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 시대를 앞서간 SF가 만든 과학 이야기
조엘 레비 지음, 엄성수 옮김 / 행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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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가 편리함이란 일컫는 삶의 질은 기술 발전이 안겨준 부분이 크다. 그리고 이 기술은 인간의 상상력이 안겨준 기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의 상상력은 때때로 살상 무기를 만들기 위한 기술 연구의 재료가 되기도 했다. 오늘날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대다수의 중요 과학 기술이 사실은 전쟁 관련 기술에서 진화된 것이라는 사실을 일반 독자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을 읽기 전까지 나 역시도 그런 진화 과정을 잘 몰랐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오늘날 발명품이 만들어지게 된 연유와 현재까지의 기술 수준에 대해 많은 궁금증이 해소될 수 있었다.

우선 이 책의 차례에서 큰 카테고리만 보더라도 SF 소설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 그 흐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해놓고 있으며, 자신이 가장 궁금한 부분부터 우선적으로 읽어도 글 흐름에 큰 방해를 받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다음으로는 등장하는 물건의 원인 제공 격인 SF 소설의 작가와 작품인데, 개인적으로 조엘 레비가 간단히 들려주는 작품 줄거리는 소설에 대한 궁금증과 흥미를 불러일으켜 주었다. 이 책을 읽고 책에서 소개해 준 작가의 작품을 찾아 읽어 보는 재미도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 주는 독서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끝으로 천재와 사기꾼은 종잇장 한 장 차이인가 싶을 정도로 인간의 원대한 꿈이 자신도 모르게 이슈로 전략해 버리고 감당할 수 없는 거짓말의 대변자가 되어 사기꾼으로 매도되거나 혹은 시대를 너무 빨리 앞서나가는 바람에 천재가 노력과 영감으로 일 권 낸 영광을 타인에게 빼앗기는 아픔을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에서는 묘사하고 있다. 

조지 오웰의 『1984』는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전체주의 국가가  '텔레스크린'을 통해 끊임없이 사람들을 감시하고 억압하기 위해 보안 요원인 사상경찰이 등장하는데 이는 나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이런 그의 생각은 내가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일어났었던 '사실'을 예견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감시 카메라의 성격을 집중적으로 다룬 소설은 미국 작가 레이 커밍스가 소설 『침입자 반들』에서 놀랄 만큼 상세하게 예견하는데, 개인보다 힘센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 혹은 국가가 개인 정보를 얻으면서 그들의 취향이나 선호도 혹은 생활 패턴에서 주로 소비하는 것들에 대한 정보를 취합해 끊임없이 광고를 보여주고 우리의 선택이 결국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정해진 매뉴얼 대로 다시 귀속되는 현실은 나를 공감하게 이끈 부분들 중 하나였다.(반대로 cctv  덕분에 범죄 검거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양날의 칼날이라는 생각이 든다. 즉 과학은 한쪽 면만 보고 판단 내릴 수 없는 인간의 계몽적인 시민의식이 그 어떤 시대보다 필요한 시기임을 깨닫게 된다.) 

복제 기술 역시도 쉽게 보고 넘어갈 수순의 기술이 아니다. 인류의 편의를 위해 만든 다양한 기술이 인간이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선택하고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힘이 위정자의 손에 넘어간다면 우리 사회는 일대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리고 조엘 레비는 이제는 이것이 조작된 것인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인지 판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인공지능으로 가짜 뉴스를 만들 수 있는 사회로 진화되어 간다고 경고하고 있으니 이는 우려할 만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떤 대비를 해 놓고 있는지 저자가 밝히지 않은 부분에 대한 질문과 답을 얹혀보기도 한다.

책 내용이 많이 어렵지는 않아 과학에 관심 많은 초등 고학년에게 권해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은 아이들의 공상과학에 대한 판타지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기에 부족함이 없으며 정보 전달과 신선한 재미 그리고 새로운 호기심을 심어주고 일깨워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읽는 내내 유지되었던 점도 밝히고 싶다. 오늘날 현대인들에게 과학지식은 그 원리는 뒤로하고 우선은 탱크나 원자폭탄, 잠수함, 신용카드, 화상 통화, 사이버공간 등 낯선 환경이 아니기에 당연하다 여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대 사회에서는 새처럼 날고 싶은 꿈 때문에 실제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도 있었고, 또 어떤 이들은 그들을 향해 몽상가 혹은 망상가 혹은 정신이 잘못된 사람으로 취급되기도 했다. 아무튼 이런 사람들의 각고의 희생과 노력 덕분에 우리는 문명의 이기를 누리고 있다.

책을 보면서 재미있었던 점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상상력이 실제화되고 구체화되어 현실로 드러나는 그 과정이 매우 신비로우면서도 흥미롭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의 엄청난 노력과 도전으로 현재 지구상의 꽤 많은 사람들이 이 기술의 혜택을 누리며 산다는 사실도 어찌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전격 작전 제트>나 <육백만 불의 사나이>나 쥘 베른의 『해저 2만 리』에서 등장하는 노틸러스 호에 창안해 발명된 무인 자동차, 생체공학, 잠수함의 등장 등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책을 통해 그 몰입이 한층 더 심화되는 과정을 경험했다. 또 하나 신기했던 것은 한창 이런 상상이 이야기되고 있던 혹은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던 그 시기에 맞물려 여러 비슷한 소설이 동시에 등장했다는 사실 또한 사람들의 큰 기대 심리가 있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오늘날 일궈낸 대다수의 과학기술이 세계 대전 전후를 중심으로 집중 개발되었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한 사실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적을 염탐하고 먼저 살상의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이와 같은 기술이 개발되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씁쓸함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아이들과 나누는 토론 측면에서는 과학 기술이 미래 사회의 윤리적 측면에서 어떤 논란을 제공할지 어떤 사회적 논의가 다루어질지 그리고 어떻게 합의점을 만들어갈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를 나눌 수 있어서 좋을 듯하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의 저자 조엘 레비는 과학, 자연 및 기술 분야의 전문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출신이라 기본적으로 글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 문장이 재미있다. 성인 독자에게는 지난날 보았던 시리즈나 영화 혹은 읽었던 소설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과 새로운 정보를 융합해보는 흥미진진한 경험이 될 것이며, 아이들에게는 신선한 과학 이야기를 들려줄 도서임을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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