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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의 디테일 - 위대한 변화를 만드는 사소한 행동 설계
BJ 포그 지음, 김미정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전에도 습관 만들기 관련된 몇 권의 책을 읽었다. 그 책들 중 인상 깊게 남은 책 몇 권이 있었고, 이번에 만난 『습관의 디테일』도 그런 책들 중 한 권이다. BJ 포그는 스탠버드대학교 행동설계연구소 소장으로 한때 극심한 스트레스와 불면증에 시달린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과학 이론을 떠올렸고 이를 활용해 불면증에서 탈출하고 건강한 습관을 만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그는 여러 가지 시도 끝에 아주 사소한 행동이 습관을 만드는 가장 좋은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책은 행동과학과 자신의 경험을 결합해 이론으로 정립해서 쓴 글이며, 나는 흐름출판사를 통해 이 책을 더 깊게 공감하게 됐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습관과 관련해서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라!는 견해의 책들이 있다. 그런데 방법적인 면에서는 BJ 포그의 『습관의 디테일』이 훨씬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며, 쉽게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습관 기르기를 희망하는 독자들이 자신의 생활 패턴을 돌아보고 행동을 재설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뿐만 아니라 기존에 가지고 있던 나쁜 습관을 어떻게 하면 교정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계단식 방법으로 알려주고 있다. 이런 다양한 내용들 중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명제들 몇 가지를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적어보고자 한다.
습관은 단순함에서 시작된다. 습관을 만드는 행동은 크게 3가지 요소에 의해 작동되는데, 첫 번째는 동기, 두 번째는 능력, 세 번째는 자극이다. 포그는 이 세 요소를 B(행동)=M(동기) A(능력) P(자극)으로 표시한다. B=MAP는 총 9장의 단계로 나눠서 각 장마다 세분화해서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장마다 그림을 삽입하고, 표를 만들며, 단계별로 반복적으로 명시해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애쓴 흔적이 도처에 늘려있다. 각 장 끝부분에는 앞서 다뤘던 내용이 어떻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실제 사례 등을 보여줌으로써 습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나 역시도 '제로 웨이스트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아주 가볍고 부담 없으며 단순한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예로 전업주부인 나는 식사 때마다 설거지를 해야 한다. 그런데 시중에 나와있는 수세미는 미세플라스틱이 나오는 인조 실로 만들어진 것들이다. 하지만 천연 수세미를 사용하면 이런 문제는 다소 해결된다. 천연 수세미는 인조 수세미에 비해 활용도나 구입이 어렵지 않다. 저자는 습관 형성에서 적절한 도구의 활용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런 도구의 도움으로 나는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습관 하나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습관은 무의식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 부담 없는 것! 한 번쯤 실패해도 죄책감을 수반하지 않는 것! 반복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 반복의 행위가 복잡하다면 이를 좀 더 세분화해서 쪼개어 진행할 수 있는 것! 등 이런 것들이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핵심 내용들이다. (그렇다고 반복이 무조건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서 더 상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강력 추천한다.) 그리고 하나의 습관은 또 다른 좋은 습관을 이어붙이기 할 수 있게 한다. 천연 수세미를 사용했더니 삶기도 편하고 세정력이나 거품을 내는데도 만족스러운 경험을 한 나는 이제 세제로 그 범위를 확장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는 습관이 만들어질 때 자신을 향해 긍정적인 기분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이는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내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 행동이 좋은 결과를 준다면 나의 기분은 좋아질 것이고 이는 우리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물질을 형성시켜 그 경험을 재생하고 싶게 만든다고 한다. 이는 우리 뇌가 좋았던 기분을 반복해서 느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아이가 걸음마를 배울 때 우리는 끊임없이 격려의 말을 쏟게 되고, 그 힘이 아이를 걷게 만드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도 우리 스스로에게 이런 격려의 말을 해줄 필요가 있다. 나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작은 성취감은 또 다른 성취감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뭔가 거창하거나 웅장한 것이 아니다. 아주 소소하고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나와 같이 비슷한 경험이 있는 독자들이라면 아니 좋은 습관을 기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꼭 읽기를 추천한다. 작게는 작은 습관 기르기부터 시작하고 이것이 정착되면 그 이후에는 새로운 습관 늘리기로, 나쁜 습관 고치기로, 집단 습관 설계하기로 확장시켜 나갈 수 있다. 최근 아이의 일기 쓰기와 독서하기 습관을 기르고 있는데, 나는 『습관의 디테일』을 통해 행동을 재설계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무한 과정의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보다 더 나은 습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는 습관을 기르고 싶은 의지나 목적이 있는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나아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적어도 나는 이 책의 방법을 따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