는 꼰대가 되어서 때로는 멘토가 되어서 어린 청소년의 미래에 진심을 담아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자를 보며... 내가 만나는 내 주변의 의사들도 그와 같은 꿈을 꾸고 그런 의사가 되길 희망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알고 보면 보통은 다 비슷비슷한 거니까...

 

질병을 돌보되 사람을 돌보지 못하는 의사를 작은 의사라 하고,
사람을 돌보되 사회를 돌보지 못하는 의사를 보통 의사라 하며,
질병과 사람, 사회를 통일적으로 파악하여 그 모두를 고치는 의사를
큰 의사라 한다. <노먼 베쑨 서문 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